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묘~퇴계로 일대 세운재정비촉진계획 변경안이 25일부터 내달 8일까지 공람에 들어간다. 이번 변경안의 핵심은 녹지를 확충하고 노후된 상가군을 공원으로 전환하는 것이다. 아울러 세운지구를 일과 주거, 문화(직·주·락)가 어우러진 글로벌 신(新) 중심지로 육성하는 것이다.
시는 종묘에서 퇴계로 일대 약 43만㎡ 부지를 대규모 녹지공간과 업무 및 주거용 건물, 다양한 문화․상업시설이 어우러진 ‘녹지생태도심’으로 전환하기 위해 주민공람을 진행한다고 25일 밝혔다.
세운재정비촉진지구는 도심에서 가장 낙후된 지역이다. 청계천 복원을 계기로 지난 2006년 세운상가와 주변 지역을 재정비촉진지구로 지정했지만 2000년대 후반 글로벌 금융위기와 부동산 시장 침체 등으로 서울시 정책이 재생과 보존중심으로 전환되면서 변화의 기회와 동력을 잃었다.
재개발이 좌초된 세운지구에는 30년 이상 된 노후 건축물이 97%에 달하며 붕괴나 화재 등에 취약한 목조 건축물도 57%에 이른다. 특히 이들 건축물 중 40% 이상이 현 소방시설 기준을 만족하지 못하며 화재 시 소방차 진입에 필요한 최소폭 6m가 확보되지 않는 도로도 65%에 달한다.
올 4월에는 노후 건물이 밀집한 인현동 인쇄골목에서 화재가 발생해 한 건물에 시작된 불길이 주변으로 번져 18개 건물 등이 전소되는 피해를 입기도 했다. 또 지난 9월에는 세운상가의 외벽 일부가 떨어지면서 지역 상인을 덮쳐 심각한 부상을 입는 사고가 발생하기도 했다.
특히 지난 2014년 고시된 세운재정비촉진계획에서는 구역을 171개로 잘게 쪼개어 구역별로 도로 등 기반시설 확보가 어렵고 높이 등 각종 건축규제로 사업실행력이 낮아 지금까지 24개 구역만 사업이 추진되고 147개 구역은 정비구역 해제에 직면했다. 시는 이들 147개 구역을 23개 구역으로 통합하고 규제를 완화해 민간 재개발을 활성화할 계획이다.
▲세운상가군 단계별 공원화… 종묘 전면부 역사경관축 조성=시는 세운지구 일대를 서울을 대표하는 ‘쾌적하고 건강한 녹지생태도심’으로 변화시킬 계획이다. 세운상가, 청계상가, 대림상가, 삼풍상가, PJ호텔, 인현(신성)상가, 진양상가 등 상가군을 단계적으로 공원화하면 지구 내 약 13.9만㎡에 달하는 녹지가 확보된다.
이를 통해 지난 수십년 간 각계에서 요구해 온 북악산에서 창덕궁과 창경궁, 종묘, 남산으로 이어지는 녹지축이 조성되고 종묘 등 역사문화자산을 보다 돋보이게 하는 역사경관축이 만들어진다.
▲대규모 업무, 주거, 상업 인프라 공급… 직·주·락 도심으로 탈바꿈=시는 세운지구를 일과 삶의 공존, 직장과 주거가 혼합된 ‘경쟁력 있는 활력창조도심’으로 육성한다는 방침이다. 을지로 일대 업무․상업시설 개발 시 중심상업지역으로 용도지역 상향이 가능하며 이를 통해 100만㎡ 이상의 신산업 인프라가 공급될 것으로 기대된다.
시는 중심상업지역에서 일정 규모의 벤처창업 용도를 의무화하고 산업교류공간을 마련해 다양한 기업과 창조적 인재들이 모이도록 유도할 방침이다.
또 청계천과 도심공원 일대에는 도심 공동화를 막고 직주 혼합도시를 실현하기 위해 약 1만 세대의 쾌적한 도심 주거단지를 조성한다. 시는 세운지구 내 주택개발 시 공급주택 수의 10%를 도심형 임대주택으로 확충해 직장인, 청년, 신혼부부 등에 공급할 계획이다.
▲1,200석 공연장 건립… 충무로 등 도심 문화거점으로 재도약=시는 종묘~퇴계로 일대를 ‘매력 넘치는 고품격 문화도심’으로 재도약시킨다. 종묘~퇴계로 일대에는 각종 영화관과 공연장이 입지하고 있지만 도심 상권이 침체하고 영화산업이 구조적으로 변화하면서 침체기에 있다. 시는 한국 영화산업의 상징적 공간인 충무로 일대를 다시 한 번 도심 문화거점으로 활성화한다는 계획이다.
이를 위해 충무로 일대 민간 재개발 시 공연장 등 일정 규모 이상의 문화시설 설치를 의무화하고, 공공에서는 을지로 일대 도심공원 하부에 1,200석 규모의 대규모 뮤지컬 전용극장을 건립할 계획이다.
▲재정비촉진계획 부문별 가이드라인도 담아=계획안에 따르면 시는 세운상가군 전체를 존치정비구역(공원용지)으로 지정한 후 향후 주변 개발과 연계하여 기부채납을 받거나 통합재개발 등을 통해 공원으로 조성한다는 방침이다.
이번 계획안에는 정비구역과 일부 상가를 통합하여 재개발하는 방안도 담겼다. 중구청 일대 6-4-1구역과 인현(신성)상가가 통합개발 대상이다. 해당 구역은 물론 다른 구역도 주민들이 상가군과 통합개발을 원하는 경우, 시는 추가 인센티브를 제공하고 공공에서 정비계획을 수립하거나 직접 사업을 시행하여 신속하게 정비사업이 추진될 수 있도록 지원할 방침이다.
공공재개발은 공공에서 직접 정비계획을 수립하고 사업을 시행하는 방식으로 주민 30%가 동의하면 신청할 수 있다. 공공재개발 추진 시 동의율 기준 및 정비사업 인허가 기간 단축 등이 유리하며, 초과 용적률 부여 및 재원 조달 측면에서 사업성이 개선될 것으로 기대된다.
지역 영세사업자에 대한 다양한 대책도 포함하고 있다. 현재 세운지구에는 기계, 금속, 인쇄 등 영세사업자가 밀집해 있으나 산업구조의 변화, 열악한 환경 속에서 점차 쇠락하고 있다. 시는 재개발 시 민간 사업자가 이들 영세사업자에 대한 법적인 보상 외에 임시상가 설치, 우선 분양권·임차권 제공 등 세입자 대책을 마련하는 경우 용적률 인센티브를 부여한다.
또 기존 영세사업자들이 재정착할 수 있도록 단계별로 공공임대상가를 공급하는 방안도 금번 계획안에 함께 담았다. 대표적으로 중구 산림동에는 지하1~지상6층 연면적 4,235㎡의 규모의 상생지식산업센터가 조성돼 총 58호의 공공임대상가가 운영되고 있다.
여장권 서울시 균형발전본부장은 “종묘~퇴계로 일대가 녹지생태도심 재창조 전략의 핵심 선도사업인 만큼 신속하게 정비사업이 시행될 수 있도록 전폭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박노창 기자 park@aru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