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비구역 해제고시 무효 확인 소송 | 법원, 서울시 고의적 지연에 또 철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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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비구역 해제고시 무효 확인 소송 | 법원, 서울시 고의적 지연에 또 철퇴
  • 이혁기 기자
  • 승인 2019.08.08 12: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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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청 요구에 구역 일부 제척했지만
약 4년 동안 정비구역변경인가 지체

지자체 사업지연 행위 고의성 짙어
재량권 일탈·남용한 직권해제 ‘위법’
[그래픽=홍영주 기자]
[그래픽=홍영주 기자]

법원이 서울 성북구 성북3구역에 대한 서울시의 직권해제 행정 절차에 제동을 걸었다. 주민요청 직권해제가 있기 전 관할지자체가 정비구역 변경 및 사업시행변경 등 인·허가를 고의적으로 지연시키면서 재개발사업이 무산됐다는 게 이번 판결의 핵심이다.


지난달 12일 서울행정법원(재판장 안종화 판사)은 성북3구역 재개발조합이 시와 성북구청장을 상대로 제기한 ‘정비구역해제고시 무효 확인’ 소송에서 조합 승소 판결을 내렸다.


판결문에 따르면 성북3구역은 지난 2009년 조합설립인가를 거쳐 2011년 5월 사업시행인가를 받았다. 이후 2013년 1월 구청은 조합에 재개발을 반대하는 일부 지역을 제척해서 정비계획에 반영하라고 요청했다. 조합은 구청 요구를 받아들여 2013년 3월 정비구역 변경 및 사업시행변경인가를 신청했다. 하지만 지자체에서는 뚜렷한 이유 없이 인가 결정을 미루면서 약 4년 동안 사업이 지체돼왔다.


결국 박원순 시장의 2단계 뉴타운 출구전략의 일환인 주민요청 직권해제 제도가 성북3구역에 적용됐다. 시는 2017년 1월 전체 토지등소유자의 1/3 이상이 정비구역 직권해제를 요구하는 신청서를 접수 받아 재개발 찬·받을 묻는 주민의견조사를 시행했다. 같은 해 5월 12일부터 7월 11일까지 약 2달 동안 진행된 주민의견조사 결과 전체 토지등소유자의 43.58%가 재개발사업에 찬성했다. 시는 전체 토지등소유자의 과반수가 재개발에 찬성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2017년 10월 정비구역 해제를 고시했고, 같은 해 11월 조합설립인가 및 추진위원회승인을 취소했다.
이 같은 시의 결정에 불복한 조합은 소송을 제기했고, 법원은 직권해제가 위법하다는 판결을 내렸다. 당초 지자체가 납득하기 힘든 행정절차 지연으로 사업을 고의적으로 지연시켰다는 게 법원의 판단이다. 법원은 주민요청 직권해제 투표 결과를 지자체의 인·허가 지연에 따라 사업이 지체되면서 주민들의 실망감이 반영된 결과로 해석했다.


먼저 법원은 주민의견조사 결과 재개발 찬성 비율이 낮은 이유로 시와 구청의 고의적인 사업 지연이 영향을 미쳤다고 분석했다. 


재판부는 “직권해제 주민의견조사 결과상으로는 사업 찬성자가 43.58%로 나타났지만, 시와 구청에 의해 재개발이 지체됐기 때문에 토지등소유자의 실망감이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며 “만약 조합이 정비구역 및 사업시행변경을 신청했을 당시에 지자체가 신속하게 인가가 불가함을 고지했더라면, 집행부는 당초 사업시행계획에 따라 분양신청 통지 등의 절차를 거쳐 관리처분계획까지 수립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와 함께 시장 직권해제는 재량권 일탈 및 남용이라는 점도 지적했다. 재량권 일탈 사유로는 직권해제로 인해 매몰비용을 떠안아야 할 다수 토지등소유자의 부담을 고려하지 않았다는 등의 내용이 포함됐다.


재판부는 “지자체의 고의적인 사업지연으로 인해 재개발이 지체돼왔고, 결국 직권해제에 따라 상당한 매몰비용이 발생했을 것”이라며 “하지만 지자체는 구역이 직권으로 해제될 경우 사업에 찬성하는 다수 토지등소유자들의 매몰비용에 대한 부담 등 불이익을 고려하지 않았다”고 판시했다. 이어 “공익적 측면에서는 정비구역 지정으로 인한 일부 토지등소유자의 재산권 행사에 대한 제약보다 사업에 찬성하는 다수의 토지등소유자 이익과 주거환경을 개선으로 삶의 질을 높일 수 있다는 점이 훨씬 중요하다”며 “시의 성북3구역 직권해제는 비례의 원칙에 반해 재량권을 일탈·남용한 것으로서 조합설립인가 및 추진위원회승인 취소 등 부수처분 모두 위법하다”고 강조했다.


한편, 시는 2016년 3월 조례 개정을 통해 주민요청 직권해제 제도를 도입했다. 이 제도는 정비구역 내 토지등소유자 1/3 이상이 해제를 요청하는 경우 의견조사를 통해 시장 직권으로 구역을 해제할 수 있다는 점이 골자다. 


이혁기 기자 lee@aru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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