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픽=홍영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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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후 아파트단지들의 재건축사업 초기 진입에 대한 장벽이 강화된 안전진단 기준으로 인해 높아졌다. 사실상 붕괴 위험이 없다면 재건축사업 추진이 어려워진 것이다.


국토교통부는 지난해 3월 현지조사에 공공기관이 참여하고, 구조안전성 가중치를 확대하는 등의 내용이 포함된 ‘재건축 안전진단 기준 정상화’ 방안을 내놨다. 


먼저 당시 정부는 재건축사업 추진의 첫 단추인 안전진단 절차와 기준이 지속적으로 완화되면서 본래 기능이 훼손됐다고 판단했다. 이에 따라 안전진단 실시여부를 결정하는 첫 단계인 현지조사 단계부터 전문성을 갖춘 공공기관의 참여를 의무화했다. 기존에는 시장·군수가 현지조사를 통해 안전진단 실시 여부를 결정했다. 현재는 한국시설안전공단과 한국건설기술연구원 등이 현지조사를 시행하고 있다.


이와 함께 재건축 안전진단 기준 정상화 방안에 따르면 평가 항목 중 구조안전성 비중을 기존 20%에서 50%로 대폭 높였다. 반면, 40%였던 주거환경 비중은 15%로, 건축마감 및 설비노후화도 30%에서 25%로 줄었다.


당초 안전진단이 강화되기 전 재건축 가능 여부는 높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주거환경 부문에서 갈렸다. 재건축 연한 30년을 충족한 단지들은 수도 설비에 대한 노후, 층간소음, 주차난 등 주거환경이 열악하다는 점에 높은 점수를 받으면서 안전진단을 통과했다. 


하지만 안전진단 기준 강화로 주거환경 비중은 줄고, 구조안전성 비중이 커지면서 사실상 붕괴 우려 등으로 구조적 결함이 상당한 경우에만 재건축이 가능해졌다.


올림픽선수촌아파트 역시 구조안전성 부문에서 재건축 발목을 잡혔다. 이 단지는 안전진단 결과 주거환경 D등급, 건축마감 및 설비노후도 D등급, 비용분석 E등급을 받았다. 그런데도 구조안전성 부문에서 B등급을 받아 종합 C등급이 된 것이다. 노원구 월계시영도 구조안전성 부문에서 C등급을 받는 등 종합 C등급 판정을 받았다.


만약 정밀안전진단에서 조건부 재건축인 D등급을 받더라도 안심하기는 이르다. 안전진단 결과 D등급 판정을 받을 경우 한국건설기술연구원 등 공공기관의 적정성 검토를 한 번 더 거쳐 재건축 가능 여부를 정할 수 있도록 규정했기 때문이다. 정부가 조건부 재건축이 사업 확정 판정과 동일하게 운영되고 있다고 판단한 게 공공기관의 적정성 검토를 의무화시킨 이유다.


실제로 구로구 동부그린아파트의 경우 안전진단 D등급을 받은 이후 공공기관의 적정성 검토를 통과하지 못했고, 재건축사업은 연기됐다. 마찬가지로 구조안전성 부문에서 제동이 걸렸다.


이 같은 기준은 지난해 3월 행정예고를 마친 후 안전진단기관에 안전진단을 의뢰하는 경우부터 적용되고 있는 상황이다.


한편, 재건축 안전진단 기준은 과거에도 정권이 교체되면서 바뀌었다. 지난 2006년 노무현 정부는 구조안전성 비중을 높이고, 주거환경 비중을 낮췄다. 반대로 이명박·박근혜 정부는 구조안전성 비중은 낮추고 주거환경 비중을 높였다.


이혁기 기자 lee@aru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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