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정비사업은 초고층 아파트 전성시대다. 최고 35층까지만 허용했던 서울시 정책 기조가 규제 완화로 바뀌었기 때문이다.
실제로 지난 2022년까지만 해도 시는 35층 룰을 적용해 아파트 스카이라인을 관리해왔다. 한강과 남산 조망권을 시민에게 돌려주겠다는 이유에서다. 당시 업계에서는 획일적인 규제로 층수를 관리해왔던 시 정책이 합리적이지 못하다는 의견도 적지 않았다.
하지만 오세훈 서울시장이 재집권한 이후 지난해 1월 ‘2040 서울플랜’에서 35층 층수규제가 폐지됐다. 이에 따라 한강변에 위치한 아파트들을 중심으로 초고층 건립을 구상하는 정비사업장들이 늘고 있는 추세다. 초고층 기준은 건축법 및 재난관리법에 따라 층수가 50층을 넘거나 높이가 200m를 초과하는 경우로 정하고 있다.
대표적인 사업장은 잠실5단지, 압구정, 성수, 여의도 일대 등으로 60층 이상 초고층 건립을 골자로 정비계획이 수립됐거나 앞두고 있다. 다만, 초고층 아파트 건립의 경우 공사비 상향 등을 우려하는 일부 목소리도 나온다.
35층 폐지→잠실5 최고 70층
서울시의 35층 룰이 폐지된 후 최고 70층 높이의 아파트 건립에 시동을 건 대표적인 단지는 신속통합기획 재건축을 추진하고 있는 송파구 잠실주공5단지다. 이 단지는 당초 2030 서울플랜을 적용한 계획으로 최고 50층 높이의 아파트을 짓는 건축심의 접수까지 마쳤던 곳이다. 이후 2040 서울플랜에 따라 초고층 건립이 가능해지면서 최고 70층으로 상향·조정했다.
실제로 시는 지난 4월 도시계획위원회 수권분과소위원회에서 잠실5단지 재건축 정비계획 결정(변경) 및 경관심의안을 수정·가결했다.
수정·가결된 핵심 내용은 잠실역 인근 복합시설용지에 대한 용도지역 상향이다. 3종일반주거지역의 경우 35층에서 49층으로, 준주거 복합용지는 50층에서 70층으로 층수가 완화됐다. 2040 서울시 도시 및 기본계획에 따라 일률적으로 경직되게 운영해왔던 층수 기준을 다양한 경관이 창출될 수 있도록 유연하게 변경했다는 게 시의 설명이다. 건립규모는 6,491세대다.
이와 함께 층수 상향과 연계해 건폐율을 낮춰 보행자 시점의 개방감을 높이고, 단지 내 공원 2곳을 설치해 열린공간을 조성한다. 한강으로 연결되는 입체보행교를 신설해 잠실역에서 한강으로의 접근성도 높인다.
앞서 이 단지는 지난 1978년 준공됐다. 노후화에 따라 재건축 필요성이 제기됐고, 지난 2005년 정비구역으로 지정된 후 2013년 조합설립인가를 받았다. 하지만 층수규제, 교육환경영향평가 등을 둘러싸고 시와 갈등을 겪어왔다. 이후 2021년 교육환경영향평가를 통과하고, 층수규제까지 완화되면서 재건축에 속도를 내고 있다. 조합은 내년 안에 사업시행인가를 받는 것을 목표로 두고 있다.
압구정 일대도 70층 현실화
압구정 일대 노후 단지들이 재건축을 통해 초고층 스카이라인을 그릴 전망이다. 최대 70층 높이의 아파트 건립을 골자로 한 재건축 밑그림이 곳곳에서 그려지고 있다. 이 일대는 6개 구역으로 나뉘어 시 신속통합기획으로 재건축을 추진하고 있는데, 압구정 아파트지구 내에서 2구역이 가정 먼저 정비계획이 결정되는 등 가장 사업 속도가 빠르다.
압구정2구역의 경우 지난달 25일 시 도시계획위원회 수권분과소위원회에서 정비구역·정비계획 결정안이 수정·가결됐다.
결정안에 따르면 압구정2구역은 재건축을 통해 최고 70층 높이의 아파트 2,606세대 규모를 짓는다. 최고 높이의 경우 250m 이하, 용적률은 300% 이하가 적용된다.
이와 함께 동호대교 남단 논현로 주변은 20층~39층, 현대고등학교 도로변은 25층 이하 중저층을 배치하는 등의 내용이 담겼다. 한강 조망을 사유화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올 수 있는 만큼 위압감을 완화하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인근 압구정3구역도 이달 13일까지 최고 70층 높이의 아파트 건립이 가능한 정비계획 결정 변경안에 대한 공람·공고가 진행 중이다. 다만, 조합이 77층까지의 상향·조정을 추진하고 있는 만큼 향후 변경 가능성도 있다.
