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합이 수신하는 모든 공문서가 정보공개의 대상이 되는 것일까. 도시정비법 제124조 제1항 제6호는 “해당 정비사업의 시행에 관한 공문서”를 공개대상으로 정하여, 해당 서류가 작성되거나 변경된 후 15일 이내에 공개할 의무를 부여하고 있다. 그리고 이러한 공개의무를 이행하지 않을 경우에는 1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천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정하고 있다(동법 제138조 제1항).

그런데 실무상 대체 어디까지가 “해당 정비사업의 시행에 관한 공문서”인지 분명하지 않은 경우가 많다. 주지하다시피 도시정비법 위반으로 100만 원 이상의 벌금형이 확정되면 조합장 등의 지위를 상실하게 되는 만큼 정보공개의무 위반시 그 파급효가 상당하다. 그런데 정작 이러한 처벌규정의 해석과 관련하여서는 아직 모호한 측면이 많은 것이다. 이와 관련하여 최근 정보공개의 대상이 되는 공문서의 범위에 대하여 1심과 2심이 서로 달리 판단한 사안이 있어 이를 함께 살펴보고자 한다.

해당 사안에서 쟁점이 된 문서는 관할 소방서장 명의의 ‘A 주택재건축 구역내 소화용수설비 철거 협조요청에 따른 이설예정지 통보’ 서류였다. 해당 조합의 조합장은 위 서류를 일반적인 안전조치에 대한 안내 공문으로 이해하여 정보공개를 하지 아니하였는데, 이로부터 약 2년 가까이 지난 시점에서 비로소 형사사건으로 비화하게 되었다.

이에 대하여 제1심은 먼저 “정비사업의 시행에 관한 열거 자료의 공개 등에 관한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 제124조 제1항의 입법 취지는, 정비사업의 시행과 관련된 서류와 자료를 공개하도록 하여 정비사업의 투명성·공공성을 확보하고 조합원의 알권리를 충족시키기 위한 것이다(대법원 2022. 1. 27. 선고 2021도15334 판결 등 참조).”라는 기본 법리를 설시하였다.

그리고 이어서 “이러한 입법취지에 비추어 볼 때, 같은 항 제6호에서 정한 ‘해당 정비사업의 시행에 관한 공문서’라 함은 조합 등 사업시행자 등이 수신하는 모든 공문서를 지칭하는 것이 아니라, 정비사업의 시행과 관련하여 조합원, 토지 등 소유자 또는 세입자의 권리・의무관계에 영향을 미치는 공문서라고 엄격하게 봄이 죄형법정주의가 요구하는 형벌법규의 해석원칙에 부합한다.”라고 판시하였다. 그리고 그 결과 “위 공문서는 정비구역 내 소방 및 상하수도 등 기간시설의 이설 내지 안전관리 협의 등과 관련한 공사 과정의 일반적 안전조치에 대한 건축행정상의 공문서로 이에 해당한다고 보기 어렵다.”라고 판시하여 공소사실에 대하여 무죄를 선고하였다.

즉, 죄형법정주의의 원칙상 정보공개 대상이 되는 공문서는 “조합원, 토지 등 소유자 또는 세입자의 권리・의무관계에 영향을 미치는 공문서”로 엄격하게 해석하여야 하는데, 위 서류들은 ‘공사 과정의 일반적 안전조치에 대한 건축행정상의 공문서’에 불과하여 조합원 등의 권리 의무관계에 영향을 미치는 공문서로 보기 어렵다고 판단한 것이다.

그런데, 항소심은 제1심과 달리 공소사실을 유죄 취지로 판단하였다. 먼저, 항소심에서 검사는 “정보공개 대상이 되는 공문서는 시행과 관련된 직, 간접적인 공문서 모두를 가리킨다”는 취지로 항소하였다. 이에 대하여 항소심은 “위 상수도관과 소화용수설비는 도시정비법 상의 정비기반시설에 해당하고, 이러한 정비기반시설의 설치와 폐지는 관리처분계획에 포함되며, 그와 같은 정비기반시설 관련 비용은 원칙적으로 사업시행자의 부담으로서 조합원의 이해관계가 있는 사항으로 보여지는 점 등 이와 같은 위 공문서의 내용 및 사업 진행 과정상의 중요성, 작성자 등에 비추어 보면 이는 해당 정비사업 시행에 관한 공문서로 봄이 상당하다.”라고 판시하며 제1심이 공소사실에 대하여 무죄를 선고한 것은 법리를 오해한 것이라고 판단하였다.

즉, 항소심은 상수도관과 소화용수설비가 정비기반시설에 해당하는 이상 이에 관한 공문서는 문언 그대로 정보공개 대상인 ‘정비사업 시행에 관한 공문서’에 해당한다고 해석한 것이다. 이러한 해석은 결국 “정보공개 대상이 되는 공문서는 시행과 관련된 직, 간접적인 공문서 모두를 가리킨다”는 검사의 항소이유를 대체로 수용한 결과로 보인다.

이와 같은 항소심의 결론에 대하여서는 여러 비판이 가능할 것이다. 죄형법정주의가 요구하는 형벌법규의 해석원칙, 즉 형벌법규는 엄격하고 좁게 해석하여야 한다는 원칙에 반할 뿐만 아니라, 정비사업조합의 현실을 도외시한 형식적인 판결이라는 것이다. 현실적으로 조합이 수신하는 공문서들은 어떻게든 직, 간접적으로 ‘정비사업의 시행’과 관련이 있을 수밖에 없기 때문에 이를 모두 공개하지 않으면 곧바로 처벌될 수 있다는 결론으로 이어지는 것이다.

어찌 되었든 위 사례에서 얻을 수 있는 한 가지 분명한 교훈은, 조합은 정비사업의 시행과 직, 간접적으로 관련이 있는 것으로 판단되는 공문서는 일단 15일 이내에 공개하는 것이 안전할 것이라는 점이다. 조합의 정보공개 담당자로서는 이를 항상 주의하여 업무를 처리할 필요가 있을 것이다.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저작권자 © 위클리한국주택경제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