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피 흘리고 서 있는 것 안보입니까” 박원순 서울시장이 지난 8일 골목길 재생 시민 정책 대화에서 ‘용적률 및 층고 상향’ 등 정비구역 내 주민들의 요구에 내놓은 말이다. 


박 시장은 서울시의 강도 높은 정비사업 규제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를 두고 ‘규제 완화 요구로 시장이 피 흘리고 있다’며 맞섰다. 규제 완화에 대한 요구에 지친 심경을 토해낸 것이다.


하지만 서울시 행정 전반을 책임지는 지자체 수장으로서 해당 발언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게 업계의 중론이다. 박 시장은 부족한 주택공급, 노후주택 재건 등에 대한 해결책을 요구하는 목소리에 불편한 심경만 내비추면서 서울시 행정이 옳다는 주민 동조만 구하고 있다는 것이다.


서울시의 경우 주택공급이 부족하다는 점은 통계 결과를 통해서도 증명됐다. 지난해 김현아 자유한국당 의원은 서울지역 주택공급이 연간 3만4,000가구 부족하다고 내다봤다.


서울시 구도심 주택공급 수단은 정비사업이 유일하다. 주택공급이 부족한데도 박 시장은 정비사업 규제책과 사업 발목을 잡는 즉흥행정을 펼쳤다.


2012년 박 시장 취임 이후 서울시의 부동산 관련 정책 키워드는 ‘정비사업 출구전략을 통한 구역 해제’, ‘청계천 일대 재개발 보류’, ‘그린벨트 해제 반대’ 등이 꼽힌다. 


청계천에서는 노포 보존을 이유로 개발을 전면 중단시켰고, 여의도를 통째로 재개발하겠다는 설익은 구상을 내놨다가 보류한 바 있다. 부동산시장 과열 조짐이 보이자, 개발 방침을 철회한 것이다. 그러면서 박 시장의 즉흥행정에 대한 언론 비판이 쏟아져 나왔다. 박 시장의 ‘피 흘리고 있다’는 하소연은 스스로 제 줄로 제 몸을 옭아 묶은 결과인 셈이다.


박 시장은 골목길과 주민 커뮤니티도 강조한다. 박 시장은 골목길 재생 시민 정책 대화에서 “사람들이 개미구멍처럼 아파트로 찾아 들어가면 옆집 사람이 누구인지도 모른다”며 “이것이 서울 미래이고 우리의 행복한 삶은 보장하는 것이냐”고 발언했다.


아파트에서 주민들간에 의사소통이 차단되고 있다는 점은 구시대적인 발상이다. 부녀회를 비롯해 운동, 문화 등 각종 교류가 이뤄지는 것은 물론 최첨단 시설로 각종 범죄 발생 요인도 차단한다. 


박 시장은 주거환경 개선, 주택공급, 부동산가격 안정화 등 순기능 측면에서 정비사업 활성화를 적극 검토해야 한다. 서울 행정을 이끄는 총괄 책임자로서 보존에 중점을 둔 소규모 도시재생에만 매몰되지 말고 합리적인 정책을 마련해야 한다. 열악한 주거환경에서 ‘피 흘리고 있는 주민들의 마음’도 헤아려주길 바란다.

박노창 기자 park@aru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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