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픽=홍영주 기자]

2024년 건설사들은 대대적인 인적쇄신에 나섰다.

상위 10대 건설사 중 7곳이 CEO를 교체했는데, 다수는 ‘재무통’ 출신이다. 풍부한 경험을 갖춘 재무전문가를 앞세워 시장 불확실성에 대비하겠다는 의미로 분석된다. 원자잿값·인건비 상승 등 재개발·재건축을 포함한 건설시장 침체 우려가 커지면서 실적부진 및 성장세 둔화에 대응하기 위한 인사조치라는 평가다.

실제로 지난해부터 수장을 교체한 건설사는 현대건설, 현대엔지니어링, 대우건설, DL이앤씨, SK에코플랜트, HDC현대산업개발 등이다. 이중 현대건설과 SK에코플랜트 등은 수장 자리에 1970년대생 인사를 내정했다. 젊은 리더십을 통해 위기를 극복하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대우건설, GS건설 등은 대표 자리에 총수 일가를 배치했다. 대내외 불확실성이 커진 상황에서 빠른 의사결정을 내리려는 조치로 해석된다. 다만, 삼성물산 건설부문과 롯데건설은 유임을 결정했다. 쇄신보단 안정화를 택했다는 평이 나온다.

[그래픽=홍영주 기자]

 

현대엔지니어링, HDC현대산업개발 새로운 수장으로 재무전문가… 주우정·정경구, 실적부진 및 성장세 둔화에 대응

현대엔지니어링과 HDC현대산업개발의 새로운 수장은 재무전문가다.

먼저 현대엔지니어링은 지난달 기아자동차 재경본부장을 지낸 주우정 사장을 신임 대표로 내정했다. 주 신임대표는 그룹 내에서 재무전문가로 꼽히는 인물이다. 1964년생으로 서강대학교 경제학과를 졸업하고, 현대차그룹 내 계열사를 돌며 재무관리 역할을 맡았다. 특히 2015년 현대제철에서 재무관리실장·원가관리실장·경영관리실장 등을 역임할 때 차입금 규모를 줄이면서 부채비율을 크게 낮췄다는 평가다.

HDC현대산업개발도 지난달 회사 최고 재무책임자 출신인 정경구 사장을 신임 대표로 교체했다. 정 신임대표는 1965년생으로 서울대 법학대학을 졸업했으며, HDC 그룹의 핵심 재무통으로 꼽힌다. 2008년 HDC현산 재무팀으로 입사한 후 경영기획본부장 등 핵심보직을 거쳐 2020년 CFO(최고 재무책임자) 자리에 올랐다.

 

SK에코플랜트, 현대건설 역시 새 수장에 1970년대생… 김형근·이한우, 세대교체·젊은 리더십 통해 위기 극복 나선다

SK에코플랜트와 현대건설은 1970년대생 인사로 세대교체를 단행했다. 젊은 리더십을 통해 건설업 침체 위기를 극복하겠다는 인사조치라는 평가다.

SK에코플랜트의 경우에도 새로운 수장은 현대엔지니어링과 HDC현대산업개발과 마찬가지로 ‘재무통’으로 통한다. 여기에 ‘젊은 리더십’까지 갖췄다는 평가까지 뒤따른다.

SK에코플랜트의 경우 지난해 7월 김형근 전 SK E&S 재무부문장을 새 대표 자리에 앉혔다. 1970년생인 김 대표는 1997년 SK이노베이션의 전신인 유공에 입사한 후 재무관리와 사업 포트폴리오 관리 부문에서 활약했다. 2016년 SK주식회사 재무1실장, 2020년 SK에어가스 대표, 2021년 SK주식회사 포트폴리오매니지먼트 부문장 등을 거쳤다.

현대건설도 세대교체라는 특단의 조치에 나섰다. 지난해 말 현대차그룹은 정기 임원인사를 통해 현대건설 윤영준 사장 후임으로 이한우 주택사업본부장을 부사장으로 승진시키고, 신임 대표이사로 내정했다.

이 대표는 1970년생으로 서울대 건축공학과를 졸업했다. 1994년 현대건설에 입사한 후 전략기획사업부장, 건축주택지원실장 등을 역임했다. 현장 경험, 기획·전략 전문성을 두루 갖춘 인물로 평가받고 있다. 전임 사장의 경우 1957년생인 점을 고려했을 때 이번 인사는 세대교체 성격이 강하다는 분석이다.   

 

DL이앤씨, 포스코이앤씨도 신규대표 선임… 박상신·정희민, 풍부한 경험으로 위기관리에 능한 전문가 배치

DL이앤씨와 포스코이앤씨도 신규대표 선임을 마쳤다.

DL이앤씨의 경우 지난해 8월 DL건설 대표이사를 겸임하던 박상신 주택사업본부장을 신임 대표로 선임했다. 성과와 역량이 검증된 리더를 대표로 전진 배치해 건설업의 위기 극복과 동시에 신사업에 속도를 내겠다는 것으로 풀이된다.

