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남시가 분당신도시 정비를 위한 선도지구 평가기준을 발표한 가운데 ‘신탁사 특혜’ 논란이 일고 있다. 1기 신도시 중 유일하게 신탁방식에 가점을 부여하는 기준을 마련했기 때문이다. 최근 신탁방식을 선택한 정비사업 현장에서 갈등 사례가 늘고 있는 상황에서 신탁사 참여 현장에 가점을 주는 것이 부적절하다는 지적이다. 다만 시는 정비사업의 안정성을 높이기 위한 방법일 뿐 특혜는 아니라고 주장했다.
지난달 25일 성남시를 비롯해 수도권 1기 신도시가 포함된 고양시와 군포시, 부천시, 안양시 등 5개 지자체가 일제히 선도지구 공모에 나섰다. 이번 공모는 지난 4월 ‘노후계획도시정비 및 지원에 관한 특별법’ 시행과 5월 22일 국토부 등이 발표한 ‘1기 신도시 정비 선도지구 선정계획’에 따른 후속 조치다.
성남시는 이번 공모를 통해 약 8,000호의 물량에 추가로 4,000호 가량의 선도지구를 선정한다는 계획이다. 분당 신도시 주거지역 내 공동주택이 대상이며, 평가기준에 따른 고득점순으로 선정한다는 방침이다.
하지만 평가기준 발표 이후 신탁사 특혜 논란이 불거졌다. 시의 세부 평기기준은 국토부의 표준 평가기준과 마찬가지로 △주민동의 여부 △정주환경 개선의 시급성 △도시기능 활성화 필요성 △정비사업 추진의 파급효과 △사업의 실현가능성(가점) 등 5개 평가항목으로 구분됐다.
평가항목 중 문제가 되는 부분은 ‘사업의 실현가능성’이다. 시는 △신탁방식 △총괄사업관리자+조합방식 △공공시행방식 중 하나를 선택하면 가점 2점을 부여하는 방안을 마련했다. 다른 지자체의 경우 군포시만‘공공시행방식’을 적용하는 경우 가점을 부여할 뿐 신탁방식에 가점을 부여하는 사례는 성남시가 유일하다.
이에 따라 업계에서는 성남시가 사기업인 신탁사에 특혜를 주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공공방식의 경우 전문성이나 안정성을 상향하는데 도움이 될 수 있지만, 신탁방식이 사업 실현가능성을 높일 수 있는지에 의문이 들기 때문이다.
실제로 신탁방식을 선택한 재건축·재개발 현장에서 분쟁이 발생하는 사례는 점차 증가하고 있다. 정비사업에 대한 전문성과 안정적인 자금지원을 기대하고 신탁방식을 선택했지만, 정작 제대로 된 지원을 받지 못하는 상황이 발생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신탁사에게 유리한 계약서로 인해 대규모 손해배상을 치러야 하는 경우까지 나타나고 있다.
한 정비업체의 대표는 “공공시행방식은 투명한 운영과 신속한 인허가에 강점이 있는 만큼 가점을 주는 것은 이해할 수 있다”면서도 “하지만 신탁사가 정비사업을 실제로 성공한 사례는 손에 꼽을 정도로 적은데다 전문인력 등도 검증이 되지 않았는데도 가점을 준다는 것은 선뜻 이해가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어 “공공방식이나 신탁방식을 선택하지 않은 조합은 사실상 2점이 감점되는 효과나 마찬가지인데, 오히려 주민들이 적극적으로 나서서 재건축을 추진하는 것에 가점을 줘야 하는 것 아니냐”고 반문했다.
한 대형 건설사 관계자도 “최근 금융감독원 검사 결과에서도 법정 최고 이자율을 초과하는 이자를 받거나, 대주주·임직원이 사익을 추구하는 등의 위법 사례가 적발됐다”며 “재건축·재개발 현장에서도 일부 신탁사가 협력업체 선정 과정에서 이권을 챙긴다는 이야기가 공공연하게 돌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특히 책준형 신탁사업으로 신탁사 리스크가 커진 상황에서 신탁방식에 가점을 주는 것은 자칫 특혜로 비춰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성남시는 정부의 신탁방식 지원 등의 정책에 따른 것일 뿐 특혜가 아니라는 입장이다.
시 관계자는 “분당의 선도지구 세부 평가기준은 다른 지자체와 비교하면 상당히 구체적으로 설정되어 있다”며 “담당공무원과 전문가들이 장기간 검토하고 고심한 결과물로 선정 과정에서의 투명성을 높이기 위한 사안일 뿐 특정 업체에 특혜를 주기 위한 것은 아니다”고 말했다.
이어 “정부에서도 신탁사에 대한 규제를 완화하는 등 정비사업에 신탁방식 도입을 적극 권장하고 있는 만큼 신탁방식에 가점을 주기로 결정한 것”이라고 말했다.
심민규 기자 smk@aru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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