올 하반기 들어 서울과 대구 등 주요 도심지에서 정비사업 수주전이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다. 그런데 수주 과정에서 건설사들은 ‘지키지 못할 약속’을 제안하면서 조합원들의 기대심리만 잔뜩 높여 놓은 반면, 사업기간 장기화 등 각종 부작용을 유발하고 있다.


‘지키지 못할 약속’에 해당하는 사업조건들은 최저 이주비 보장 등 조합원들이 솔깃할 만한 내용들이 담겨있다.
실제로 각 사업장별로 입찰에 참여한 해당 건설사들은 각각 최저 이주비를 2~5억원까지 보장하겠다고 약속했다. 하지만 이러한 조건은 지키지 못할 가능성이 높다.


정비사업 계약업무 처리기준에는 이사비와 이주비 등 시공과 관련이 없는 사항에 대한 금전, 재산상의 이익을 요청할 수 없도록 정했다. 이주비도 대출이자를 대여하거나 추가이주비를 금융기관의 조달 금리 수준으로만 제안할 수 있다.


건설사들도 이를 인지하지 못했다고 할 수 없다. 수주전이 뜨겁게 펼쳐지고 있는 사업장들의 경우 한강변 등 입지조건이 우수하다. 이 곳에서 1군 대형 건설사들은 출사표를 내던지고 시공권 확보에 사활을 건다. 


그만큼 명성 높은 건설사가 정비사업 처벌 규정에 대한 법률지식을 모를 리는 없고, 간과하고 있거나 일단 따고 보자는 식으로 수주전에 나섰을 가능성이 높다.


대표적인 사례가 반포주공1단지1·2·4주구다. ‘단군 이래 최대 규모’라는 표현으로 대표되는 대규모 현장인 만큼 경쟁이 치열했다. 2017년 시공자 선정 과정에서 각종 선물과 금품, 향응 등을 제공하는 수준을 넘어섰다. 


한 건설사는 이사비용으로 조합원 세대당 7,000만원을 제시했다. 이사비용이 ‘벤츠 한 대 가격’이라는 말까지 나왔다. 또 재건축초과이익환수에 걸릴 경우 재건축 부담금을 건설사가 대납하는 조건까지 걸었다. 


결국 정부가 나섰다. 협력업체 선정 과정에서 투명성 강화를 목표로 계약업무 처리기준을 도입했고, 수주비리 삼진아웃제 등 처벌규정도 강화됐다.


벌칙 규정이 약한 탓일까. 현재도 진흙탕 수주전은 되풀이되고 있다. 불법 요소가 발견돼 시공자 선정 무효로 다시 입찰 절차를 진행해야한다면 사업 기간은 늘어나게 된다. 그만큼 분담금도 증가하게 되고, 고스란히 조합원이 부담해야 할 몫으로 돌아오게 된다.


만약 건설사들의 불법 수주전이 지속되고 있는 이유가 미미한 벌칙 규정 탓이라면, 기준을 강화해야 할 필요성도 있다.

박노창 기자 park@aru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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