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픽=홍영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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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합설립기간을 단축시키기 위해 도입한 ‘조합직접설립제도’가 상가 동의에 발목을 잡히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조합직접설립의 경우 상가 등 일부 토지를 분할할 수 있는 특례가 적용되지 않는데다, 상가 동의율 완화도 사실상 유명무실한 제도로 전락했기 때문이다.

실제로 지난 1월 서울 양천구 목동6단지는 목동 재건축 단지 중에서 최초로 정비구역 지정을 받아 조합설립절차에 착수했다. 앞서 지난해 추진준비위원회는 조합직접설립제도를 도입하기 위해 주민 80% 이상의 동의를 받은 바 있다. 직접설립제도는 추진위원회 단계를 건너뛰는 만큼 조합설립기간을 단축시킬 수 있고, 공공으로부터 초기자금이나 행정지원을 받을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문제는 준비위가 아파트 소유자 80% 이상의 동의서를 징구했음에도 일정 기간 창립총회 절차에 착수하지 못했다는 점이다. 일부 상가 소유자들이 사업방식 등에 반대함에 따라 동별동의율을 확보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다행히 현재는 양측이 원만하게 합의가 이뤄져 상가 소유주의 과반수 동의를 받아 조합설립동의율을 확보한 상황이다.

하지만 목동6단지의 조합설립 진행 과정에서 조합직접설립제도의 허점이 그대로 드러났다는 분석이 나온다. 우선 상가 등 일부 동의 소유자들이 재건축에 반대하는 경우에도 토지 분할이 불가능하다는 점이다. 현행 도시정비법에는 재건축사업의 범위에 관한 특례가 규정되어 있다. 사업시행자나 추진위원회가 조합설립의 동의요건을 충족시키기 위해 필요한 경우 일부 토지를 분할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하지만 조합직접설립방식은 사업시행자나 추진위가 없다는 문제가 있다. 즉 토지분할을 청구할 수 있는 대상이 존재하지 않아 청구 자체가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지난해 11월 국토부도 국민신문고를 통해 조합직접설립제도에 대한 토지분할 가능 여부를 묻는 질문에 불가능하다고 답변한 바 있다. 당시 국토부는 도시정비법상 토지분할 청구를 하는 경우 분할대상 토지등소유자와 협의하도록 규정하고 있고, 협의가 성립되지 않은 경우 사업시행자나 추진위원회가 법원에 청구할 수 있다는 점을 들어 조합직접설립방식에는 적용되지 않는다고 회신했다.

또 최근 법령 개정으로 상가 쪼개기에 대한 동의율을 완화할 수 있는 규정도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주장이 나온다. 오는 5월 1일부터 시행되는 도시정비법에 따르면 복리시설의 경우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경우 동별동의율을 과반수에서 1/3로 완화하는 방안이 포함되어 있다.

이에 따라 국토부는 동의율 완화를 적용하기 위한 시행령으로 권리산정일이나 정비구역 지정 이후 구분 소유자가 증가한 경우로 설정했다. 하지만 대부분의 재건축 단지들이 정비구역 지정 전에 이미 상가 쪼개기에 나선다는 점을 감안하면 사실상 완화 조치를 적용 받을 수 없는 것이 현실이다.

결국 목동6단지의 경우 추진준비위와 상가 소유주간의 갈등이 해소됐지만, 다른 단지에서는 상가 동의 문제로 인해 조합설립이 불가능한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한 정비업체 대표는 “최근 상가 쪼개기나 상가 소유자의 아파트 분양과 관련한 판결로 인해 동의율 확보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 “조합직접설립제도의 경우 상가 소유자가 동의하지 않을 경우 최후의 대책으로 활용할 수 있는 토지 분할도 불가능한 만큼 현실적인 대안 마련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심민규 기자 smk@aru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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