층간소음 문제가 단순한 이웃 간의 분쟁 차원을 넘어 살인 등 사회문제로 대두되면서 이에 대한 기준도 강화되고 있다. 또 층간소음이 아파트 단지의 가치를 결정하는 요인으로 작용하면서 건설사들도 층간소음에 대한 시공에 신경을 쓰고 있다. 이에 따라 최근 지어진 아파트는 바닥두께를 두껍게 하거나, 소음완충재 등을 사용해 층간소음 문제를 해결하고 있다. 문제는 화장실에서 발생하는 급수·배수 등으로 인한 소음은 층간소음의 사각지대라는 점이다. 실제로 법적으로도 화장실 소음을 제재할 방법도 없는 상황이다. 지난해 정부가 제정한 ‘공동주택 층간소음의 범위와 기준에 관한 규칙’에서도 욕실·화장실·다용도실 등에서 급수·배수로 인해 발생하는 소음은 층간소음 범위에서 제외됐기 때문이다. 급배수 소음은 주택건설 당시 소음성능이 결정돼 입주자의 의지에 따라 소음조절이 불가능하다는 점이 감안된 것이다. 그렇다면 화장실 소음이 발생하는 이유와 대처 방법은 무엇일까.


층간소음서 화장실 소음은 제외

소음 크고 수리도 힘든 층하배관

대안으로 층상배관 기술 개발돼

슬라브다운과 당해층 벽면배관

슬라브다운, 유지 보수에 취약 

슬라브다운 단점 보완 벽면배관




# 경기도의 한 아파트로 이사 온 김모씨는 밤잠을 설치는 일이 많아졌다. 김모씨가 살고 있는 집은 지난해 첫 입주를 한 신축아파트로 층간소음은 거의 없지만, 화장실 소음으로 잠에서 깨는 상황이 자주 발생하고 있는 것이다. 한밤중이나 새벽 시간에 변기물 내리는 소리와 샤워 소리로 잠에서 깨면 다시 잠들기가 불편해 낮에도 무기력한 상태가 지속되는 생활을 하고 있다. 


▲우리 집 천장 타일 위에 윗집 배관이? ‘층하배관’ 방식이 소음 주요 원인=일반적인 층간소음은 바닥을 통해 전해오는 울리는 소리인데 반해, 화장실 소음은 변기나 수도를 통해 물이 쏟아지는 직접적인 소리를 듣게 된다. 아마도 화장실 소음을 들어본 사람이라면 물 내려가는 소리가 상당히 가깝게 들리는 것을 느꼈을 것이다.


이는 윗집의 배관을 아랫집 천장 위에 설치하는 방식으로 공사를 하기 때문이다. 즉 우리집 화장실 천장을 뜯어내면 곧바로 윗집의 배관이 들어나는 이른바 ‘층하배관’ 구조라는 것이다.


층하배관의 경우 천장에 배관이 설치되는 만큼 물 내려가는 소리가 직접적으로 들릴 뿐만 아니라 약 4개의 구멍을 뚫어 아랫집 천장에 배관을 메다는 방식이어서 층간소음에 취약할 수밖에 없다. 기존 화장실 공사 방식으로는 소음을 근본적으로 해결할 수 없다는 것이다.


나아가 층하배관 방식은 배관이 막히거나, 누수가 발생할 경우 수리·보수가 쉽지 않다는 단점도 있다. 배관이 고장난 것은 윗집이지만, 공사는 아랫집에서 해야 하는 상황이 발생하거나, 누수가 발생할 경우 아랫집으로 물이 떨어지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구조상 아랫집에 피해를 줄 수밖에 없어 층하배관 고장이나 하자로 인한 분쟁사례도 많이 발생하고 있는 상황이다.


▲화장실 배관, 아랫집 천장이 아닌 우리 집으로… 층상배관 공법 ‘슬라브 다운 이중배관’ ‘당해층 벽면배관’=층하배관 방식이 소음과 유지·보수에 취약하다는 문제가 대두됨에 따라 아랫집 천장이 아닌 해당 세대 내에 설치하는 방식의 ‘층상배관 공법’이 해결책으로 제시되고 있다. 현재 층상배관 방식으로는 화장실 바닥에 매립하는 ‘슬라브 다운 이중배관’과 화장실 벽면에 배관을 설치하는 ‘당해층 벽면배관’ 등 2개의 공법이 활용되고 있다.


먼저 층하배관의 대안으로 나온 것은 슬라브 다운 이중배관 공법이다. 슬라브 다운 이중배관은 골조공사 마감 후에 화장실 바닥 기포층 내에 2중으로 된 배관을 묻어 매립하는 방식이다. 즉 욕실 바닥의 높이를 방이나 거실 등보다 180~200mm 가량 낮춘 상태에서 배관설비를 시공한 뒤 콘크리트 등으로 그 안을 채운 후 타일이나 대리석 등으로 바닥을 마감하는 것이다. 이 경우 아랫집 천장이 아닌 화장실 바닥 밑에 배관을 설치하기 때문에 배관 소음을 줄일 수 있다. 또 2중 배관을 설치해 배관이 막히거나 파손되는 등의 수리가 필요한 경우 안쪽의 배관을 빼낸 후 보수·교체할 수 있다.


하지만 슬라브 다운 이중배관공법은 골조공사 후에 별도의 공사가 필요하기 때문에 공사조건이 까다롭고, 공사비가 상승할 우려가 있다. 또 배관 누수, 파열 등의 하자가 발생할 경우 육안으로 확인하기 어렵고, 유지보수 시에 바닥을 다시 파내는 공사가 필요하다. 배관이 막힐 경우 2중 배관을 빼내거나 삽입하는 것이 쉽지 않다는 단점도 있다.


실제로 일부 건설사는 공사 과정이 복잡하고, 공사도중 배관이 파손되는 등의 문제로 해당 공법을 적용하지 않고 있는 상황이다. 배관 내에 이물질이 발생하거나, 콘크리트가 유입되면서 배수 막힘 현상으로 하자가 발생할 경우 해당 부위를 깨서 유지보수한 사례도 있다.


당해층 벽면배관은 화장실 층간소음을 줄이면서도, 슬라브 다운 이중배관 공법의 단점을 보완한 공법이다. 이 공법은 화장실 바닥이 아닌 벽면에 선반을 설치해 배관을 넣는 방식으로, 설치와 유지보수가 용이하다는 장점이 있다. 즉 화장실 벽면에 배관을 설치하고, 선반으로 가린 형태이다. 벽면선반 내에 배관이 들어가 있기 때문에 아랫집으로 소음이 전달되지 않으며, 선반을 열면 바로 배관이 보이기 때문에 곧바로 보수가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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