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픽=홍영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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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정부와 박원순 서울시장을 향한 강남권 재건축사업장 주민들의 원성이 극에 달하고 있습니다. 송파구 잠실주공5단지 재건축조합과 주민들은 지난 10일 잠실역 일대에서 집회를 열고 박 시장의 재건축사업 지연 행정에 대한 부당함을 호소했습니다. 이 자리에서 일부 주민들은 혈서까지 쓰고 박 시장에게 재건축사업 재개를 촉구했습니다. 


심지어 민주당 소속 관할구청장도 박 시장의 정비사업 행정이 잘못됐다고 지적했습니다. 박성수 송파구청장은 잠실주공5단지의 정비계획안을 시가 1년 넘게 도시계획위원회 심의에 상정조차 안하고 있다는 점은 부당하다는 입장을 밝혔습니다.


강남구 은마아파트 역시 시의 재건축 관련 행정에 부당함을 주장하면서 올해 두 번의 집회를 열었습니다. 은마아파트도 잠실5단지와 함께 정비계획 심의 단계에서 장기간 사업이 진행되지 못하고 있습니다. 마찬가지로 재건축사업이 재개될 경우 부동산시장이 과열될 우려가 있다는 게 시가 심의를 지연시키는 이유입니다.


영등포구 여의도 일대도 재건축사업 진행이 장기화되고 있습니다. 첫 출발점인 정비계획 수립조차 어려운 상황입니다. 지난달 25일 여의도시범아파트 주민들은 호소문을 통해 법적근거 없이 재건축사업을 막고 있는 박 시장의 행정을 비판했습니다. 감사원 감사청구와 행정소송도 불사하겠다고 강조했습니다.


그런데도 박 시장은 요지부동입니다. 오히려 이튿날 한 라디오 프로그램에 출현해 훨씬 더 강하고 지속적인 안정화조치가 필요하다고 밝혔습니다.


박 시장은 의사소통 없이 규제만 더하는 자신의 정비사업 관련 정책을 소신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습니다. 정비사업을 투기의 원인으로만 지목하고, 규제책이 집값 상승을 억제하기 위한 유일한 방법이라고 판단할 수도 있습니다.


반면 전문가들은 부동산시장 안정화를 위해서는 수요와 공급의 원칙에 따라 수요가 높은 곳에 충분한 주택공급이 이뤄져야 한다는 점을 강조합니다. 가용할 택지가 없는 서울의 경우 정비사업이 주택공급을 위한 유일한 수단이자, 시장안정화를 위한 방법이라는 것이죠. 


박 시장은 이러한 목소리를 모두 외면하고 있습니다. 소신 있는 정책으로 평가 받기 위해서는 의사소통이 불가능한 ‘일방통행식 행정’과 남의 말에 쉽게 휘둘리는 ‘줏대 없음’ 사이에서의 중용이 필요해 보입니다. 먼저 원활한 의사소통을 이룬 후 자신의 정책에는 문제가 없는지 스스로 설득하는 과정을 거쳐야하지 않을까요. 시민들은 정책 비판에 대한 수용 자체가 불가능할 정도로 박 시장이 권위주의에 빠진 것은 아닌지 걱정이 앞서고 있습니다.
 

이혁기 기자 lee@aru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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