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리모델링조합의 해산과 관련하여 업계의 관심이 주목되고 있다. 리모델링 사업장은 기본적으로 리모델링 사업 방식에 찬성하는 세력과 재건축 사업방식에 찬성하는 세력 간에 대립이 존재한다.
그런데 오랜 기간 리모델링 사업을 추진하다가 재건축 사업으로 전환하고자 하는 경우에는 특히 리모델링조합이 그동안 대여하여 지출한 사업비를 어떻게 처리하여야 하는지가 문제된다.
기본적으로 리모델링조합이 대여하여 지출한 사업비는 리모델링사업의 추진을 위하여 지출한 비용일 뿐만 아니라, 매 단계마다 적법한 총회 결의까지 받은 것이므로 조합원들이 이를 분담함이 상식에 부합할 것이다.
그런데 막상 리모델링조합을 해산할 시점이 이르면 조합원들은 이에 대한 분담금 결의를 꺼리게 되고, 특히 투자 목적으로 최근에 합류한 조합원들이 많은 경우에는 이를 더욱 꺼리게 된다. 그리하여 만약 임원들이 대여금에 대하여 연대보증을 동의한 경우라면 임원들에게 대여금 변제에 대한 책임을 전가하고, 남은 채무는 파산신청 등의 수단으로 면하는 방안을 강구하게 된다.
이처럼 리모델링조합이 사업성 부족 또는 재건축 사업 전환 등을 이유로 해산하는 시점에 이르면 그동안 발생한 대여금의 처리를 두고 각종 법적 분쟁이 발생하기 마련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대여금 분담에 반대하는 조합원이 발의자대표가 되어 대여금에 대한 분담금 결의를 제외하고 리모델링조합 해산총회를 개최할 수 있을까.
실제 문제된 사례에서는 해당 조합 규약에 총회 소집권한과 관련하여 “조합장 및 감사가 소집하지 아니하는 때에는 소집을 청구한 자의 대표가 관할 구청장의 승인을 얻어 소집한다”는 규정이 존재하였다.
이에 발의자 대표는 관할 구청장에게 해산총회의 소집 승인을 요청하였고, 이에 관할 구청장은 조합 규약에 근거하여 해산총회의 소집 승인을 하였다. 그리고 발의자 대표가 구청장의 소집 승인에 근거하여 총회를 소집하자 이에 반대하는 조합원들이 총회개최금지 가처분 신청을 하기에 이른 것이다.
위 사건에서는 여러 절차적 하자가 다루어졌으나, 특히 ‘관할 구청장에게 총회 소집 승인처분 권한이 존재하는지 여부’가 쟁점이 되었다.
이러한 쟁점은 재건축·재개발 등 정비사업과 리모델링사업이 애당초 근거법령이 다르다는 점, 즉, 재건축 재개발 등 정비사업은 도시정비법을 근거로 하는 반면 리모델링사업은 주택법을 근거로 한다는 점에서 출발한다.
구체적으로 재건축·재개발 등 정비사업을 규율하는 도시정비법 제44조제3항은 “제2항에도 불구하고 조합임원의 사임, 해임 또는 임기만료 후 6개월 이상 조합임원이 선임되지 아니한 경우에는 시장·군수 등이 조합임원 선출을 위한 총회를 소집할 수 있다”고 규정함으로써 법률에 시장·군수 등에게 총회 소집권한 및 이에 기초한 총회 소집요구에 대한 승인 권한을 부여하고 있다.
반면에 리모델링사업을 규율하는 주택법은 이와 달리 애당초 법률에 조합원들의 총회 소집요구에 대한 관할 관청의 총회 승인권한을 부여하고 있지 않다.
이러한 차이, 즉 관할 행정청의 공법적 개입 가능성은 정비사업과 리모델리상업의 구조적 차이에서 비롯된 것으로 보인다.
즉, 정비사업은 구 도시재개발법에 의한 재개발사업에 재건축사업을 포섭하여 함께 규율하면서 개발사업의 공공성을 부여하여 각종 공법적 규율이 마련된 것인 반면 리모델링사업은 애당초 이러한 공공성을 내포하지 않는 것이다. 이처럼 도시정비법에 근거한 정비사업조합과 주택법에 근거한 리모델링조합은 예외적 총회 소집권한의 부여와 관련한 규율에서 위와 같은 근본적인 차이가 있는 것이다.
따라서 설령 리모델링 조합규약에 “조합장 및 감사가 소집하지 아니하는 때에는 소집을 청구한 자의 대표가 관할 구청장의 승인을 얻어 소집한다”고 정하고 있더라도, 이는 상위 규정인 주택법에 아무런 규율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아무런 근거도 없이 민법의 적용을 배제한 것이어서 그 효력이 인정될 수 없다.
더욱이 행정청에 대한 예외적 소집권한의 부여는 일정한 지위 내지 권한을 창설, 변경, 소멸시키는 일종의 형성적 권리로서 도시정비법과 같이 법령에 의하여 부여될 수 있는 것이지, 임의단체가 단순히 그 자치법규에서 정하였다고 하여 민법 등 관련 법령에도 불구하고 형성적 권리가 부여될 수 없는 것이다.
그리하여 법원은 위 개최금지가처분 사건에서 “이 사건 조합을 규율하는 주택법 및 관련법령에 달리 관할관청이 해산총회를 소집하거나 소집을 승인할 수 있다는 규정을 두고 있지 아니한 것으로 보이므로 관할 구청장의 승인 여부와 무관하게 발의자대표에 의한 임시총회가 적법하다고 보기 어렵다”라는 법리를 설시한 다음, 결론적으로 이를 비롯한 여타 중대한 절차적 하자를 이유로 해당 임시총회의 개최를 금지하는 결정을 내렸다.
참고로 법원은 위 결정 이전에도 이미 발의자 대표가 소집한 해산총회에 대하여 중대한 절차적 하자를 이유로 총회개최금지가처분 신청을 인용한 바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발의자 대표가 선행 가처분 결정에 설시된 하자를 치유하며 다시 해산총회를 소집하자 법원은 다시 한번 중대한 절차적 하자를 이유로 총회개최금지가처분 신청을 인용하기에 이른 것이다.
실무상 법원이 이처럼 동일한 총회에 대하여 재차 총회개최금지가처분 신청을 인용하는 사례는 찾아보기 쉽지 않다. 이는 결국 총회 개최 과정에서의 중대한 절차적 하자를 문제삼은 것임은 물론이거니와 근본적으로 리모델링조합의 대여금 처리방안에 대한 결의는 생략한 채 무리하게 해산결의를 추진하는 것에 대하여 법원이 제동을 건 것으로 해석함이 타당할 것이다.
리모델링조합 등의 해산 및 대여금의 처리와 관련하여 유사한 상황에 처한 사례들이 많은 만큼 위 사례를 참고하여 절차적·내용적으로 적법한 방식으로 해결 방안을 도출함이 바람직할 것으로 생각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