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픽=홍영주 기자]
[그래픽=홍영주 기자]

‘10년이면 강산도 변한다’는 말이 있지만 십여 년 만에 찾은 창신동은 예전 모습과 조금도 변함이 없는 듯했다. 세월의 흔적을 고스란히 담은 거리는 새로 깔린 아스팔트만이 가장 새것이었다. 청테이프가 덕지덕지붙은 스티로폼을 벽에 덧댄 모습을 보니 창신동의 추운 겨울날이 눈에 선했다. 코로나19에 따른 사회적 거리두기가 많이 완화됐음에도 창신동문구완구시장 거리는 방문객이 눈에 띄게 줄어있었다.

1970년부터 형성된 전통거리인 창신동 문구거리 [사진=이호준 기자]
1970년부터 형성된 전통거리인 창신동 문구거리 [사진=이호준 기자]
1970년부터 형성된 전통거리인 창신동 문구거리 [사진=이호준 기자]
1970년부터 형성된 전통거리인 창신동 문구거리 [사진=이호준 기자]

1970년부터 형성된 전통거리인 창신동 문구거리의 실태는 눈대중으로도 쉽게 알 수 있었다. 방문객보다 상인이 많고, 손님 접대로 바쁜 시간을 보내야할 점주들은 먼지 쌓인 재고를 앞에 두고 스마트폰 삼매경에 빠져있었다. 사람이 많아 멈춰서야 할 일방통행 도로 위의 차량들은 빠른 속도로 시장을 빠져나갔다. 점심시간임에도 불 꺼진 식당들은 영업할 생각이 없어보였다.

1970년부터 형성된 전통거리인 창신동 문구거리 [사진=이호준 기자]
1970년부터 형성된 전통거리인 창신동 문구거리 [사진=이호준 기자]
1970년부터 형성된 전통거리인 창신동 문구거리 [사진=이호준 기자]
1970년부터 형성된 전통거리인 창신동 문구거리 [사진=이호준 기자]
1970년부터 형성된 전통거리인 창신동 문구거리 [사진=이호준 기자]

창신동 상인 A씨는 “창신동은 인근 상인만 해도 3만 실이 넘는다”며 “사대문 안에 있고 외국인 관광객도 많고 지하철역들도 가까워서 관광특구라고 할 만한 지역”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직주근접이 이미 확보됐고 서울 최고의 입지인데 상업지역에 비해 주택가가 매우 부족해 개발이 필요한 지역”이라고 말했다.

창신동 쪽방촌 풍경 [사진=이호준 기자]
창신동 쪽방촌 풍경 [사진=이호준 기자]
창신동 쪽방촌 풍경 [사진=이호준 기자]
창신동 쪽방촌 풍경 [사진=이호준 기자]

서울시민들의 유년시절 추억이 담긴 거리를 지나 창신동 쪽방촌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여관, 여인숙, 별장, 고시원 등 오래된 간판들과 ‘월세방 있습니다’가 적힌 풍화된 안내판들이 즐비했다.

이곳은 서울에서 몇 남지 않은 대표적인 쪽방촌이었다. 한국전쟁 후 숙박업소 주인들이 투숙객을 한 명이라도 더 받기 위해 방을 잘게 쪼개면서 형성된 탓이다. 벽마다 그려진 밝은 분위기의 벽화와 주민들의 열악한 주거환경이 극명하게 대비됐다.

청계천 풍경 [사진=이호준 기자]
청계천 풍경 [사진=이호준 기자]
신평화패션타운 [사진=이호준 기자]
신평화패션타운 [사진=이호준 기자]
우리나라 보물1호인 흥인지문 [사진=이호준 기자]
우리나라 보물1호인 흥인지문 [사진=이호준 기자]

퀘퀘한 골목을 나와 대로변에 들어서자 서울 명물로 자리잡은 청계천이 보였다. 건너편에는 신평화패션타운, 평화시장, 두타몰, 밀리오레, 동대문DDP 등 대형 상권이 조성돼있었다. 조금 전까지 낙후된 거리와는 완전히 다른 모습이었다. 저 멀리 우리나라 보물1호인 흥인지문도 보였다. 우수한 창신동의 주변 입지를 엿볼 수 있었고 재개발 후 새로운 서울 랜드마크이자 문화특구로 자리잡는 청사진이 그려졌다.

