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들어 부쩍 총회에 조합원 제명 안건을 상정하는 경우들을 자주 보게 된다. 

제명의 사전적 의미, 즉 “구성원 명단에서 이름을 빼어 구성원 자격을 박탈한다”는 의미대로, 제명 안건의 결의되면 해당 조합원은 조합원으로서의 권리를 박탈당하고 현금청산 대상자가 되는 불이익을 입게 된다.

그렇다면 언제나 조합원 제명을 할 수 있는 것일까. 

도시정비법 제40조제1항제3호는 “조합원의 제명·탈퇴 및 교체”에 관한 사항을 조합의 정관에 포함하도록 정하고 있는데, 정비사업 표준정관은 “조합원이 고의에 의한 불법행위를 저지르거나 법 또는 이 정관에 따른 의무를 고의로 이행하지 아니하여 조합 또는 조합원에게 막대한 재산상 손해를 입힌 경우에는 총회의 의결에 따라 해당 조합원을 제명할 수 있다.”라고 정하고 있다. 즉, ① 해당 조합원이 고의에 의한 불법행위 등 저지르고, ② 이로 인하여 조합 등에게 막대한 재산상 손해를 입힌 경우에 해당하여야 하는 것이다. 

그런데, 실무상 조합원 제명 결의의 효력이 인정되는 경우를 찾아보기가 쉽지 않다. 

이는 우리 법원이 제명 결의를 엄격한 요건 하에서 극히 예외적으로 인정하고 있기 때문이다. 즉, 법원은 “단체 구성원인 조합원에 대한 제명처분은 조합원의 의사에 반하여 그 조합원인 지위를 박탈하는 것이므로 조합의 이익을 위하여 불가피한 경우에 최종적인 수단으로서만 인정되어야 한다”고 판시한 바 있다(대법원 1994. 5. 10. 선고 93다21750 판결 등). 

그리고 제명사유의 입증책임과 관련하여서도 “조합원을 제명하기 위한 제명사유의 존재를 증명할 책임은 제명이 유효하다고 주장하는 조합에게 있다”고 판시하여 조합에게 입증책임을 부여하고 있다. 

또한 법원은 제명 결의에 이르기까지의 절차적 적법성 또한 중요하게 고려하고 있다. 즉, 조합은 해당 조합원에게 제명사유, 즉 ‘어떠한 고의에 의한 불법행위 등으로 조합에게 어떠한 막대한 재산상 손해가 발생하였는지 여부’에 관한 구체적인 내용과 근거자료를 제시한 후, 해당 조합원이 이에 대한 충분한 소명을 할 수 있도록 그 기회를 보장하여야 하고, 이를 통하여 의결에 참여하는 조합원들도 조합원 제명 여부를 객관적이고 합리적으로 판단할 수 있도록 해야 하는 것이다. 

그렇다면 공유조합원 중 대표조합원의 행위를 이유로 공유자 전원을 제명하는 경우는 어떠한가. 이와 관련하여 최근 서울중앙지방법원은 대표조합원의 행위를 이유로 대표조합원이 아닌 나머지 공유조합원을 제명하고자 하는 것은 위법한 것으로 판단하였다. 

즉 법원은 “제명사유가 존재하지 아니함이 고도로 소명된 경우, 그러한 제명사유에 따른 제명 절차의 진행은 중대한 하자가 있어 무효로 봄이 타당하다. 

그런데 이 사건 제명사유는 나머지 공유조합원과는 관련이 없으므로 이는 중대한 하자에 해당한다.”라며 해당 안건에 대한 총회 개최금지가처분 신청을 인용하였다. 제명 결의의 유효성에 대하여 엄격한 기준으로 판단하는 법원의 태도를 다시 한 번 확인할 수 있는 대목이다.

만약 제명사유가 없음이 명백함에도 불구하고 제명결의를 강행한 경우에는 어떻게 될까. 이를 불법행위로 판단하여 제명조합원에 대한 손해배상책임을 인정한 사례들이 있다. 

즉, 법원은 “조합원에 대하여 제명 등을 할 만한 사유가 전혀 없는데도 오로지 조합원을 조합에서 몰아내려는 의도 하에 고의로 어떤 명목상의 제명사유 등을 내세워 제명 등의 불이익처분을 한 경우나, 제명 등의 이유로 된 어느 사실이 정관 등 소정의 제명사유 등에 해당되지 아니하거나 제명사유 등으로 삼을 수 없는 것임이 객관적으로 명백하고 또 조금만 주의를 기울였더라면 이와 같은 사정을 쉽게 알아볼 수 있는데도 제명을 하는 경우에는 불법행위가 성립한다.”고 보고(대법원 1997. 9. 5. 선고 96다30298 판결 등 참조), 이를 주도한 조합 또는 조합 임원에게 손해배상책임을 인정하였다. 

끝으로, 제명 과정에서 대의원회 및 총회 결의를 거쳤음을 이유로 제명을 주도한 조합 임원 등이 면책을 주장할 수 있을까. 

인천지방법원은 최근 이러한 항변에 대하여 “원고들에 대한 제명결의는 피고의 주도로 이루어진 것으로 보이므로, 이 사건 제명결의는 대의원회의와 임시총회의 결의로 이루어진 것으로서 자신에게 책임을 물을 수 없다는 피고의 주장은 받아들이기 어렵다.”라며 배척하였다. 

조합원 제명은 해당 조합원의 의사에 반하여 조합원 지위를 박탈하는 것으로서 헌법상 기본권인 재산권의 중대하게 제한하는 것이다. 이를 둘러싼 법적 분쟁 또한 결코 간단하지 않으므로, 보다 신중하게 접근할 필요가 있다고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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