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가상승에 따라 공사비가 증가했다는 이유만으로 감리비도 더 줘야 하나

조합장 甲은 요즘 천불이 난다. 시공사가 최근 몇 년간 원자재 가격의 폭등, 노무비 증가 등으로 인해 공사원가가 크게 증가하였다며, 당초 합의하였던 공사도급계약에도 불구하고 공사비를 대폭 증액해달라고 요구하고 나선 것이다. 다른 조합의 조합장들도 증액하지 않을 경우 공사 중단도 불사하는게 요즘 시공사니 적정선에서 합의하는 것이 공사 중단보단 낫다고들 해서, 울며 겨자먹는 심정으로 합의했다. 

그런데 갑자기 조용하던 감리업체 A가 ‘총 공사비가 증액되었으니, 감리비를 증액해달라’는 요청을 하였다. 조합장 甲은 아니 공사내역이 달라져서 감리가 하는 일이 더 늘어났으면 모를까, 물가상승으로 공사비가 증가했다고 감리가 하는 일이 늘어난 것도 아닌데, 감리비를 더 내놓으라니 이게 도대체 뭔 말인가 싶었다. 과연 조합은 이러한 경우에도 감리비를 더 줘야 할까.

결론부터 말하자면, 감리비를 지급할 이유가 없어 보인다. 

먼저 계약서를 보자. 감리자가 기본업무 이외에 사업주체가 수행을 요청한 특별업무를 수행하거나 감리용역계약기간이 변경되거나, 추가감리원 배치로 인한 계약사항의 변경은 상호 협의하여 결정하며, 감리원 추가배치에 의한 추가감리비는 당초 계약시 감리인․월수 대비 계약금액 기준으로 산정하며, 특별업무를 수행한 경우는 실비정산 가산방식으로 정산하도록 되어 있다(주택건설공사 감리용역 표준계약서 제17조 제1항 및 제3항). 즉 감리용역과 관련하여 감리용역계약기간의 변경이나 추가감리원 배치가 없었다면, 감리비를 지급할 이유가 없다는 의미가 된다. 물론 사업주체인 조합의 귀책사유로 인하여 감리업무가 추가된다면, 이를 특별업무로 볼 여지가 있을 순 있다(주택건설공사 감리용역 표준계약서 제3조 제3항). 다만 이 경우에도 소요된 실비를 정산하여 지급을 구할 수 있을 뿐이다. 

하급심 법원들도 비슷한 입장이라고 보인다. 서울동부지방법원은, ‘사업시행계획이 변경되어 공사비가 증가했다’거나(서울동부지방법원 2021. 8. 18. 선고 2020가합104598 판결), ‘감리자 모집공고 당시 기재된 총 공사비와 달리 공사도급계약금액을 증액’한 사안에서(서울동부지방법원 2016. 12. 1. 선고 2015가단113997 판결), 감리비가 실비로 정산하여 가산되는 경우를 제외하면, 총 공사비의 증액 자체만으로는 감리비의 증액 정산을 예정하지 않은 것으로 보아야 한다고 판단하였다. 

결국 물가상승에 따라 공사대금의 증액이 이루어졌다는 이유만으로, 감리계약에서 정한 특별업무에 해당한다고 볼 수 없고, 감리업무의 추가가 있다고 볼 수 없으므로, 감리비의 증액을 요구할 수는 없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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