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픽=홍영주 기자]

5월 29일을 마지막으로 제21대 국회가 일정을 마무리한다. 국회에 제출된 제·개정 법률안들도 자동으로 폐기된다. 재건축·재개발 등 정비사업의 추진 근거와 절차를 담은 도시정비법도 무려 45개에 달하는 개정안이 폐기 수순에 들어갈 전망이다. 다만 일부 개정안의 경우 다음 제22대 국회에서 다시 논의될 가능성이 높다. 정부가 지난 1월 발표한 패스트트랙 방안을 비롯해 조합과 건설사간의 분쟁 대상인 공사비 관련 제도 개선 등이 재입법에 들어갈 것이란 전망이다. 다음 회기에서 다시 검토될 가능성이 있는 도시정비법을 알아봤다.

 

공사비 급등에 조합-시공자 갈등 격화… 공사비 검증·분쟁조정위 역할 강화

[그래픽=홍영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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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시공 원자재가격과 인건비 등이 상승하면서 공사비 급등으로 인한 조합과 시공자 간의 갈등이 정비업계에 최대 이슈로 떠올랐다. 

3.3㎡당 공사비가 1,300만원에 달하는 구역이 나올 정도로 공사비를 둘러싼 문제가 확산되고 있는 상황이다.

이에 따라 국회에도 공사비 검증과 분쟁조정위원회의 역할을 강화하는 등의 내용을 담은 도시정비법이 다수 제출됐다. 민홍철 의원의 대표발의안을 비롯해 5개에 달하는 개정안이 제안된 것이다.

우선 민 의원의 개정안에는 공사비 검증 시 시공자가 공사비 세부 내역 등 검증에 필요한 자료를 일정 기한 내에 제출하도록 의무화하는 내용이 담겼다. 만약 해당 기간 내에 제출하지 않으면 과태료가 부과된다. 또 조합 총회에 공사비 검증 결과를 공개하고, 공사비를 증액하는 경우 총회의결을 받도록 했다. 해당 법안은 국토교통위원회 전체회의에 상정되어 소위에 회부됐지만, 국회 본회의에는 상정되지 못했다.

김정재 의원은 공사계약서에 설계변경 시 증액 기준 등을 대통령령으로 정하도록 의무화하는 법안을 내놨다. 시장·군수 등이 사업시행자에게 공사비 검증 계획 등을 제출하도록 요청하거나, 공사비 검증기관에 검증을 직접 요청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도 담겼다.

도시분쟁조정위원회의 심사·조정 권한을 강화해 공사비 갈등을 줄이는 개정안들도 다수 발의됐다. 도시분쟁조정위원회에서 공사비 분쟁을 조정할 수 있도록 심사·조정 대상을 확대하고, 공사 중단이나 입주 지연으로 분쟁당사자가 조정을 신청하면 위원회를 개최토록 하는 내용이다.

또 국토교통부 산하에 중앙도시분쟁조정위원회를 설치해 공사비 분쟁을 조정할 수 있도록 하는 유경준 의원의 개정법안도 있다. 중앙도시분쟁조정위의 조정안을 분쟁 당사자가 수락하는 경우에는 조정서의 내용이 재판상 화해와 동일한 효력을 갖도록 하는 조항을 신설했다.

해당 법안들이 모두 국회를 통과하지 못함에 따라 다음 회기에 유사한 내용의 개정안이 발의될 가능성이 높다. 공사비가 지속적으로 상승하면서 이미 시공자를 선정한 구역에서 본계약을 두고 분쟁을 벌이는 사례가 늘고 있기 때문이다.

 

“안전진단·정비계획·조합설립을 동시에” 정부 패스트트랙 법안

[그래픽=홍영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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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올해 초 발표한 ‘정비사업 패스트트랙’ 관련 법안도 재입법될 가능성이 높다. 주택공급 확대와 건설경기 부양 등을 위한 정책인 만큼 여당에서 강력하게 추진하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2월 유 의원이 대표발의한 도시정비법 개정법률안에는 패스트트랙을 추진하기 위한 내용이 담겼다. 먼저 재건축 안전진단의 명칭을 재건축진단으로 변경하고, 시장·군수 등은 사업시행계획인가 전까지 재건축진단을 실시하도록 했다. 현재는 안전진단을 통과해야 재건축을 추진할 수 있지만, 안전진단을 통과하지 못하더라도 조합을 설립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정비구역 지정 전에 조합설립을 위한 추진위원회 구성도 가능토록 했다. 추진위원회를 통해 정비계획 입안요청과 정비계획 입안제안이 가능토록 개선해 사업기간을 단축시키겠다는 취지다. 

