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용산구 동부이촌동 리모델링 추진 단지들이 일각에서 제기된 사업방식 전환 주장에도 불구하고 전진하고 있다. 이촌동 일대에는 이미 착공에 들어간 선두 이촌현대를 비롯해 이촌강촌, 코오롱, 한가람, 우성 등 5개 단지가 리모델링 사업을 추진 중이다. 각 조합은 모두 시공자 선정을 마치고 건축심의를 진행하는 등 수년 간 리모델링에 매진해왔다.
하지만 일부 주민들이 종상향 및 용적률 완화 등을 근거로 사업 전환 목소리를 냈다. 지난 10월 말에는 강남권 前 조합장을 강사로 초빙해 사업설명회를 열기도 했다. 그럼에도 각 조합들은 기부채납과 공공임대, 재초환 등을 고려했을 때 리모델링이 주거환경 개선의 열쇠라는 입장이다. 실제로 사업도 순항하고 있다.
최대 규모 한가람아파트가 최근 시공자인 GS건설·현대엔지니어링 컨소시엄과 가계약을 체결했고, 이촌강촌아파트는 건축심의 접수를 마치고 이달 24일 서울시 심의를 진행했다. 이촌동 리모델링의 현재 추진 과정을 알아봤다.
‘최대 사업장’ 이촌한가람아파트, GS·현엔 컨소와 가계약… “사업 동력 마련”
동부이촌동 일대 최대 사업장인 이촌한가람아파트가 지난달 말 시공자인 GS건설·현대엔지니어링 컨소시엄과 가계약을 체결하면서 리모델링이 궤도에 올랐다. 조합은 리모델링 사업 동력이 마련된 만큼 속도를 올리겠다는 방침이다.
먼저 사업계획에 따르면 이 단지는 용산구 이촌동 404번지 일대로 현재 최고 22층 19개동 2,036세대로 구성됐다. 준공년도는 1998년이다. 리모델링을 통해 최고 35층 높이의 아파트 2,281세대로 재탄생한다. 245세대를 늘려 일반분양분으로 공급한다. 기존 용적률은 358%다.
공사비는 무려 약 1조원에 달한다. 앞서 조합은 지난 2022년 10월 말 시공자 선정 총회를 열고 GS건설·현대엔지니어링 컨소시엄을 선정했다. 이후 조합과 시공자 측은 지속적으로 협의를 이어왔고, 지난달 29일 가계약을 체결하면서 리모델링 추진에 힘이 실리게 됐다.
이번 계약에는 공사중단, 대여금 중지 사유에 이주지연 항목이 삭제됐다. 또 하도급 업체의 부실시공, 하자 책임도 시공자가 지도록 했다. 한가람아파트는 기존 규모가 2,000세대가 넘는 대단지인 만큼 이주 지연 리스크를 최소화하겠다는 취지다.
최근 몇 년 간 시공 문제도 업계에서 이슈가 된 만큼 안전장치도 마련한다는 계산이다. 하도급사의 부실시공과 하자 문제가 발생할 경우 책임은 시공자인 GS·현엔 컨소시엄이 진다.
앞으로 조합은 건축심의 준비에 착수해 내년 통과를 목표로 사업을 추진한다. 이어 내후년 권리변동계획 수립과 사업계획승인을 거쳐 2026년 말부터 이주에 착수하겠다는 구상이다.
차주환 조합장은 “이번 가계약은 우리 아파트가 대단지인 만큼 이주 지연 항목 삭제와 최근 이슈 된 안전 문제를 예방하는 내용 등이 담겼다”며 “앞으로도 리모델링사업에 대한 확신을 가지고 응원과 지지를 부탁드리며, 3년 내 이주를 목표로 두고 속도감 있게 사업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이촌강촌, 이촌코오롱은 건축심의 박차… 강촌은 이달 24일 서울시 심의 마쳐
이촌강촌아파트와 이촌코오롱아파트는 건축심의 관련 절차를 진행 중이다. 강촌은 이번 달 건축심의안에 대해 서울시 심의를 마쳤고, 코오롱은 교통영향평가를 접수한다는 방침이다.
이촌강촌아파트는 용산구 이촌동 402번지, 403번지 일대로 대지면적이 3만987.6㎡다. 최고 22층 9개동 1,001세대 규모에서 리모델링을 통해 지하5~지상25층 높이의 아파트 1,113세대로 재탄생하게 된다. 늘어나는 112세대는 일반분양한다. 시공자는 현대건설이다.
이촌강촌은 지난해 12월 14일 서울시에서는 최초로 리모델링 사전자문을 통과했다. 이어 올해 3월 26일 도시계획위원회 심의를 통과하고 8월 30일에 건축심의를 접수했다. 이에 대한 심의를 이달 24일 진행했다. 심의에서는 '조건부 보고' 결과가 나와 시는 조만간 조합 측에 보완사항을 전달할 예정이다. 해당 사항을 수정해 통과될 경우 별도의 재심의 과정 없이 건축심의는 마무리된다. 조합은 현재 시의 수정요청을 기다리고 있다.
