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개발 조합장 甲은 요즘 골치가 아프다. 인근 조합과 달리 조합설립부터 사업시행계획인가, 조합원 분양신청, 관리처분계획인가를 득하기까지 막힘없이 달려왔다. 이제 현금청산자에게 보상 절차를 마무리하고 이주와 철거를 하면 착공에 코앞인데, 갑자기 난데없이 乙이라는 작자가 찾아와서, ‘내 재산권을 맘대로 약탈하는 강도 같은 조합’이라며 난리를 쳐댄다.

乙의 사정을 들어보니, 조합이 사업시행계획을 인가받고 이를 기초로 일정 기간 조합원들로부터 분양신청을 받았는데, 조합이 乙에게만 분양신청통지를 하지 않았고 그래서 분양신청을 못했다고 한다. 그래서 확인해보니, 乙은 조합원으로 신고조차 되지 않은 무허가 건축물 소유자였다. 다른 조합장들한테 물어보니, 무허가 건축물 소유자는 분양신청기간이 종료되기 전까지 조합에게 소유자임을 증명하는 자료를 제출하거나 소유자임을 조합으로부터 인정을 받아야 하고, 분양신청기간이 끝나기 전까지 이러한 과정 없이 분양신청을 하지 않을 경우, 관련 법규에 따라 현금청산대상자가 된다고 한다. 조합장 甲은 다른 선배 조합장들의 말을 믿고 乙의 요구를 묵살하고 사업 추진을 강행했다. 정말 조합에게 아무런 문제가 없을까?

결론부터 말하자면, 그렇지 않다.

재개발정비사업조합의 조합원은 설립인가시를 기준으로 하여 도시정비법령 및 정관의 규정에 의하여 확정되는데(대법원 1998. 3. 27. 선고 97누17094 판결 등 참조), 도시정비법 제2조 제9호 (가)목 및 제39조 제1항에 의하여 소유자에게 조합원의 자격이 부여되는 건축물이라 함은 원칙적으로 적법한 건축물을 의미하고 무허가건축물은 이에 포함되지 않는다고 보아야 할 것이고, 다만 토지등소유자의 적법한 동의 등을 거쳐 설립된 재개발조합이 각자의 사정 내지는 필요에 따라 일정한 범위 내에서 무허가 건축물 소유자에게 조합원 자격을 부여하도록 정관으로 정하는 경우에 비로소 그 예외가 인정될 수 있을 뿐이다(대법원 2012. 12. 13. 선고 2011두21218 판결 등 참조).

또한 하급심 법원들은, ‘재개발조합은 특수법인으로서 조합원 강제가입제를 취하므로 조합설립인가 당시를 기준으로 법령과 정관의 규정에 따라 조합원이 확정되고 그 후 정관이 정하는 바에 따라 조합원 지위의 양도 등이 가능한 반면, 특정 일시까지 특정 행위를 하거나 피고의 인정 또는 승인을 받아야 조합원 자격을 취득한다고 볼 만한 아무런 근거가 없고, 비록 정관에 규정이 있는 경우에 한하여 예외적으로 무허가건축물 소유자에 대한 재개발조합의 조합원 자격을 인정하는 점, 무허가건축물 소유자가 재개발조합에 대한 조합원 자격 주장의 시기를 임의로 결정할 수 있는 점 등의 사정이 있다 하더라도 이를 달리 볼 것은 아니’라고 판시하면서, 조합원 지위의 인정에 조합의 허락이나 승인이 필요 없다고 보고 있다. 즉, 乙이 소유한 무허가 건축물이 조례와 정관에서 정한 기존무허가건축물 등에 해당한다면, 乙은 조합원의 지위를 가진다고 할 것이다.

한편, 도시정비법에서 정한 분양신청기간의 통지 등 절차는 재개발구역 내의 토지등소유자에게 분양신청의 기회를 보장해 주기 위한 것으로서 도시정비법에 의한 관리처분계획을 수립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거쳐야 할 필요적 절차이고, 사업시행자인 재개발조합이 분양신청 통지를 함에 있어서는 도시정비법 및 그 위임에 의하여 정해진 재개발조합의 정관 규정에 따라 통지 등 절차가 이루어져야 할 것이므로, 이러한 통지 등 절차를 제대로 거치지 않고 이루어진 관리처분계획은 위법하므로(대법원 2011. 1. 27. 선고 2008두14340 판결 참조), 조합이 乙에게 도시정비법 및 조합의 정관에서 정한 분양신청 통지 등의 절차를 이행하지 아니하고 乙을 분양대상자에서 제외하는 내용의 관리처분계획을 수립한 것은 조합원 자격이 있는 원고에 대한 분양신청 통지 등 절차를 누락한 채 이루어진 것으로 위법하다고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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