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적이양제 도입을 위한 서울시의 발걸음이 빨라지고 있다. 용적이양제는 문화재 보존 등으로 활용하지 못하는 용적을 개발 여력이 있는 곳으로 넘겨주는 것을 말한다.
시는 올해 상반기 중으로 가칭 서울특별시 용적이양제 운영에 관한 조례 제정을 위해 입법예고하고 하반기부터 본격 시행에 들어가겠다고 24일 밝혔다.
이른바 ‘TDR(Transfer of Development Rights)’로 알려진 용적이양제는 그동안 우리와 다른 법 체계로 국내 적용에는 어려움이 있다는 연구 결과가 많았다. 이에 시는 도시계획·법률 등 전문가 자문과 연구를 통해 ‘서울형 용적이양제’ 개념을 새롭게 규정하고, 적용 가능한 실행모델을 마련키로 했다.
실제로 용적이양제도와 유사한 제도들이 시행된 사례가 있다. 지난 2016년 2개 필지의 용적률을 통합해 소규모재건축 또는 리모델링을 하는 경우 용적률 인센티브를 제공하는 결합건축제도가 대표적이다. 또 이문3-1구역과 이문3-2구역, 성북2구역과 신월곡1구역 재개발의 용적률을 이양하는 결합개발이다. 다만 법적요건 논란과 당사자 간의 이해 충돌 등으로 활성화되지 못했다.
시는 현재 사업계획을 마련 중인 강동구 굽은다리역세권 활성화 사업에 건축법 상 결합건축 제도를 활용해 실제 용적이양 과정에 대한 테스트를 마무리 중이며 이를 토대로 실행모델을 완성할 계획이다.
외국의 경우 뉴욕 ‘원 밴더빌트(One Vanderbilt)’는 TDR을 통해 인근 그랜드센트럴터미널·바워리세이빙 빌딩(Bowery Saving Building)의 용적률을 이전받아 초고층 빌딩(93층 약 3,000%)으로 개발됐다. 도쿄 마루노우치에 위치한 신마루노우치빌딩(38층 약 1,760%)·그랑도쿄(43층 약 1,300%) 등 6개 빌딩도 문화재로 지정돼 있는 ‘도쿄역’의 용적률을 사들여 고층으로 올렸다.
시는 제도 도입 초기인 만큼 양도지역은 △문화유산 주변 지역 △장애물 표면 제한구역 등 장기적으로도 규제 완화가 어려운 곳을 위주로 선정할 계획이다. 이밖에 서울형 용적이양제에는 용적가치 산정 방안, 효율적인 용적이양 절차, 안정적인 공시 방안 등도 담긴다.
한편 시는 오는 25일 서울시청에서 ‘공간의 혁신, 도시의 진화: 서울형 용적이양제’를 주제로 한 도시정책 컨퍼런스를 열고 제도에 대한 공감대 형성 및 합리적인 실행모델을 모색해 나갈 계획이다.
제도 안착을 위한 ‘서울형 용적이양 선도사업’도 추진한다. 시는 지역주민 의사를 최우선으로 고려해 선도지역을 최종 선정하고, 지역 특성에 맞는 사업화 방안도 마련할 계획이다.
선도지역 선정에는 △규제 강도가 높고 완화가 어려워 용적이양제 도입이 우선적으로 필요한 지역 △노후가 심하고 개발압력이 높은 지역 ③제도 목적에 부합하면서 선도사업의 의의가 큰 지역 등이 우선 검토될 예정이다.
선도지역으로 선정되면 민간-공공 협력체계를 구축해 용적이양 추진 전 과정을 시가 전폭적으로 지원할 예정이다. 또 선도사업을 통해 각종 세부 운영기준을 마련하고 향후 제도 안정화를 위한 법령․시행령 개정 건의도 꾸준히 병행해 나갈 방침이다.
조남준 서울시 도시공간본부장은 “서울형 용적이양제는 역사·자연적 자산은 보존하면서도 개발이 필요한 지역 성장을 촉진하며 지속가능한 서울의 미래를 열어줄 것”이라며 “현행 제도 속에서 풀어내기 어려웠던 중복 규제 지역의 숨통을 틔우고 도시 균형발전을 견인하는 제도로 안착시키기 위해 논의와 연구를 지속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박노창 기자 park@aru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