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재개발 대어로 꼽히는 한남4구역이 시공자 선정을 앞두고 특정 건설사의 입찰지침 사전입수 및 완화·수정요구 등으로 연일 소란스럽다. 이 구역은 시공자 선정을 위한 대의원회 전 입찰지침서가 사전에 유출 됐고, 그 경로가 특정 건설사를 향하면서 논란이 불거진 바 있다. 그런데 이번에는 입찰지침 내용 완화에 대한 법률검토 결과 메일을 조합 임원이 조합장과 공유도 없이 무단으로 삭제했다. 업계에서는 삼성물산이 입찰지침서를 사전에 입수했고, 임직원이 직접 조합사무실을 방문해 입찰조건 완화를 요구했던 만큼 배후에 서 있는 게 아니냐는 의혹이 나온다.

한남4구역 [조감도=정비사업 정보몽땅]
한남4구역 [조감도=정비사업 정보몽땅]

한남4구역 재개발조합은 지난 7월 시공자 선정을 위한 입찰지침서를 이사회에서 가결하는 등 시공자 선정을 위한 준비작업에 돌입했다.

그런데 입찰공고가 나오기도 전에 삼성물산이 입찰지침서를 사전에 입수한 정황이 포착된다. 지침서 유출 경위는 조합 상근이사를 통해 전달된 것으로 파악됐다. 입찰공고 이후 현장설명회에서 공개됐어야 할 내용이 담긴 조합의 주요 문건이 사전에 유출된 셈이다.

삼성물산 용산사업소 소속 임oo 상무, 권oo 소장, 김oo 프로는 조합을 방문해 입찰지침 세부내용 수정을 요구했고, 지침이 완화되지 않으면 입찰참여가 어렵다고 의사를 전달했다. 요구사안은 크게 3가지다. 책임준공 확약서 제출, 상가 대물변제, 조합에 부담이 되는 계약사항 수정 불가 등을 포함해 다수 조건 완화를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물산의 요구는 자사 부담을 최소화하겠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일례로 책임준공 확약은 공사를 중단하지 않고 약속한 기일까지 완료하겠다는 게 핵심이다. 사업 기간이 늘어날 수 있는 부담요소를 최소화하면서 금융비용을 줄이기 위한 일종의 안전장치의 일환이다. 이 조건에 대한 완화·수정 요구는 약속한 공사기일을 넘길 경우 공사비 추가 증액분, 각종 금융비용 등에 대한 책임을 지지 않겠다는 것과 마찬가지라는 것이다.

조합은 삼성물산의 요구를 받아들이지 않고, 대의원회에서 입찰지침서를 원안 그대로 상정했다. 하지만 입찰지침 원안은 대의원회에서 부결됐다. 이 과정에서 삼성물산의 입김이 작용했다는 내부 증언이 나오고 있다. 삼성물산이 ‘입찰할 수 없는 조건’이라고 주장하면서 대의원 등 일부 조합 임원들에 대한 선동에 나섰다는 것이다.

결국 조합은 입찰지침서 수정에 나섰고, 완화 내용에 대한 법률검토도 진행했다. 그리고 지난 23일 이사회를 열고 일부 완화된 내용의 입찰지침 내용을 가결했다.

그런데 이 과정에서 심각한 문제가 드러났다. 조합은 입찰지침서를 수정하기 전 한 법무법인에 법률검토를 의뢰했는데, 해당 결과 메일을 상근이사가 무단으로 삭제했다. 조합 이메일로 회신한 사안을 상근이사가 임의적 판단 하에 조합장에 보고도하지 않은 채 무단으로 지운 것이다.

이번 법률검토 결과는 입찰지침 완화·수정에 대한 자문으로, 조합원들의 이익과 귀결될 수 있다는 게 업계의 중론이다.

조합장은 이사회 당시 법률검토 답변서가 담긴 메일을 삭제한 상근이사의 행위를 공개적으로 지적했다.

구역 내에서는 상근이사와 삼성물산 간에 결탁 의혹이 짙어지고 있다. 입찰지침서 사전유출 경로가 삼성물산을 향하고 있다는 점 외에도 법률검토 결과 메일을 조합장 등과 공유도 없이 무단으로 삭제했다는 이유에서다.

업계에서는 입찰지침서 완화에 대한 법률검토 결과가 조합원에게 유리한 반면, 삼성물산에는 불리한 내용이 담긴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구역 내 조합원들도 이 사실을 접하면서 법률검토 결과 메일을 삭제한 의도가 무엇인지 밝혀내야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구역 내 한 조합원은 “집행부는 입찰지침 완화 내용이 적절한 지 여부에 대한 법률검토 결과 메일을 상근이사가 무단으로 삭제한 의도가 무엇인지 진상규명부터 나서야 한다”며 “조합원들에 이익이 될 수 있는 입찰지침 내용들이 특정 건설사에 의해 완화·수정된 것이라면 바로 잡아야할 것”이라고 토로했다. 이어 “삼성물산은 입찰지침서를 마련하는 주체가 조합이라는 점을 망각하고 있다”며 “공정한 경쟁입찰에 나설 자신이 없다면 수주를 포기하는 게 마땅하다”고 지적했다.

이혁기 기자 lee@arunews.com

 

[반론보도] "한남4 조합임원, 입찰지침 법률검토 무단삭제… 배후에 삼성?" 등 관련

본 매체의 위 보도들과 관련하여 해당 상근이사는 "입찰지침서는 도정법상의 공개의무 조항에 따라 곧 공개될 예정이었다. 또한 조합장에 대한 보고에 혼선을 막고자 저녁에 받은 법률검토 메일을 잠시 휴지통에 넣어두고 파일은 따로 보관하고 있다가 다음 근무일에 조합장에게 보고하였다. 입찰참여 신청 서류에 책임준공 확약서를 삭제하게 된 이유는 그것이 포함된 안이 대의원회의에서 부결되어 수정이 불가피하였기 때문이다. 조합원들에게 가장 유리한 안을 대의원회의에서 통과시키기 위해 노력하였던 본인에 대해 제기된 삼성 물산과 결탁했다는 의혹은 전혀 사실이 아니다."라고 밝혀 왔습니다.

이 보도는 언론중재위원회의 조정에 따른 것입니다.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관련기사
저작권자 © 위클리한국주택경제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