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의 옛 이름은 크고 넓은 밭이라는 뜻의 ‘한밭’이었다. 대전(大田)이라는 명칭 자체가 큰 밭이란 뜻이기도 하다. 그래서 넓은 평지를 중심으로 시가지가 발전된 도시이기도 하다. 자전거 이용률이 전국에서 가장 높은 이유도 평지가 넓게 펼쳐져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대전 내에서 랜드마크라고 불릴 만한 대규모 아파트단지는 의외로 많지 않다. 시에 따르면 지난 2016년 기준 아파트 862개 단지 중에서 2,000세대 이상인 대단지는 11곳에 불과하다. 그나마도 대부분 1990년대 지어진 아파트인 곳들이 대부분이다. 이에 따라 대전시 서구 용문동1·2·3구역 재건축에 대한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다. 대전의 강남으로 불리는 둔산·탄방동과 인접해 있는데다, 초·중학교를 계획한 2,700세대가 넘는 대규모 단지로의 탈바꿈이 가시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대전시를 대표하는 랜드마크 아파트가 될 용문동1·2·3구역을 찾았다.
 

대전 용문동1·2·3재건축조합의 류완희 조합장 [사진=심민규 기자]
대전 용문동1·2·3재건축조합의 류완희 조합장 [사진=심민규 기자]

▲현재 구역 내 주민들이 이주하고 있다. 재건축사업이 어디까지 진행됐나=약 97% 가량이 이주를 마친 상황이다. 사실상 이주가 마무리 단계에 접어들었기 때문에 조만간 철거를 진행할 수 있을 것이다. 지난 2006년 말 추진위원회를 구성한지 약 13년 만이다. 현재 조합의 계획대로 사업이 진행된다면 2022년 말이나 2023년에는 입주가 가능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주민들이 협조적으로 나서고 있는 만큼 이주가 비교적 신속하게 진행되고 있다. 

▲재건축사업을 진행하는데 시간이 다소 오래 걸렸다. 이유가 무엇인가=추진위원회 승인 이후에 내부적인 문제로 1~2년간 사업이 중지됐다. 분쟁이 생기면서 법원이 직접 직무대행을 선임할 정도로 심각한 상황이었다. 직무대행이 새로운 집행부를 구성하는 업무를 진행했는데, 당시 위원장으로 선출됐다. 사실 재건축이 진행된다는 것을 알았지만 별다른 관심은 없었다. 하지만 주변에서 재건축을 이끌어달라는 권유가 많아 위원장으로 출마하게 됐다. 아무래도 용문동 토박이인데다, 지역 활동을 많이 하고 있어서 투명하게 사업을 진행할 것이라 판단하신 것 같다.

▲대전시 내 최대 규모에 버금갈 정도로 대형 단지를 건설하게 된다. 대규모 사업장인 만큼 사업을 추진하는 것이 쉽지 않았을 것 같은데=재건축사업이 장기화된 이유 중에 하나가 바로 행정 업무 때문이다. 대형 단지를 건설하기 때문에 사실상 거의 모든 심의나 인·허가, 평가를 받는다고 봐도 무방하다. 물론 아파트의 안전이나 편의성을 높이기 위한 제도들이지만, 불필요한 요식행위들도 적지 않다. 특히 심의 과정에서는 공익성이나 미학적인 가치에 치중하는 경우가 많다보니, 조합과 충돌이 발생할 수밖에 없다. 조합은 조합원들의 개발이익을 최우선 목표로 사업계획을 수립한다. 전 재산과 다름없는 집과 땅을 내놓는 사업이기 때문에 당연한 이치다. 만약 심의위원이 조합원이라도 공익성만 추구할 수 있을지 묻고 싶고, 심의에 대한 책임도 져야한다고 생각한다.

