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픽=홍영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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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정비사업 공사비 분쟁이 급증함에 따라 갈등 최소화를 위해 팔을 걷어붙였다. 하지만 법적 구속력이 없는데다, 현실과 동떨어진 지원 제도로 인해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나온다.

국토부는 지난해 10월 주택공급 활성화 방안의 후속 조치로 ‘공사비 분쟁 완화 지원 방안’을 시행한다고 밝혔다. 우선 공사비 분쟁으로 정비사업 지연이 우려되는 경우 전문가를 파견하는 방안이 마련됐다. 분쟁을 겪고 있는 조합이나 시공사가 기초자치단체에 파견 신청하면, 광역지자체에서 전문가단을 구성해 파견하는 방식이다.

문제는 전문가 파견에 대한 실무를 국토부가 아닌 지자체에 떠넘겼다는 점이다. 국토부는 전문가 파견제도에서 비용 지원 역할만 한다. 따라서 기초자치단체나 광역지자체가 전문가 파견 제도를 적극적으로 이행하지 않을 경우 무용지물이 되는 셈이다. 

나아가 전문가를 파견하더라도 협의가 원만하게 진행될 가능성도 높지 않다. 공사비 분쟁은 조합과 시공자가 수차례의 협상을 진행했음에도 협의가 이뤄지지 않아 발생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협상을 통해 공사비가 조정될 수준이라면 굳이 전문가 파견이 필요하지 않다는 의미다. 실제로 전국적으로 공사비 분쟁이 급증하고 있지만, 전문가 파견 제도를 통해 갈등이 해소된 사례는 1~2곳 정도인 것으로 알려졌다.

공사비 사전컨설팅 제도도 유명무실하기는 마찬가지다. 공사비 사전컨설팅은 공사계약을 체결하지 않은 신규 조합을 대상으로 계약과 관련한 유의 사항이나 분쟁사례 등에 대해 설명하는 제도다. 현재 한국부동산원이 사전컨설팅 업무를 대행하고 있는 상황이다. 하지만 지난해 10월 제도가 시행된 이후 상담 신청은 자주 있었지만, 실제 접수까지 이어진 사례는 미미한 것으로 조사됐다. 

국토부가 지난 1월 마련한 ‘정비사업 표준공사계약서’도 현실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다. 표준계약서에는 시공자 선정 시 조합이 기본설계 도면을 제공하고, 시공사로부터 세부 산출 내역서를 받을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이 담겼다. 또 설계 변경이나 물가 변동에 따른 공사비 조정 기준도 포함됐다. 

다만 일선 조합에서는 공사비 분쟁의 원인을 세부 내역서 부재나 물가 변동 등으로 한정하고 있는 정부의 시각에 우려를 나타내고 있다. 이번 표준계약서는 이미 서울시가 공공지원제도를 통해 시행했던 내용이 대부분인데 사실상 공사비 분쟁을 방지하는 효과가 크지 않았기 때문이다. 또 물가 변동에 따른 공사비 인상 기준 등이 조합보다는 건설사에게 유리하게 적용할 수 있다는 주장도 나온다.

한 정비업체 임원은 “서울시의 공공지원제도에 따라 사업시행인가 이후에 시공자를 선정한 구역에서도 공사비 분쟁을 지속적으로 발생하고 있다”며 “공사비 산출근거가 명확하다고 해서 분쟁을 막을 수 있는 것은 아니라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정부와 지자체가 공사비 문제로 인한 갈등을 방지하겠다는 취지에는 공감하지만, 정비사업의 사업성 문제가 해결되지 않은 이상 분쟁을 막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고 지적했다.

심민규 기자 smk@aru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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