아울러 조합은 내년 1월 19일 열리는 정기총회에서 사업의 지속 여부를 조합원 투표로 결정한다는 계획이다. 지난 2020년 7월 신설된 주택법에 따라 조합설립인가 후 3년이 되는 날까지 사업계획승인을 받지 못하는 경우, 3년이 되는 날부터 3개월 이내에 총회의 의결을 거쳐 해산 여부를 결정해야하기 때문이다. 앞서 이촌강촌은 2021년 10월 21일 조합설립인가를 받은 바 있다.
이대우 조합장은 “시에서 보완사항이 나오는 대로 관련 절차를 진행하고, 내년 1월 중순 총회에서 리모델링 지속 안건을 가결해 사업 지속을 결정지을 것”이라며 “내년에 권리변동계획 수립, 사업계획승인을 거쳐 2026년 말부터 이주를 시작하는 것이 목표다”고 말했다.
이촌코오롱아파트의 경우 용산구 이촌동 412번지 일대로 대지면적은 2만7,572㎡다. 현재는 최고 22층 834세대로 구성됐다. 리모델링을 마치면 최고 23층 높이의 아파트 948세대가 새로 들어선다. 일반분양분은 114세대다. 시공은 삼성물산이 맡는다. 이 단지는 지난 7월 말에 사전자문을 통과하고 10월에는 도시계획심의를 매듭지었다. 이어 교통영향평가를 준비 중으로, 이달 31일 접수할 계획이다. 심의는 내년 2월 말에서 3월 초로 예상하고 있다. 내년 상반기 중 건축심의 마무리를 목표로 두고 있다.
김민정 조합장은 “이달 내로 교통영향평가를 접수하고 이르면 내년 1분기 내에 교통영향평가를 통과하길 바란다”며 “건축심의와 안전성 검토를 함께 준비하는 투트랙 전략으로 사업속도를 앞당길 것”이라고 밝혔다.
이촌우성, 사전자문 접수 완료… 내년 건축심의 통과까지 목표
이촌우성아파트는 서울시 사전자문 접수를 마쳤다. 내년 상반기 사전자문을 통과하는 대로 건축심의 통과에 속도를 낼 계획이다.
이촌우성아파트는 용산구 이촌동 193번지 일대로 대지면적이 7,215.4㎡다. 1995년에 최고 20층 2개동 243세대 규모로 입주했다. 리모델링으로 29세대를 늘려 지하5~지상21층 높이의 아파트 272세대로 탈바꿈한다.
시공은 SK에코플랜트가 맡는다. SK는 지난해 4월 8일 자사의 하이엔드 브랜드 ‘드파인’을 제안하면서 시공자로 선정됐다. 지난해 말 가계약까지 맺었다. 조합은 지난 11월 21일 사전자문을 접수하는 등 건축심의를 앞두고 있다.
사전자문은 6개월에서 8개월 정도 소요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내년 상반기 안에 사전자문을 마치고 하반기에는 건축심의 통과까지 목표로 추진하고 있다.
조합 관계자는 “사전자문 통과 시점은 내년 5월에서 6월 정도로 예측하고 있고, 건축심의 준비에도 만전을 기할 것”이라며 “내년 안으로 사전자문, 건축심의를 마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전망했다.
이촌 리모델링 선두인 이촌현대는 공정률 약 30%… 공사비 협상도 진행 중
이촌 리모델링 선두인 이촌현대아파트는 지난 2022년부터 착공해 현재 공정률이 약 30%로 파악됐다. 조합은 시공자인 롯데건설과의 공사비 협상도 진행하고 있다. 이곳은 지난 1974년 12월 준공된 ‘반백살’ 아파트다. 서울시에서 30세대 이상 늘어나는 증축형 리모델링사업장 중에서는 최초로 사업계획승인을 받기도 했다. 기존 규모는 최고 15층 653세대다. 리모델링으로 97세대를 증축해 최고 25층 750세대로 변신한다.
시공자는 롯데건설로 ‘이촌 르엘’ 단지 조성을 위한 공사가 한창이다. 조합은 최근에 러·우 전쟁으로 급등한 원자재 가격에 맞춘 공사비 협상을 진행하고 있다. 이 외에도 롯데건설이 공사기간을 2027년 5월까지 연장해달라고 요구한 부분에 대해서도 협의 중이다.
서울시도 지난 10월에는 코디네이터를 파견해 신속한 협상 타결을 돕고 있다. 앞서 시는 둔촌주공아파트, 대조1구역, 청담삼익아파트, 미아3구역, 안암2구역 등에서 합의를 이끌어내기도 했다.
이근수 조합장은 “현재 공정률은 약 30% 정도로 파악하고 있고 시공자와 이견차를 좁히기 위해 노력 중이다”며 “아직 협상이 진행 중이여서 구체적인 예상 일정은 파악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이호준 기자 leejr@aru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