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헌법에 대한 관심이 매우 뜨겁다. 막대한 자본을 들여 주거환경을 개선하는 정비사업을 규율하는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에 위헌적인 부분은 없는지 문득 생각해보게 된다.
현실적으로 가장 문제가 되는 것은 역시 관련 자료의 공개 등에 대하여 규정하고 있는 도시정비법 제124조일 것이다. 대법원은 해당 규정의 입법취지에 대해 “정비사업의 투명성·공공성을 확보하고 조합원의 알권리를 충족시키기 위한 것이다”고 밝히고 있다.
당연히 공감되는 내용이고, 정당한 목적이라고 생각된다. 다만 해당 규정을 위반할 경우 형사처벌되며, 이로 인해 조합임원의 직을 상실할 수도 있도록 규정되어 있어 입법취지와 달리 이용하려는 시도가 있는 것이 현실이다.
민주적인 절차를 우회하여 조합의 경영권을 확보하고자 반복적인 고소를 통해 조합임원의 당연 퇴임을 시도하는 것이 대표적인 사례이며, 대량의 정보를 요청하여 조합의 업무를 마비시키려고 시도하는 사례도 있다.
그럼 모든 정보를 전부 공개하면 해결되는 문제가 아닐까? 최근 조합원이 조합을 상대로 진행한 가처분신청서를 그대로 조합원 단체채팅방에 공개하였다가 개인정보보호법위반으로 처벌된 사례가 있다. 여러모로 정보공개에 관한 고민이 깊어질 수밖에 없다.
결국 이러한 사태의 원인은 도시정비법 제124조의 ‘관련 자료’와 같은 모호한 표현에 있으며, 헌법상 명확성의 원칙과 죄형법정주의의 측면에서 문제가 있어 보인다.
실제로 대법원에서 자금수지보고서는 공개할 의무가 없다고 보았지만 다른 하급심에서는 영수증을 첨부한 일자별 자금사용 내역의 공개요청에 응하지 않은 것은 위법하다고 보았다. 그리고 해당 하급심의 판단은 월계표를 제공하였다는 이유로 항소심에서 번복되었다.
물론 상기 판결들을 세세하게 분석한다면 논리적인 차이를 발견할 수도 있겠지만, 현장에서 법률의 전문가가 아닌 조합임원 및 실무자들에게, 그것도 15일의 공개기간 내에 그러한 해석까지 기대하는 것은 지나치다.
한편, 조합원들도 전화번호, 주소 등의 개인정보나 투표결과가 유출된다며 항의하는 경우가 있다.
조합원 모두가 이 사업을 함께 진행하는 동업자라고 생각하면 서로의 정보를 알 필요가 있다는 취지로 설득하곤 하지만, 무조건 전부 공개하는 것이 최선인지 의문을 가질 수밖에 없다.
나아가 정보공개의무를 위반하였다는 이유로 기소되어 조합임원의 직이 걸린 중대한 상황에서 법원에 도시정비법의 위헌성을 피력하기보다는, 양형에 집중하여 조합임원의 직을 보전하는 방어적인 방안을 우선할 수밖에 없는 현실에서 이러한 문제는 좀처럼 수면위로 드러나지도 않는다.
법원의 판결에 따라 불과 몇 번의 불완전한 정보공개에도 조합장의 직을 상실하는 경우가 있는 반면, 수차례의 미공개에도 조합장의 직을 유지하는 경우도 있다. 형평의 측면에서도 문제가 있다고 생각된다.
어느 정도 운에 맡길 수밖에 없는 묘한 상황을 예방하기 위해서는 정보공개 대상인지 살피기보다 미공개로 인해 고소당하는 경우의 번거로움과 사업상의 장애를 고려하여 가급적 공개하는 방향으로 진행하여야 하고, 의문이 있다면 반드시 변호사와 상의하여야 한다.
제도의 취지에는 공감하지만 인터넷과 메신저가 발달한 시대라는 점을 반영하여 입법적인 해결이 필요할 것이다. 적어도 도시정비법 제124조제4항제3호 소정의 대통령령을 제정하여 기준을 제시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