[그래픽=홍영주 기자]
[그래픽=홍영주 기자]

창신동 일대는 본래 2007년 4월 창신숭인 재정비촉진지구로 재개발 계획이 세워졌다. 이후 2013년 부동산 시장 경기 침체로 사업이 지지부진해졌고, 실태조사 결과에 따라 뉴타운에서 해제돼 재개발과 멀어졌다. 이후 시는 2015년부터 2018년까지 구역 활성화를 위한 용역을 진행하는 등 노후된 주거환경 개선을 위한 방안을 모색했다.

종로구도 2018년 11월 정비계획안 수립 용역을 시작했고 주민설명회와 공람 등을 실시해 2020년 12월 서울시에 입안 상정했다. 이후 창신동 일대는 구역해제 후 약 9년 만에 창신 도시정비형 재개발구역 정비구역 지정 및 정비계획 결정변경안이 지난달 28일 수정가결되면서 재개발을 재추진하게 됐다.

창신동 재개발 구역의 민가 [사진=이호준 기자]
창신동 재개발 구역의 민가 [사진=이호준 기자]
창신동 재개발 구역 민가의 연탄창고 [사진=이호준 기자]
창신동 재개발 구역 민가의 연탄창고 [사진=이호준 기자]

시가 고시한 정비구역 지정안에 따르면 창신동 도시정비형 재개발구역은 종로구 창신동 330-1번지 일대로 면적이 10만7,997.5㎡규모다. 재개발 대상지는 총 4개 구역이다. 지역 특성을 고려해 1구역은 11곳, 2구역은 5곳으로 나눠 소단위정비방식·소단위관리방식을 통해 개발한다. 3구역과 4구역은 일반재개발사업을 진행할 예정이다.

새로 정비구역으로 지정된 창신1~3구역은 추진위원회를 유지했던 4구역과 다르게 이제 막 사업이 시작됐다. 주민들이 모여 재개발사업 추진준비위원회를 결성하고 추진위원회 승인을 위한 동의서 징구에 나선다는 방침이다.

준공 50년을 넘겨 서울에서 두 번째로 오래된 아파트인 종로구 창신 재개발 4구역 내 동대문아파트 [사진=이호준 기자]
준공 50년을 넘겨 서울에서 두 번째로 오래된 아파트인 종로구 창신 재개발 4구역 내 동대문아파트 [사진=이호준 기자]
준공 50년을 넘겨 서울에서 두 번째로 오래된 아파트인 종로구 창신 재개발 4구역 내 동대문아파트 내부사진[사진=이호준 기자]
준공 50년을 넘겨 서울에서 두 번째로 오래된 아파트인 종로구 창신 재개발 4구역 내 동대문아파트 내부사진[사진=이호준 기자]

높이가 제멋대로인 오래된 계단을 올라 찾아간 창신4구역 재개발 추진위원회 사무실은 재개발 재추진을 위한 업무 진행으로 분주했다. 사무실에 도착해 백발이 가득한 성낙의 추진위원장과 인사를 나눴다.

이제 막 사업 걸음마를 뗀 1~3구역과 달리 4구역은 구역해제 논의 당시 주민 동의율 50% 이상을 확보하면서 구역해제 대신 도시환경정비구역으로 전환에 성공했다. 구역이 해제되지 않아 4개 구역 중 유일하게 추진위원회도 구성한 상태다.

창신4구역의 성낙의 추진위원장은 “현재 추정분담금을 산출 중이며 이달 중 구청에 추정분담금 검증서를 제출할 예정”이라며 “추정분담금 산출 후에는 바로 조합설립동의서 징구에 나선다는 계획”이라고 말했다.

4구역은 이미 토지등소유자 189명 중 130명이 사전 동의 의사를 밝혔다. 사전동의율이 이미 70%를 넘긴 셈이다. 조합설립을 위한 동의 인원은 142명. 성 위원장은 12명의 동의만 남았다며 신속한 조합설립을 자신했다.

이호준 기자 leejr@arunews.com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저작권자 © 위클리한국주택경제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