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글에서는 조합이 공동주택관리법 제11조 제1항에 따라 입주자대표회의가 구성되기 전까지 공동주택의 관리업무를 수행하면서 체결한 계약상의 효력은 입주자대표회의가 당연히 승계한다고 볼 수 없으므로 조합이 계속하여 계약의 당사자로서 권리의무를 가지게 되는 경우가 있음을 검토하였다. 

그렇다면 조합이 계속하여 계약상의 당사자로서 그 효력에 구속되는 것이 항상 불리한 것일까? 

조합이 공동주택을 관리하는 과정에서 체결하는 대표적인 계약은 공동주택에 대한 위탁관리계약 및 각종 시설에 대한 위탁운영계약이다. 

그리고 이러한 계약은 대부분 위임계약의 성질을 가지는데, 여기에서 위탁업체가 지급을 받고도 실제 지출하지 아니한 미지급 연차수당 및 퇴직금의 적립금을 반환 청구할 수 있는 경우가 있다. 이에 대한 대략적인 구조는 아래와 같다. 

공동주택의 각종 위·수탁관리계약 내지는 운영계약이 위임계약임을 전제로, 민법상 수임인은 위임인에 대하여 위임사무의 처리에 필요한 비용의 선급을 청구할 수 있고(민법 제687조), 그 선급비용이 남았을 때에는 특별한 약정이 없는 한 위임인에게 이를 반환하여야 하는데, 수임인인 위탁업체가 직원들을 고용하여 업무 처리를 함에 있어 그 직원들에게 퇴직금, 연차수당을 지급할 경우를 대비하여 이 사건 조합으로부터 미리 청구하여 지급받은 퇴직적립금 및 연차적립금은 위탁업체가 위임사무를 처리하는데 필요한 선급비용으로 보아야 할 것이므로 이를 실제 지출하지 않는다면 이를 부당이득으로 반환하여야 한다는 것이다(대법원 2015.11.26. 선고 2015다227376 판결 참조). 

이에 오래 전부터 여러 공동주택의 입주자대표회의에서는 기존에 사업주체인 조합과 위·수탁관리계약을 체결한 위탁업체가 수령한 금원 중 실제 위탁업체에서 지출하지 아니한 미지급 퇴직금 및 연차수당 등에 대하여 부당이득 반환청구를 진행하고 있다.

다만 이러한 부당이득반환청구권은 애초에 선급금을 지급한 위임인이 청구할 수 있는 것이므로 이 경우 입주자대표회의가 위탁계약의 당사자로서의 지위 및 권리의무를 승계하였는지가 문제되는데, 위와 같은 청구를 하는 입주자대표회의는 당연히 계약당사자로서의 지위 승계를 주장할 것이며, 이 경우 판례는 구체적인 사정에 따라 계약의 승계여부를 달리 판단하고 있다.

지난 2021.2.16. 선고된 서울중앙지방법원 2018가단5214*** 사건에서는 입주자대표회의가 종전 공동주택을 관리하던 사업주체와 위탁관리계약을 체결한 위탁업체에 대하여 미지급 퇴직금 및 연차수당 적립금에 대한 부당이득반환을 청구한 사례에서, 사업주체의 관리인계 및 종료후에도 입주자대표회의가 계속하여 위탁관리업체에 대금을 지급한 점, 위탁업체 역시 대금지급에 따른 세금계산서를 입주자대표회의 명의로 발급한 점 등에 비추어 실질적으로 입주자대표회의가 위탁계약상 지위를 적법하게 승계하였다고 보고 입주자대표회의의 청구를 인용하였다.

이와 반대로 지난 2023.10.18. 선고된 인천지방법원 2023가단228*** 사건에서는 위 사건과 청구의 내용은 동일하나, 기존에 공동주택을 관리하던 사업주체인 조합이 체결한 위탁계약에 따라 위탁업체가 공동주택을 관리하였고, 그 관리업무가 종료된 직후에 입주자대표회의가 관리업무를 인계받아 관리업무를 개시한 사례에서, 종전 조합이 이 사건 아파트를 관리하는 기간 동안 발생한 권리‧의무관계를 입주자대표회의가 승계하기로 하는 약정이 체결되었다고 인정할 만한 사정을 찾아볼 수 없으며, 위 부당이득반환채권이 인정된다고 하여도 그 권리는 계약 당사자인 조합이 보유하는 것이라 하여 입주자대표회의의 청구를 기각한 바 있다.

즉 조합이 관리기간 동안 체결한 위탁계약 상 미지급 퇴직금 및 연차수당 적립금에 대하여 인정되는 부당이득채권 등 계약의 권리 및 의무 일체를 입주자대표회의가 승계하였다고 보기 위해서는 구체적으로 승계에 관한 약정이 있거나 적어도 이를 승계하였다고 볼만한 제반 사정이 존재하여야 한다는 것이 판례의 입장이다.

이와 같은 입장에서 본다면 다른 사정이 없는 한 당초 조합이 체결한 위탁계약의 당사자인 위임인은 조합이라고 할 것이며 부당이득반환청구권을 행사할 수 있는 주체 역시 조합이라고 볼 것이므로, 공동주택을 관리하는 조합은 향후 구체적인 사정을 고려하여 위탁업체에 대하여 직접 부당이득 반환을 청구하는 방안도 고려해볼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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