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합장이 조합 운영 목적으로 조합계좌로 이체한 조합운영비, 돌려받을 수 있을까

1. 조합장 甲은 요즘 많이 힘들다. 부동산 시장이 악화되면서 시공사가 조합 운영비의 대여를 딱 끊어버렸다. 지금까지 당장 자신의 월급부터 안 받고 아끼면서 버텨왔는데 이제는 정말 한계가 왔다. 직원도 이번 달까지 월급이 밀리면 퇴사할 것이고 어쩔 수 없이 노동청에 신고할 수 밖에 없다고 한다. 그나마 사무실 월세는 보증금 까먹으면서 몇 달은 더 버틸 수 있다. 건물주도 몇 달은 사정을 봐주겠다고 했다. 이번에 정기총회라도 열어야 예산안이라도 수립할 수 있기 때문에, 조합장 甲은 급한 대로 자신의 돈 3천만 원을 조합의 계좌에 이체하여 밀린 운영비의 일부와 총회개최비용으로 지출했다. 조합장 甲은 조합으로부터 이 돈을 나중에 받을 수 있을까.

결론부터 말하자면, 가능해보인다. 하급심 법원들은, 운영비 등으로 지출할 목적으로 조합 임원, 조합원 등이 조합의 계좌로 이체한 뒤 이를 직원 급여, 비품구매, 제세공과금납부, 총회개최비용 등으로 사용한 사안에서, 민법 제739조 제1항의 사무관리에 따른 비용상환 내지 민법 제741조 제1항의 부당이득반환을 인정하고 있다(부산지방법원 2023. 10. 24. 선고 2022가단318993 판결, 대구지방법원 2023. 4. 5. 선고 2022나312935 판결 등 참조). 따라서 조합장 甲은 위 금원을 부당이득의 반환 등으로 돌려받는 것 자체는 가능해보인다.

2. 한편 비대위는 조합장 甲이 조합 계좌에 운영비를 이체한 것은 조합에 맘대로 빌려준 것이니 이건 오히려 도시정비법 위반이라고 한다. 조합장 甲은 조합이 어려울 때 아무도 돈을 구해오지 못해서 사비로 조합을 운영시킨 공로는 인정하지 못할망정, 범법행위를 저질렀다는 식으로 말하는 게 너무 화가 났다. 비대위의 주장은 과연 타당할까.

법원의 입장을 보면, 도시정비법 제45조의 ‘자금 차입’에 해당한다고 보면서도, 구체적 타당성을 고려하여 정당행위 인정 여부에 따라 유무죄를 판단하고 있는 것으로 보이니, 사전에 주의가 필요하다.

먼저 서울북부지방법원은, 조합장 직무대행자가 일부 조합원들의 손해배상 소송에 따른 조합계좌에 대한 가압류로 인하여 그 계좌에 예치되어 있는 자금을 집행할 수 없었고, 이에 위 조합은 조합운영비는 물론 직원급여와 각종 계약에 따른 사무실임대료, 소송비용 등을 지급하지 못하여 근로기준법위반 및 각종 채무불이행책임에 따른 손해를 볼 상황에 있었기 때문에, 조합 운영비 등으로 사용할 목적으로 조합 계좌에 자신의 돈을 이체하여 사용한 사안에서, “자금의 차입”이라고 판단하면서, 위 조합장 직무대행자가 자신의 비용으로 여러 차례 총회를 개최하면서 자금 차입 안건을 도중에라도 상정할 수 있었음에도 그러한 사실이 없었던 점을 이유로 정당행위 등의 위법성 조각사유도 인정하지 않았다(서울북부지방법원 2017. 9. 15. 선고 2016노2343 판결). 반면 수원지방법원은, 조합장이 시공사로부터 자금 지원을 받을 수 없었던 상황에서 자금 차입을 위한 총회 개최 비용 상당액을 조합장이 조합에 이체하여 사용한 경우, ‘자금 차입’에 해당한다고 본 것은 위 서울북부지방법원과 같으나, 긴급성이나 보충성의 요건을 갖추었기 때문에 정당행위로 인정된다고 판단하였다(수원지방법원 2022. 2. 9. 선고 2021노2205 판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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