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건축 아파트 분양을 노리고 상가를 분할하는 이른바 ‘상가 쪼개기’가 깡통 분양권으로 전락할 가능성이 높아졌다. 상가 조합원의 아파트 분양권 기준을 완화하는 정관 변경은 조합원 전원 동의가 필요하다는 법원의 판결이 잇따르고 있기 때문이다. 이미 대법원에서 심리불속행 기각으로 판결을 확정한데 이어 다른 구역에서도 동일한 판결이 내리고 있는 것이다.
서울중앙지방법원 제37민사부는 지난 19일 서초구의 A재건축아파트의 조합원인 B씨 등이 조합을 상대로 낸 ‘총회결의 무효 확인’소송에서 원고 승소 판결을 내렸다.
판결문에 따르면 A재건축 추진위원회는 지난 2020년 9월 상가재건축협의회와 합의서를 작성했다. 합의서에는 최소분양 단위 규모 추산액 비율을 0.1로 명시하고, 정관에 상가 독립정산제 등을 포함하는 내용이 담겼다.
이에 따라 추진위는 2020년 10월 창립총회에서 전체 조합원 1,419명 중 1,016명이 동의로 합의서를 승인하는 내용의 결의를 거쳤다. 이어 조합은 2022년 2월 정기총회에서 820명의 동의로 ‘상가합의서 적용’ 규정을 신설하는 정관변경 안건을 통과시켰다.
하지만 B씨 등은 정관 변경을 위한 의결정족수를 충족하지 못했다며 소송을 제기했다. 실제로 현행 도시정비법상 상가 조합원은 상가를 분양 받는 것이 원칙이다. 대신 상가 조합원에게 불합리한 경우에 한해 제한적으로 아파트를 분양받을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새로운 상가를 건설하지 않거나, 상가 조합원이 가진 상가에 비해 지나치게 작은 상가를 공급한 경우, 신축 상가의 최소 가격이 신축 아파트의 최소 가격보다 높은 경우가 해당된다.
다만 상가 조합원의 자산이나 상가 분양 이후 남은 금액이 최소평형 아파트 가격의 일정 비율 이상이어야 분양이 가능하다. 시행령에는 해당 비율을 정관 등으로 정하도록 하고, 정관에 정하지 않은 경우에는 ‘1’을 적용토록 규정하고 있다.
따라서 B씨 등은 시행령 기준보다 낮은 ‘0.1’을 적용한 합의 내용으로 정관을 변경하기 위해서는 조합원 전원 동의를 받아야 한다고 주장한 것이다.
재판부도 해당 정관 개정에는 전원 동의가 필요하다고 판단했다. 시행령 규정은 상가 소유자에게 무분별하게 주택을 공급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한 예외적인 규정인 만큼 엄격하게 해석해야 한다는 이유에서다. 앞서 지난 8월 대법원도 서울고등법원이 내린 유사한 판결에 대해 심리불속행 기각으로 확정한 바 있다.
이에 따라 이른바 ‘상가 쪼개기’로 소형지분을 소유한 상가 조합원은 아파트 분양이 현실적으로 불가능해졌다. 아파트 최소 평형의 분양가에 미치지 못하는 상가를 소유한 조합원은 상가 분양 외에 다른 방법이 없기 때문이다. 사실상 아파트 분양을 목적으로 한 상가 쪼개기가 되레 분양 리스크로 돌아온 셈이다.
특히 이번 판결로 추진위 단계에서 상가와 아파트 공급 기준을 낮추는 내용의 합의도 효력을 잃게 될 전망이다. 현재 강남 등 일부 지역에서는 조합을 설립하기 위해 상가 조합원의 아파트 공급 기준을 낮추는 합의서를 작성한 단지들이 적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법무법인 조운의 박일규 대표변호사는 “법원이 상가 조합원의 아파트 공급 기준을 엄격하게 해석하고 있는 만큼 전원 동의를 받지 않는 이상 정관 변경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며 “상가 조합원은 물론 추진위에서도 법령 취지에 따라 상가 분양이 원칙이라는 인식을 가질 필요하다”고 말했다.
심민규 기자 smk@aru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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