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공공재개발사업 방식으로 사업이 추진되는 경우를 많이 보게 된다. 공공재개발사업은 통상의 조합 방식의 정비사업과 달리, LH(한국토지주택공사)나 SH(서울주택도시공사)가 사업시행자로서의 역할을 한다. 그리고 대신 주민대표회의를 따로 두어 위원장, 주민대표위원, 임원 등이 주민대표기구의 역할을 한다.
그런데 조합 방식에서의 정비사업조합과 공공재개발 방식에서의 주민대표회의는 엄연히 차이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실무상 이러한 차이를 제대로 알지 못하는 경우들이 자주 보인다. 특히 주민대표회의의 임원 해임 절차와 관련하여 이러한 오해가 있는 편인데, 최근 필자가 수행한 사건에서도 이러한 쟁점이 다루어져 이를 함께 살펴보고자 한다.
기본적으로 공공재개발사업의 사업시행자는 LH나 SH이다. 주민대표회의는 토지등소유자의 합리적인 의견을 수렴하고 사업시행자와의 원활한 소통을 도모하기 위한 주민대표기구에 해당한다. 즉, 공공재개발사업의 사업시행자와 주민대표회의는 법상 분명히 구분되는 주체인 것이다.
한편, 도시정비법 시행령은 주민대표회의의 운영과 관련하여 “주민대표회의의 위원의 선출·교체 및 해임, 운영방법, 운영비용의 조달 그 밖에 주민대표회의의 운영에 필요한 사항은 주민대표회의가 정한다.”라고 정하고 있다(도시정비법 시행령 제45조 제4항). 즉 주민대표회의의 소집, 개최, 위원 선출 및 해임 등 모든 절차는 주민대표회의가 자율적으로 정한 운영규정에 따라 결정된다. 도시정비법에 주민대표회의의 운영에 관하여 규정은 마련해 둔 것은 위 규정이 유일하다. 조합 방식의 정비사업과 관련하여서는 도시정비법에 총회의 소집, 의결, 임원의 해임 등의 절차를 법률로 구체적으로 정해둔 것과 근본적으로 차이가 있는 것이다.
그렇다면 주민대표회의 운영규정에 ‘주민 발의에 의한 해임총회 소집 요청’에 관한 규정만을 두고 ‘위원장이 임시총회를 소집하지 아니하는 경우’에 관하여는 명시적으로 정하지 않은 경우는 어떻게 될까. 조합 방식의 경우에는 도시정비법에 따라 발의자 대표가 조합장의 권한을 대행하여 총회를 소집·개최할 수 있는데(도시정비법 제43조 제4항), 주민대표회의의 경우에도 발의자 대표가 조합장의 권한을 대행하여 임시총회를 소집·개최할 수 있을까.
이러한 문제의 해결을 위해서는 원칙으로 돌아가야 한다. 즉, 도시정비법령이 주민대표회의의 운영과 관련하여 명시한 “주민대표회의의 위원의 선출·교체 및 해임, 운영방법, 운영비용의 조달 그 밖에 주민대표회의의 운영에 필요한 사항은 주민대표회의가 정한다.”(도시정비법 시행령 제45조 제4항)는 원칙을 기준점으로 삼아야 한다. 발의자 대표에게 해임총회를 소집·개최할 권한이 있는지 여부는 주민대표회의가 자율적으로 정한 운영규정에 의하여 전적으로 결정되어야 하는 것이다.
특히 주민대표회의 운영규정에서 “총회는 위원장이 소집한다”라고 정한 다음 이에 관한 예외를 마련해 두지 않은 경우라면, 총회의 소집·개최 권한은 주민대표회의 위원장에게 전속되는 것으로 봄이 타당하다. 설령 위원장이 총회의 소집·개최를 하지 아니하더라도, 발의자 대표가 곧바로 위원장의 권한을 대행하여 총회를 소집·개최할 수는 없는 것으로 보아야 하는 것이다.
이러한 해석은 공공재개발사업의 경우 정비사업조합과 달리 LH나 SH와 같은 사업시행자가 있기에 가능한 것이다. 공공재개발사업은 별도의 사업시행자에 의하여 주도적으로 진행되고, 주민대표회의는 사업시행자에 대한 업무협조 의무를 부담할 뿐이다. 주민대표회의 임원들을 어떤 절차로 해임할지, 임시총회를 어떻게 소집·개최할지는 개별 공공재개발 사업장의 구체적 상황을 반영하여 자율적으로 정하도록 하고, 이에 따라 적법성을 판단함이 타당한 것이다.
다시 처음에 언급한 사건으로 돌아가 보자. 해당 사건에서는 위원장이 여러 절차적 하자를 이유로 총회를 개최하지 않자 해임총회 발의자 대표가 곧바로 직접 임시총회를 소집·개최하고자 하였다. 이에 대하여 위원장을 비롯한 임원들이 신청인이 되어 총회 소집권한 침해 등을 이유로 임시총회의 개최금지가처분을 신청하한 사안이다.
이에 대하여 법원은 “주민대표회의의 임원 및 위원들의 해임을 위한 임시총회의 소집권한은 위원장에게 전속되는 것이고, ‘주민 1/3 이상’은 주민대표회의에 임원의 교체 및 해임을 요구하거나 이를 위한 임시총회의 소집·개최를 요청할 권한만을 가지는 것으로 해석된다.”라는 법리를 설시하였다. 즉, 운영규정의 정함에 따라 위원장의 전속적 소집권한을 인정한 것이다.
나아가 법원은 “설령 주민 1/3 이상의 동의를 얻어 주민대표회의에 임시총회의 소집·개최를 요청하였으나 위원장이 임시총회를 소집하지 아니하였다고 하더라도, 채무자들은 곧바로 위원장의 권한을 대행하여 임시총회의 소집 및 진행을 할 수 있다고 보기 어렵다.”라며 총회 소집절차상의 중대한 하자를 인정하여, 임시총회개최금지 가처분 신청을 모두 인용하였다.
공공재개발사업은 조합 방식의 정비사업과 구조적으로 근본적인 차이가 있다. 비단 주민대표회의 총회 개최 및 임원 해임뿐만 아니라 사업의 전 과정에 있어서 이와 같은 특수성을 유념할 필요가 있을 것이다. 아울러 초기 단계의 공공재개발 사업장이라면 주민대표회의 운영규정을 정함에 있어서 위와 같은 법리를 참고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