압구정3구역은 압구정동 360-1번지 일대로 면적이 39만9,595.1㎡에 달한다. 부지가 넓은 만큼 건립규모도 상당하다. 2개 획지로 구분해 무려 5,175세대 등을 건립한다. 높이는 최고 291m로, 최대 70층까지 건설할 수 있다. 용적률은 획지1과 획지2에 각각 269.8%이하 및 294.8%가 적용된다.
여의도시범·목화 등 60층 이상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일대에서도 60층 이상 초고층 아파트 건립을 계획한 정비구역들이 포착되고 있다. 일부 단지는 관광 명소로 꼽히는 관내 63빌딩 층수를 뛰어넘으면서 초고층 랜드마크 건립과 함께 상징성까지 더해질 수 있다는 분석이다. 서울시 신속통합기획을 추진하고 있는 여의도 시범아파트, 목화아파트가 대표적이다.
먼저 시는 여의도 시범아파트 재건축 정비구역·정비계획 결정 변경안 및 지구단위계획 결정 변경안에 대한 주민공람을 이달 15일까지 재공람·공고한다. 용적률 399.99%를 적용해 최고 65층 높이의 아파트 2,473세대 등을 짓는 게 핵심으로, 건립 여부를 두고 갈등이 발생했던 데이케어센터 공공기여를 반영하는 내용도 포함됐다. 데이케이센터는 최고 4층 높이로 건립된다.
아울러 이번 변경안에는 기존 지구단위계획에서는 인근 삼부아파트와 특별계획구역으로 묶여 정비사업 밑그림이 마련됐지만, 각 단지별로 재건축을 따로 추진하는 내용도 포함됐다.
이와 함께 시는 지난 1일 여의도 목화아파트의 재건축 정비계획 결정(변경)에 대한 주민공람도 마쳤다.
공람 주요 내용은 용도지역 상향이다. 제3종 일반주거지역에서 일반상업지역으로 종상향됐다. 최고 층수는 60층이 적용되고, 423세대 규모로 재건축된다. 현재는 최고 12층 높이의 아파트 312세대 규모로 구성됐다.
이 일대는 상업지역으로 직주근접 등에 대한 입지조건을 자랑한다. 지하철5호선 여의나루역을 도보권에 둔 초역세권 입지를 갖췄다. 여의도초·중·여고 등 학군도 우수하다. 한강 조망권을 갖추면서도 한강시민공원으로의 접근성이 뛰어나 쾌적한 자연환경을 누릴 수 있다.
성수1~4지구, 재개발도 초고층
재개발도 초고층 아파트 건립을 추진한다. 바로 성수지구다. 신속통합기획을 통해 70층 안팎의 층수로 재개발이 가능한 기반을 마련했다.
시는 지난달 25일 도시계획위원회 정비사업 수권분과위원회를 열고 성수전략정비구역 재개발 정비계획 결정(변경) 및 도시관리계획 결정 변경안을 수정·가결했다.
변경안에 따르면 최고 높이는 250m로 설정됐다. 압구정과 마찬가지로 70층 이상의 초고층 아파트 건립이 가능하다는 의미다. 용적률은 300%를 적용한다. 준주거지역에선 500%를 적용 받는다. 신축 규모는 9,428세대로, 웬만한 신도시 수준이다. 특히 세대수의 경우 기존보다 약 14%p 이상을 높여 사업성 측면에서도 호재로 작용하고 있다.
현재 성수지구 일대에서 가장 사업 속도가 빠른 곳은 4구역이 꼽힌다. 조합은 현재 최고 77층 높이의 아파트를 짓는 정비계획 변경을 추진 중으로, 이르면 내년 상반기 시공자 선정에 나설 것이란 전망이다.
인근 2지구도 주민조사 결과 70층 이상 건립을 원하는 주민이 64%를 차지했던 만큼 초고층 건립 가능성을 높이고 있다.
다만, 일부는 공사비가 올라갈 수 있다는 점을 우려한다. 설계와 공법에 더 신경써야하기 때문이다. 소방법상 ‘준초고층’에서 ‘초고층’ 건축물로 구분될 경우 안전성 확보를 위해 규제가 더 강화될 수 있다는 것이다.
한편, 성수전략정비지구 일대는 한강르네상스 계획의 일환으로 지난 2009년 지정돼 4곳으로 나뉘어 재개발이 추진돼왔다. 정비사업이 동시에 추진돼야만 조성 가능했던 대규모 기반시설이 많았던 데다 지역 내 이해관계가 많아 사업 추진이 어려웠다는 게 시의 설명이다.
이혁기 기자 lee@aru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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