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픽=홍영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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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당신도시 선도지구 후보 구역들의 경쟁이 주민 동의율을 넘어 평가점수 확보로 확대되고 있다. 평가기준상 최대 배점인 주민동의 부문에서 만점에 가까운 동의율을 확보한 단지들이 속속 등장하면서 추가 점수 확보에 열을 올리고 있는 것이다. 문제는 평가기준상 과도한 공공기여를 요구하고 있다는 점이다. 당장 1~2점을 올리기 위해 수천억원의 비용이 추가로 발생할 가능성이 높아 주민들의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아름마을 풍선 통합재건축 동의율 93% 확보 현수막 [사진=추진준비위원회 제공]

업계에 따르면 최근 분당신도시 내에서 선도지구 지정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90%에 육박하는 주민동의율을 달성한 구역들이 늘고 있다. 이미 아름마을 건영·태영·한성·두산삼호가 91% 이상을 확보했고, 효자촌 현대·동아·임광·삼환도 90%를 넘겼다고 밝혔다. 또 시범단지 우성·현대, 샛별마을 동성·라이프·삼부·우방도 90% 동의율을 돌파했고, 아름마을 풍림·선경, 서현동 삼성한신·한양 등도 비슷한 수준까지 동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기 성남시 분당신도시 일대 [사진=성남시청]
경기 성남시 분당신도시 일대 [사진=성남시청]

해당 단지들은 앞으로 남은 접수기간까지 동의율을 추가로 확보하면 만점(60점)도 기대할 수 있을 전망이다. 성남시의 선도지구 선정 공모 평가기준에 따르면 공동주택 단지의 주민동의율은 95% 이상이면 최대 60점을 받을 수 있다. 동의율 50%가 10점이라는 것을 감안하면 1%p당 약 1.11점인 셈이다.

이에 따라 선도지구 지정을 위한 경쟁은 추가 점수 확보로 이어지고 있다. 우선 평가기준상 ‘정주환경 개선의 시급성’은 사실상 모든 구역들이 만점을 받을 수 있다. 물리적인 노후도나 불편성 등이 평가기준인데 6개 항목 중에서 3개만 해당돼도 배점 상한인 6점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분당 신도시 선도지구 평가기준 [표=홍영주 기자]
분당 신도시 선도지구 평가기준 [표=홍영주 기자]

반면 ‘도시기능 활성화 필요성’ 항목은 주민들의 선택에 따라 점수가 달라지게 된다. 해당 항목에는 세부 평가기준으로 건축계획(단지 특화방안 포함)이 필수항목에 △이주대책 지원 여부(2점) △구역 정형화(2점) △소규모 단지 결합(2점) △장수명 주택 인증(우수 1점, 최우수 3점) △공공기여 추가 제공(부지면적 1% 추가:1점, 5% 추가:6점)로 구성했다.

이중 구역 정형화나 소규모 단지 결합은 입지 요건에 따라 가능 여부가 달라진다. 따라서 이주대책 지원 여부나 장수명 주택 인증, 공공기여 추가 제공만이 주민들이 선택할 수 있는 항목이다. 선도지구에 도전하는 구역들의 주민동의율이 비슷하다고 가정하면 해당 항목에서 당락이 결정될 수 있다는 것이다.

분당신도시 선도지구 공모지침 주민설명회 [사진=성남시청]
분당신도시 선도지구 공모지침 주민설명회 [사진=성남시청]

문제는 만만치 않은 비용이다. 먼저 이주대책 지원 여부의 경우 신축이 5,000세대라고 가정하면 2점을 받기 위해서는 전세 세대수의 12%인 600세대를 공급해야 한다. 향후 평당 4,000만원에 일반분양을 하고, 임대주택 매각가격을 분양가의 85% 수준으로 책정하면 세대당 평균 1억3,800만원, 총 828억원의 매각손실이 발생하게 되는 셈이다.

장수명 주택 인증의 경우는 더욱 심각할 전망이다. 허영 의원에 따르면 지난해 3월 기준으로 장수명 주택 인증을 받은 공동주택 중 최우수나 우수 등급은 전무하고, 99%가 일반등급을 취득한 것으로 조사됐다. 우수 이상 등급을 인증 받을 경우 공사비 증가가 불가피해 분양가 상승이나 조합원 부담으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등급별 장수명 주택 보급모델 예상비용 [그래픽=홍영주 기자]
등급별 장수명 주택 보급모델 예상비용 [그래픽=홍영주 기자]

실제로 장수명 연구단의 연구보고서에 따르면 최우수 등급의 인증을 받을 경우 기존 벽식구조 대비 직접공사비가 약 18.4% 상승하는 것으로 추산됐다. 만약 통합재건축 공사비가 2조원일 경우 최소 3,680억원 이상의 추가 비용이 발생하게 되는 셈이다. 평가점수에서 불과 3점을 획득하기 위해 수천억원의 추가 공사비를 지불해야 한다는 것이다.

공공기여 추가 제공도 마찬가지다. 공동주택 부지 전체 면적이 20만㎡라고 가정하면 최대 배점인 6점을 받기 위해 5%인 1만㎡를 공공에 기부채납해야 한다. 부지가 아닌 비용으로 환산 시 3.3㎡당 4,000만원으로 산출하면 약 1,210억원을 납부해야 하는 것이다. 조합원이 3,000세대라고 가정하면 1명당 1억9,000만원의 추가 부담금이 발생하는 금액이다.

한 업계 전문가는 “1기 신도시가 포함된 대다수의 지자체들은 국토교통부의 평가안과 거의 유사한 기준을 제시한 반면 성남시만 유독 현실성 없는 기준을 바탕으로 과도한 공공기여를 요구하고 있다”며 “공공기여 부분에 높은 배점을 부여하고 있는 만큼 향후 선도지구로 지정이 되더라도 재건축에 따른 부담이 적지 않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이어 “평가기준의 가점항목은 노후계획도시정비법이나 도시정비법 등 관련 법령에 근거가 없는 만큼 향후 선도지구 지정 이후에도 소송 등 분쟁이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며 “성남시의 과도한 행정이 되레 재건축을 방해하는 폭탄으로 작용할 수 있는 만큼 현실적인 기준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심민규 기자 smk@aru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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