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원오 성동구청장이 정비구역 지정권한을 자치구에 위임해야 한다고 국토교통부에 건의했다. 서울 주택공급의 병목은 구조적 문제로 1,000세대 미만 인허가 권한을 지자체에 이양하면 해결될 수 있다는 것이다.
정 구청장은 지난달 28일 김윤덕 국토교통부 장관과 함께 성수1구역 주택재건축정비사업 현장을 방문했다.
성수1구역은 준공업지역 내 노후 주거지를 재정비하는 사업으로 앞으로 지하4~지상35층 아파트 3개동 총 322세대(임대 50세대 포함) 등을 건립할 예정이다. 지난 2004년 1월 조합설립추진위원회 승인 이후 △2008년 6월 정비구역 지정 △2020년 8월 조합설립인가 △2025년 7월 정비계획 변경 고시가 완료됐다.
이 자리에서 정 구청장은 신속한 주택공급을 위해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 제8조제1항을 개정해 정비구역 지정권자에 특별시 자치구의 구청장을 포함시켜야 한다고 건의했다.
정 구청장은 “현재 서울시 내에서 지정이 완료됐거나 추진 중인 재개발·재건축 정비구역은 총 1,054곳”이라며 “이 중 1,000세대 미만의 중소규모 사업이 839곳으로 전체의 79.6%를 차지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하지만 이들이 공급할 수 있는 세대 수는 22만8,591세대로 전체의 27.9%에 불과하다”며 “반면 1,000세대 이상 대규모 정비사업은 215곳(20%)이지만 공급 세대 수는 58만7,465세대로 전체의 70% 이상을 차지한다”고 부연했다.
그러면서 “1,000세대 미만 사업장은 평균 270세대를 공급하는 반면 1,000세대 이상 사업장은 평균 2,732세대를 공급한다”며 “사업 규모가 이렇게 다른데도 모두 서울시 단일 창구 체계에서 동일한 절차를 밟고 있어 상대적으로 빠르게 추진될 수 있는 중소규모 정비사업이 신속히 착공되지 못하는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특히 정 구청장은 “정비사업의 첫 관문인 정비구역 지정이 서울시에만 집중되어 있어 사업 규모와 관계없이 모두 서울시 도시계획위원회와 도시건축공동위원회의 심의를 통과해야 한다”며 “이러한 구조가 서울시 정비사업 전반의 병목을 초래하는 근본 원인”이라고 분석했다.
이에 정 구청장은 “정비구역 지정 권한만이라도 자치구에 위임하면 구청장이 현장 여건과 주민 의견을 직접 반영해 계획을 수립할 수 있고 도시계획·건축·환경 심의도 구 차원에서 병행 처리할 수 있어 행정 속도가 크게 개선될 것”이라며 “초기 결정권이 분산되면 이후 조합설립, 사업시행인가, 관리처분인가 등 후속 절차도 자연스럽게 연쇄적으로 빨라질 것”이라고 밝혔다.
이에 대해 김윤덕 장관은 “정비사업은 주택공급을 확대하는 핵심 수단이며 가장 큰 병목은 인허가 지연”이라며 “국회와 서울시, 성동구 등과 협력해 정비구역 지정 권한을 합리적으로 분산하고 법령과 예산을 통해 제도 개선을 추진하겠다”고 화답했다.
지난달 29일 국토교통위원회 국정감사에서도 김 장관은 “서울의 주택공급을 가로막는 병목은 정비사업 인허가 절차”라며 “성동구 현장을 방문해 애로사항을 직접 확인한 만큼 제도 개선을 지속 추진하겠다”고 재차 강조했다.
끝으로 정 구청장은 “중앙정부가 병목을 해소하고 지방정부가 실행력을 높인다면 서울의 주택공급 속도는 확실히 달라질 것”며 “성동구는 현장에서 문제를 발견하고, 중앙정부와 함께 해법을 설계하는 지방정부로서 책임과 역할을 다하겠다”고 덧붙였다.
박노창 기자 park@aru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