▲최근 정부가 분양가상한제 시행을 예고했다. 조만간 분양에 나서야 하는 상황인데=주택 가격을 강제로 규제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본다. 재건축·재개발은 주민들의 개발이익이 확보돼야 진행할 수 있는 사업이다. 개발이익을 배제한다면 사업 자체가 불가능하다. 주택가격의 안정은 충분한 공급이 이뤄져야 가능하다. 만약 공공이 대량의 임대주택을 공급한다면 주택가격은 저절로 내려갈 것이다. 하지만 대규모 임대주택 공급이 현실적으로 불가능하기 때문에 민간이 주택을 공급하는 것이다. 분양가격은 주택의 품질로 결정되기 마련이다. 최근 주택에 대한 고급화 요구가 높아지고 있다. 하지만 분양가상한제가 시행되면 주택품질은 과거로 회귀할 수밖에 없다. 건축물 자재나 마감재의 품질에 상관없이 동일한 가격으로 분양가가 책정된다면, 고급 품질을 사용할 이유가 없어지기 때문이다. 시대는 첨단화, 고급화되어가고 있는데 정책은 거꾸로 가고 있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HUG 주택도시보증공사에서도 일반분양가를 규제한다. 이른바 ‘대·대·광(대전·대구·광주)’ 지역에 대해 분양가 심사를 강화하겠다는 계획인데=HUG는 대전지역의 집값이 갑자기 올라 일반분양가를 규제하겠다는 것이다. 물론 집값이 지속적으로 급등하면 문제가 있다. 하지만 기간을 길게 잡고 보면 전혀 다른 문제다. 대전은 수년간 주택가격 상승이 거의 없었던 지역이다. 즉 과거부터 점진적으로 상승해야 할 몫이 주택부족과 겹치면서 최근에 한꺼번에 나타난 현상일 뿐이라는 것이다. 대전은 인구가 폭발적으로 증가하는 도시가 아니다. 오히려 세종시가 조성되면서 인구가 빠져나가는 현상까지 발생하고 있다. 주택가격 상승은 일시적인 현상이지, 장기화될 가능성이 낮다고 본다.

대전 용문동1·2·3재건축조합의 류완희 조합장이 위치도를 보며 설명하고 있다. [사진=심민규 기자]
대전 용문동1·2·3재건축조합의 류완희 조합장이 위치도를 보며 설명하고 있다. [사진=심민규 기자]

▲용문동1·2·3구역을 재건축해야 하는 이유는 무엇인가=구역 내 주택들은 대부분 1970년대 말에서 1980년대 지어졌다. 집이 지어진 지 30~40년 되다보니 노후화가 심각하다. 당장 우리 집만 해도 우기에는 비가 역류해서 양수기를 돌려야 할 정도로 낙후됐다. 심지어 비가 많이 내리면 누전으로 인해 양수기가 꺼지기 일쑤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잠도 제대로 잘 수 없는 상황이다. 대다수의 주민들이 많은 불편함을 인내하며 거주하고 있다. 따라서 재건축을 통해 안전하고, 편리한 아파트를 건설해야 한다. 물론 재건축을 통한 개발이익도 기대할 수 있는 부분이다.


▲재건축을 통해 건설될 아파트의 규모와 장점에 대해 설명해 달라=구역 면적만도 17만㎡가 넘기 때문에 대규모 단지를 건설하게 된다. 현재 계획으로는 2,763세대를 건설할 예정이다. 시공은 포스코건설과 계룡건설이 담당한다. 신축 아파트 중에서는 최대 규모인 만큼 서구를 넘어 대전을 대표하는 단지가 될 것이다. 특히 우리 구역은 서울로 치면 강남과 마찬가지다. 정부대전청사와 대전시청, 법원, 상업시설이 들어서 있는 둔산동과 가깝기 때문에 신규 주택에 대한 수요가 높은 지역이다. 또한 대전지하철 1호선 용문역과 인접해 있으며, 유등천을 따라 조성된 공원과 산책로, 자전거도로를 이용하기에도 편리하다. 생활에 필요한 모든 것이 주변에 갖춰져 있다고 보면 된다.

▲아파트 설계에서 특별히 신경 쓰는 부분이 있는지=입주민들이 불편하지 않도록 단지 곳곳에 공을 들이고 있지만, 주차 부분에 각별한 신경을 쓰고 있다. 정비계획 변경을 통해 주차장을 평균 1.5대 1로 계획했다. 보통 1.2대 1로 주차장을 설치하는 것이 일반적이지만, 주차공간을 최대한 확보해 ‘주차 전쟁’을 사전에 방지할 예정이다. 특히 주차공간도 칸마다 20㎝씩 늘려서 주차는 물론 승하차도 편리하도록 했다. 차량이 점차 대형화되고 있는 상황이지만, 주차장 기준은 과거에 머무르고 있어 이른바 ‘문콕 테러’를 당하는 경우가 자주 있다. 하지만 우리 단지는 주차장을 넉넉하게 설계해 이런 문제도 줄어들 것이다.

심민규 기자 smk@arunews.com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저작권자 © 위클리한국주택경제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