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도별 전국 아파트 분양 물량 (단위 : 가구) [자료=부동산R114 제공]
연도별 전국 아파트 분양 물량 (단위 : 가구) [자료=부동산R114 제공]

‘영끌’이라는 말이 무색해질 정도로 청약시장이 급격히 위축됐다. 특히 연말 분양시장은 높은 대출 이자 부담과 분양가 상승, 집값 추가 하락 우려 등으로 부진한 흐름을 보이고 있다.

실제로 청약 불패를 이어가던 서울에서 초기 분양률 100% 기록이 깨졌고, 공급과잉 및 가격 하락폭이 큰 지역을 중심으로 미분양 리스크가 확대되는 분위기다. 정부가 11월부터 서울과 경기 4곳(과천, 성남 분당·수정, 광명, 하남)을 뺀 전국의 규제지역을 모두 해제하고 무순위 청약의 거주지역 요건을 없애 청약 대상자를 늘리는 등 규제 완화에 나서고 있지만 분위기 반전은 쉽지 않을 것으로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내년 전망도 밝지 않다. 고금리, 고물가 속 경기 악화가 예상되면서 분양시장의 수급 모두 위축될 가능성이 높다는 판단에서다. 아울러 부동산 PF(프로젝트 파이낸싱) 대출 부실에 따른 자금경색 우려가 커지고 있어 윤석열 정부의 5년간 270만호 공급계획도 난항이 예상되고 있다.

부동산R114에 따르면 올해 전국에서 39만6,216가구(예정물량 포함)가 공급됐다. 분기별로는 △1분기 9만9,382가구 △2분기 7만691가구 △3분기 8만3,238가구 △4분기 14만2,905가구로 집계됐다. 내년 경기 악화 우려 속에서 공급을 더는 미룰 수 없다는 판단을 한 건설사들이 연말 밀어내기 분양에 나서면서 4분기 가장 많은 물량이 풀렸다.

서울은 1만2,032가구의 올림픽파크포레온을 비롯해 장위자이레디언트(2,840가구), 강동헤리티지자이(1,299가구) 등 대단지 분양이 몰리면서 올해 공급물량 2만7,964가구 가운데 2만899가구(75%)가 4분기에 공급됐다. 경기, 광주, 경남 등지에서도 연말 분양물량을 쏟아내는 분위기다. 이 같은 밀어내기 분양은 입지 우위 지역 등 사업성이 좋은 아파트를 위주로 2023년 초까지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그 외 분양을 앞둔 상당수 사업지에서는 미분양 리스크를 최소화하기 위해 일정을 조정할 가능성이 높다.

올해 시도별 아파트 평균 청약 경쟁률 (단위 : N) [자료=부동산R114 제공]
올해 시도별 아파트 평균 청약 경쟁률 (단위 : N) [자료=부동산R114 제공]

 

민간분양 아파트 청약 당첨가점 평균 (단위 : 점) [자료=부동산R114 제공]
민간분양 아파트 청약 당첨가점 평균 (단위 : 점) [자료=부동산R114 제공]

▲청약경쟁률과 당첨가점 모두 작년보다 하락=올해 전국의 아파트 평균 청약경쟁률은 7.7대 1로 작년(19.8대 1)과 비교해 절반에도 못 미치는 수준을 나타냈다. 지역별로 세종(49.6대 1), 부산(37.2대 1), 인천(16.1대 1), 대전(12.3대 1) 순으로 높았고 세 자릿수 경쟁률을 기록한 지역은 전무했다. 일반분양에 나선 384개 단지 가운데 175곳(45.6%)에서 미달이 발생했고 경쟁률이 높았던 아파트에서도 당첨 후 계약 포기 사례가 속출했다.

