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재건축 잠룡으로 기대를 모았던 송파구 올림픽선수촌아파트가 사업 초기 단계 진입에 실패했다. 최근 정밀안전진단 결과 강화된 기준을 통과하지 못하면서 사실상 재건축이 무기한 연기된 것이다. 올림픽선수촌은 강화된 안전진단 첫 적용을 받은 대단지로 업계의 관심이 집중됐던 곳이다. 타 사업장인 양천구 목동신시가지, 마포구 성산시영 등이 올림픽선수촌의 안전진단 결과에 촉각을 곤두세워왔다. 하지만 올림픽선수촌의 안전진단 결과 강화된 기준을 충족하지 못하고 재건축이 어려울 수도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업계에서는 장기적으로 신축 아파트에 대한 공급이 줄어들 수 있고, 주택공급 부족에 따라 집값이 상승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그래픽=홍영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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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림픽선수촌·월계시영 등 강화된 안전진단의 벽 넘지 못하고 재건축 무기한 연기… 진단 결과 종합 ‘C등급’ 판정=서울 송파구 올림픽선수촌아파트가 준공된 지 30년이 도래했지만 강화된 안전진단의 벽을 넘지 못하면서 재건축이 무기한 연기됐다. 정밀안전진단 결과 재건축이 가능한 D·E등급이 아닌 C등급을 받았기 때문이다.


올림픽선수촌아파트는 지난 1988년 지어져 지난해 재건축 연한 30년을 충족했다. 이곳은 현재 122개동 총 5,530여 규모로, 재건축을 통한 신축 아파트 1만2,000여가구 건립을 계획했다. 단군 이래 최대 재건축인 강동구 둔촌주공아파트와 비슷한 규모로 강남권 정비사업 최대어로 평가 받았다.


하지만 안전진단 문턱을 넘지 못하면서 재건축은 상당 기간 지연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올림픽선수촌아파트 재건축 모임(이하 올재모)은 반발하는 분위기다. 


안전진단 결과와 달리 단지 내 스프링클러 노후화로 물이 새고, 천장과 외벽에 균열이 발생하는 등 노후화로 인한 안전 문제가 심각하다는 이유에서다.


이에 따라 정밀안전진단 결과가 발표된 직후 송파구청에 이의신청을 제기했다. 이에 대한 결과가 나오는 대로 감사원에 감사를 청구하고, 행정법원에 효력정지 가처분을 신청하겠다는 방침이다.


이와 함께 3,930가구 규모로 강북권 대표 사업장으로 주목을 받아왔던 노원구 월계시영 역시 안전진단 결과 재건축 불가 판정을 받았다. 이 단지는 당초 대지지분이 크고 광운대역세권 등 개발 호재가 풍부하다는 평가와 함께 재건축이 논의될 당시부터 업계의 눈길이 집중됐던 곳이다. 하지만 안전진단 결과 △주거환경 부문 B등급 △설비노후도 부문 C등급 △구조안전성 부문 C등급 등 최종 C등급을 받아 재건축은 잠정 보류됐다.

[그래픽=홍영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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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동신시가지, 성산시영 등 곳곳 강화 안전진단에 재건축 차질 우려=서울시내 재건축을 추진하려는 노후 아파트 단지 곳곳에서도 사업에 차질을 빚을 수 있다는 우려가 일고 있다. 


올림픽선수촌 등과 마찬가지로 강화된 안전진단 기준을 넘지 못할 수도 있어 재건축 추진을 장담하기가 어렵기 때문이다.


현재 안전진단을 접수한 대표적인 단지는 양천구 목동신시가지 일대 노후 아파트들이 꼽힌다. 


이중 6·9·13단지가 정밀안전진단을 신청했고, 5단지 등은 연구용역을 위한 모금을 진행 중이다. 마포구 성산시영 역시 지난 7월 정밀안전진단 연구용역을 발주한 상황이다. 


업계에서는 강화된 안전진단 기준으로 인해 사실상 붕괴 위험이 없다면 재건축을 진행하기가 어려워 졌다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업계 한 관계자는 “강화된 안전진단의 경우 구조안전성 평가 비중이 높아지면서 붕괴 등 안전 문제로 인한 위험이 없다면 D등급 판정을 받기가 어려워졌다”며 “이미 안전진단에 들어갔거나 준비 중인 단지들의 경우 구조안전성 평가에서 D등급 또는 E등급을 받지 못한다면 올림픽선수촌과 비슷한 결과가 나올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다.

▲3월 강화된 안전진단 기준 적용 후 서울지역 재건축 확정된 곳 방배삼호가 ‘유일’… 전문가, 재건축 어려워지면서 장기적으로 주택공급 부족·집값 상승 할 것=전문가들은 재건축 안전진단이 강화된 이후 사업 추진이 확정된 단지들이 줄어들면서 장기적으로 주택공급 부족에 따른 집값 상승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고 지적한다.


실제로 현재까지 지난해 3월 안전진단이 강화된 이후 서울에서 정밀안전진단 D등급을 받은 곳은 서초구 방배삼호아파트와 구로구 동부그린아파트 단 2곳에 불과하다. 


이후 재건축이 확정된 곳은 방배삼호아파트 단 1곳뿐이다. 동부그린아파트의 경우 정밀안전진단 D등급을 받았지만, 건설기술연구원의 적정성 검사에서 C등급 판정은 받았기 때문이다.


이처럼 재건축 초기 단계의 문턱인 안전진단 기준을 충족하지 못하면서 장기적으로는 부동산 시장이 과열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먼저 서울의 경우 주택공급 방안은 정비사업이 유일한 방안으로 꼽히고 있다. 그런데 정비사업에 규제만 기하다보면 재개발·재건축이 침체되고, 중·장기적으로 주택공급난이 불거질 수 있다는 것이다.


엄정진 한국주택정비사업조합협회 실장은 “정부가 부동산시장 안정화를 위해 재건축 안전진단 기준 강화, 초과이익환수제, 분양가상한제 등을 도입했다”며 “규제 강화로 인해 서울에서는 장기적으로 주택공급 부족 문제가 심화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집값 안정화를 위해서는 수요를 받쳐주는 원활한 공급이 동반돼야 한다”며 “서울은 주택공급 수단으로 정비사업이 유일한 방안인데, 재개발·재건축에 규제만 가하면서 옥죄다보면 중장기적으로 주택공급이 부족해지고 집값이 상승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이혁기 기자 lee@aru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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