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비사업 수주전에서 현대건설의 기세가 매섭다. 최근 공사비 약 1조2,800억원 규모의 부산 우동3구역 시공권을 따내면서 누적 수주액은 창사 이래 첫 8조원을 넘어섰고, 역대 최고 기록도 갱신했다. 연말 시공권 확보를 노리는 곳에서 수주에 성공할 경우 9조원을 돌파하는 등 ‘황금기록’도 가능할 것으로 현대는 전망했다.

하지만 수주 기록을 면밀하게 분석하면 정비업계의 맏형이라는 수식어가 무색할 정도다. 대부분의 사업장 모두 수의계약으로 진행됐기 때문이다.

실제로 현대는 올해 정비사업과 리모델링 등 모두 12곳의 사업장에서 시공권을 확보했다. 이중 11곳은 모두 수의계약을 통해 선정이 이뤄졌다. 그나마 경쟁이 펼쳐졌던 대전 도마변동5구역에서는 GS건설과 컨소시엄을 이뤄 두산건설과 맞붙었다. 결과는 모두가 예상했듯이 컨소시엄의 싱거운 승리로 마무리됐다. 누가 봐도 압승이 예상됐던 결과다.

현대가 올해 수주전에서 거둔 성과는 약 8조3,520억원에 달한다. 12곳의 사업장에 투입한 입찰보증금 규모도 어마어마하다. 대략 3,935억원으로 추산됐다. 사업장별로 평균 327억원 가량을 납부한 셈이다.

수백억원에 달하는 입찰보증금은 현대 정도의 네임벨류를 가진 건설사가 아니라면 내부 투자심의를 통과하기는 어려운 게 현실이다. 막대한 입찰보증금은 현대의 무혈입성을 가능하게 했던 이유이기도 하다. 일각에서는 현대가 눈독을 들인 사업장은 수백억원의 보증금이 책정되면서 한편의 시나리오처럼 최초 입찰에서 수의계약 전환까지 일사천리로 진행되고 있다는 말까지 나온다.

물론 경쟁 성사에 대한 기대감이 높았던 사업장도 있었다. 서울 방배신동아로, 현대와 포스코건설이 자존심을 내걸고 최초로 하이엔드 브랜드를 내건 한 판 승부가 펼쳐질 것으로 예상됐다. 입찰마감을 앞두고 업계의 촉각은 ‘사업조건’에 집중됐지만, 돌연 현대가 입찰을 포기하면서 진검승부는 무산됐다.

이제 남은 사업장은 울산 중구B-04구역이다. 입찰 전부터 삼성물산과 현대가 시공권에 관심을 보였던 만큼 업계는 ‘빅매치’를 기대하고 있다. 경쟁은 조합원 이익의 전제다. 입찰참여사들은 수주를 위해 경쟁사보다 더 나은 사업조건을 제시할 수밖에 없다. 현대가 브랜드 파워와 사업조건으로 승리의 깃발을 거머쥘 수 있을지, 아니면 타 사업장으로 눈길을 돌려 기존처럼 총성 없는 전쟁을 펼칠지는 두고 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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