당첨자들의 가점 평균도 크게 낮아졌다. 올해 1월부터 12월 14일까지 집계된 전국의 민간분양 아파트의 당첨가점 평균은 2021년 34점에 비해 13점 하락한 21점으로 조사됐다. 2021년 3개 단지(래미안원베일리, 힐스테이트초월역, 오포자이디오브)에서 만점(84점) 당첨자가 나왔던 것과 달리 올해 최고 당첨가점은 79점에 그쳤다. 올해부터 DSR(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 2·3단계가 조기 시행됐고, 연이은 금리 인상으로 금융비용 등 가격 부담까지 커지면서 청약 수요가 급감한 것으로 풀이된다. 중도금 대출 가능 여부도 청약 성적에 영향을 미쳤다. 올 10월까지 서울에서 9억원 이하로 분양된 아파트의 평균 청약경쟁률은 42.3대 1로, 9억원 초과(14.9대 1)에 비해 3배 정도 높게 나타났다.

지역별 아파트 평당 평균 분양가 비교 (단위 : 만원) [자료=부동산R114 제공]
지역별 아파트 평당 평균 분양가 비교 (단위 : 만원) [자료=부동산R114 제공]

▲전국 아파트 평균 분양가 1,500만원 육박=대출 이자 부담으로 청약 수요의 구매력이 약해지자 저렴한 분양가는 청약 성패를 좌우하는 주요 변수로 떠올랐다. 하지만 물가 및 공사비 등이 줄줄이 인상되면서 분양가 상승 압력이 커졌고 이에 올 7월 ‘공동주택 분양가격의 산정 등에 관한 규칙’ 등 분양가상한제 제도가 개선되며 분양가 현실화의 단초를 제공했다. 올해에만 기본형 건축비가 세 차례 인상돼(3월 2.64%, 7월 1.53%, 9월 2.53%) 분양가 상승을 이끌었다.

올해 전국 아파트의 3.3㎡당 평균 분양가는 2021년 1,311만원 대비 199만원 오른 1,510만원으로 집계됐다. 서울이 3,474만원으로 가장 높았고 이어 제주(2,240만원), 대구(1,879만원), 울산(1,762만원), 부산(1,718만원) 순으로 집계됐다. 일찌감치 조정대상지역에서 풀리면서 분양가 규제를 피한 지방권에서 전년 대비 분양가 상승이 두드러졌고 공공분양 물량이 많은 경기(1,536만원)는 상대적으로 오름폭이 작았다. 한편 집값 하락폭이 큰 세종의 분양가는 1,187만원으로 2021년(1,264만원)에 비해 낮아졌다.

▲270만호 공급, 침체 우려 속 차질 가능성도=지난 8월 정부는 전국 총 270만호 주택 공급계획을 발표했다. 이에 따라 2023~2027년까지 서울 50만 가구를 포함한 수도권 158만호, 광역·자치시에 52만호, 8개도에 60만호가 인허가 될 예정이다. 이어 10월에는 공공분양주택 50만호 공급계획도 발표했다. 수요자가 소득, 자산 여건, 생애 주기에 따라 선택할 수 있도록 공급유형이 나눔형(시세 70% 이하로 분양하고 향후 시세차익 70% 보장), 선택형(6년간 거주 후 분양 여부 선택), 일반형(시세 80% 수준 분양)으로 구분된다. 2023년에는 서울 마곡(470호), 동작구 수방사(263호), 성동구치소(320호), 대방 공공주택지구(836호) 등 7,340가구에 대한 사전청약 접수가 시작되면서 수요자들의 관심을 모을 전망이다. 다만 수도권 청약시장 분위기도 냉각된 데다 부동산 PF 시장이 위축되고 있어, 공급 일정에 차질이 생길 가능성이 높다.

여경희 수석연구원은 “내년 분양시장은 가격 수준에 따른 청약 온도차가 클 것으로 예상된다”며 “재건축·재개발 아파트는 조합의 수익성 확보를 위해 일반 분양가 수준을 높게 책정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중도금 대출 가능 여부가 청약 성패에 주된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내다봤다.

홍영주 기자 hong@arunews.com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저작권자 © 위클리한국주택경제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