정비구역 지정 이전에 LH나 신탁업자가 정비구역 지정 관련 업무에 대한 협약을 체결할 수 있도록 허용하는 대신 토지등소유자의 동의를 받도록 하는 내용도 추가됐다. 토지등소유자가 정비계획 입안 제안에 동의한 경우에는 신탁업자의 사업시행자 지정에 동의한 것으로 처리된다. 

해당 법안이 통과될 경우 30년 이상 아파트는 일단 추진위원회를 구성해 재건축을 진행할 수 있는 만큼 업계에서도 기대감이 높은 상황이다. 정부는 정비구역 지정과 조합설립을 동시에 진행할 수 있는데다 안전진단도 병행하는 만큼 최대 3년 이상 사업기간을 단축시킬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특히 전국에 준공 후 30년이 지난 아파트는 2022년 기준 전국 173만호에 달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따라서 패스트트랙 제도가 시행되면 올해 공공주택 물량이 지난해보다 약 6만호 이상 증가해 14만호 가량이 공급될 것이란 분석이다.

다만 패스트트랙이 발표됐지만, 법안 통과가 무산되면서 업계에서는 혼란이 발생하고 있다. 정부의 발표를 믿고 패스트트랙을 기다려온 정비사업 예정구역은 법안이 마련되기까지 다시 기다려야 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재건축 연한이 도래한 현장에서는 현행대로 안전진단을 진행해야 할지 재건축을 진행해야 할지, 개정안 통과를 기다려야 할지를 두고 고민이 깊어지고 있는 것이다.

 

‘유명무실’ 1+1 분양, 규제 완화로 실효성 개선… 전자투표제 도입 여부도 촉각

[그래픽=홍영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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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합원의 권리가액이 높거나, 면적이 넓은 주택을 보유한 경우 2채의 입주권을 부여하는 ‘1+1 분양’에 대한 실효성을 높이는 법안도 재검토될 가능성이 높다.

현행법에는 조합원이 소유한 주택의 권리가액이나 주거전용면적의 범위에서 2주택을 공급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하지만 1주택은 60㎡ 이하만 분양이 가능하고, 3년 이내에 주택을 전매할 수 없도록 제한하고 있다.

문제는 2주택을 분양 받으면 다주택자에 해당하는 만큼 종합부동산세 과세 대상이 되는 경우가 많다는 점이다. 특히 3년간 전매제한이 적용되어 재산권 행사가 불가능한 것은 물론 중과세 대상이 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실제로 일선 현장에서는 1+1 분양을 기피하면서 사실상 유명무실한 제도가 되고 있다. 1+1 분양 대신 대형평형을 분양 받거나, 일부 조합원들은 1+1 분양신청을 철회하는 상황까지 발생하고 있다.

이에 따라 태영호 의원은 2주택 분양을 받더라도 60㎡ 이하의 주택에 한해 전매제한을 풀어주는 법안을 발의한 바 있다. 또 김병욱 의원은 1+1 입주권으로 공급 받을 수 있는 주택의 최소 규모를 현행 60㎡ 이하에서 85㎡ 이하로 상향하는 개정안을 내놨다.

온라인 기술이 발전하고 있는 만큼 시대적 흐름에 따라 전자투표를 도입하는 법안도 다시 등장할 것으로 기대된다. 현행법에는 재난 발생 등으로 시장·군수 등이 조합원의 직접 출석이 어렵다고 인정하는 경우에 한해 전자적 방법으로 의결권을 행사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하지만 코로나19 등 팬데믹 사태가 재발할 수 있는데다, 서면결의서 징구로 인한 부작용 등을 감안해 상시적으로 전자투표를 허용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조응천 의원은 전자적 방법을 활용한 온라인 총회를 일반적인 의결권 행사 방법으로, 권영세 의원은 동의서 제출과 총회 의결권 행사를 전자적 방법으로 활용하는 법안을 각각 국회에 제출했다.

이밖에도 매년 침수로 인한 재해가 반복되고 있는 상황을 감안해 지하·반지하 주택을 노후·불량건축물로 인정하는 법안 등도 다음 회기에 재등장할 가능성이 있다.

심민규 기자 smk@aru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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