박 대표는 1962년생으로, 고려대학교 경영학과를 졸업했다. 1985년 DL건설의 전신인 삼호에 입사한 후 주택사업 부문에서만 30년 넘게 경험을 쌓아온 ‘건설 베테랑’으로 평가 받는다. 2014년 삼호 경영혁신본부장, 2016년 고려개발 대표, 2017년 대림산업(현 DL이앤씨) 주택사업본부장 등을 거쳐 2018년 3월부터 대림산업 대표를 맡았다.

2019년 1조원의 영업이익 실적을 자랑한다. 아울러 삼호 경영혁신본부장 시절 워크아웃 조기졸업을 통해 경영 정상화를 이끌어냈다는 점에서 위기관리 능력이 높다는 평가다.

포스코이앤씨는 정희민 건축사업본부장이 대표이사 자리에 올랐다. 정 대표는 1964년생으로 인하대 건축공학과를 졸업했다. 재무, 전략, 영업 등 전문영역을 보유했던 전임자들과 달리 건축 전문가로 꼽힌다. 건설업 침체를 극복하기 위한 돌파구로 건축통을 대표이사에 내정했다는 분석이 나오는 이유다. 2002년 포스코건설(현 포스코이앤씨)에 입사했다. 2015년 건축사업본부 건축사업실 LCT 사업단장, 2020년 건축사업실장 등을 지냈다. 

 

대우건설, GS건설은 신임 대표자리에 각각 김보현·허윤홍… 총수 일가 선임, 시장 불확실성 커진 상황에서 빠른 의사결정 내리려는 조치로 해석

대우건설과 GS건설은 신임 대표자리에 총수 일가를 선임했다. 

대우건설의 경우 지난해 말 정창선 중흥그룹 회장 사위인 김보현 총괄부사장이 신임 대표자리를 맡았다. 총수 일가가 CEO자리에 오른 만큼 빠른 의사결정으로 건설업 불확실성에 대응하면서도 내실경영에 집중하겠다는 의도로 읽히고 있다. 실제로 김 대표이사는 신년사에서 안전과 함께 내실경영에 집중하겠다는 뜻을 전했다.

김 대표이사는 지난 2일 신년사를 통해 “건설업 불확실성 확대는 건설시장 안정성을 지속적으로 위협하고 있다”며 “안전을 최우선으로 재무건전성을 확보하는 내실경영에 집중해야한다”고 밝혔다.

김 대표는 1966년생으로, 목원대학교 산업정보대학원에서 경영학을 전공했다. 2020년 헤럴드 부사장, 2022년 대우건설 고문 등을 거쳤다.

GS건설도 2023년 10월 허창수 GS그룹 명예회장 아들인 허윤홍 사장을 대표로 임명한 바 있다. 오너 4세로 불리는 허 대표는 1979년생이다. 당시 젊은 대표가 경영 일선에 등판하면서 업계의 이목도 집중됐다.

2002년 GS칼텍스 신입사원으로 입사한 후 사원기간을 거쳐 2005년 GS건설에서 본격적인 건설 관련 업무를 시작했다. 그동안 재무, 경영혁신, 플랜트사업 등 여러 분야에서 다양한 사업 및 경영관리 경험을 쌓아왔다는 평가다. 

 

삼성물산 건설부문, 롯데건설은 대표 유임… 오세철·박현철, 쇄신보다는 안정화 도모

삼성물산 건설부문과 롯데건설도 GS건설과 마찬가지로 대표가 유지됐다. 업계에서는 쇄신보다 경영 안정화를 택했다는 평가가 이어지고 있다.

삼성물산 건설부문의 경우 오세철 대표체제로 정비사업 전성기 부활을 도모하고 있다. 해외통으로 평가 받는 오 대표는 1962년생으로 서울대학교 건축공학과 학사 과정을 마쳤다. 2015년 플랜트PM본부 본부장, 같은 해 건설부문 플랜트사업부장 등을 거쳐 2020년 건설부문사장, 2021년 대표이사 자리에 올랐다.

롯데건설 박현철 대표이사 부회장의 경우 최고경영자 자리에 오른 지 3년차를 맞이했다. 박 대표이사 부회장은 경영 효율성 극대화와 창의적인 사고를 바탕으로 한 업무수행 등을 강조한다.

지난 2일 시무식에서 박 대표이사 부회장은 “부서와 현장 단위의 실질적인 업무 프로세스 혁신으로 경영 효율성을 극대화해야 한다”며 “창의적으로 업무수행에 나서면서도 다양한 계층의 아이디어가 활용될 수 있도록 적극적으로 소통할 것”을 주문했다.

박 대표이사 부회장은 1960년생으로 경북대학교에서 통계학을 전공했다. 1985년 롯데건설에 입사해 2006년 롯데그룹 정책본부 운영실 상무보, 2014년 롯데쇼핑 운영담당 전무, 2020년 롯데지주 경영개선실장 사장직을 맡았다.

이혁기 기자 lee@arunews.com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저작권자 © 위클리한국주택경제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