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 일반 정비사업조합 공사도급계약과의 비교
‘계약 이후’ 포괄적인 계약금액 증액조정을 배제한 것이 아니라, ①물가변동에 따른 계약금액 조정에 관하여 ②기간을 구분해 계약 이후 착공 시점까지의 물가변동은 대체로 인정하고, 다만 ‘착공 이후’ 물가변동분에 국한해 이에 대한 위험을 수급인이 부담한다는 취지로 계약이 체결된다.
포괄적인 계약금액 증액조정 배제특약 대비 계약금액 증액조정 배제항목과 배제기간을 특정한 특약내용은 부당특약에 해당함을 논증하기가 상대적으로 더 어렵다.
‘착공 이후’ 물가변동을 적용하지 않는다는 계약내용은 2011.10. 서울특별시 정비사업 공사표준계약서 내용에도 명시되어 있던 사항이다.
이는 정비사업이 공사도급계약 체결 이후 철거 및 이주 절차가 수행되어야 하므로 계약 시점으로부터 실착공 시점까지 짧아도 수 년의 기간이 소요된다는 사실, 정비사업의 공사도급금액에는 단지 실공사비 뿐만이 아니라 영업비용 및 금융비용 등 제반 비용, 당해 정비사업의 사업이익 역시 일부 포함된다는 점을 감안해 착공 시점을 기준으로 적어도 도급인측 귀책사유와 무관한 착공 이후 물가변동분에 대하여는 도급인의 위험부담에서 제외할 수 있다는 취지의 규정이다.
즉 나름의 합리성이 인정되어 정비사업 공사표준계약서에도 편입되어 있었던 계약내용을 도급인 측 귀책사유와 무관하게 계약 이후 포괄적인 계약금액 증액조정 금지를 규정한 특약내용과 동등한 차원에서 부당특약 해당여부를 판단할 수 없다.
따라서 정비사업에서 ‘착공 이후’ 물가변동을 적용하지 않는다는 공사도급 계약내용을 두고 이를 당해 계약내용 자체만으로 건설산업기본법 제22조 제5항제1호 부당특약에 해당한다고 보기는 어렵고, 당해 계약내용에 따른 분쟁의 실질은 착공 이후 대외적 경제환경 변경 등 사정변경으로 인한 계약취소 등 계약변경 사유가 성립하는지 여부로 사료된다.
사정변경에 따른 계약변경이 인정되기 위해서는 ①계약 성립의 기초가 된 사정이 현저히 변경되고, ②당사자가 계약의 성립 당시 이를 예견할 수 없었으며, ③그로 인하여 계약을 그대로 유지하는 것이 당사자의 이해에 중대한 불균형을 초래하거나 계약을 체결한 목적을 달성할 수 없다는 3가지 요건이 성립해야 한다(대법원 2012다13637 전원합의체 판결 등 참조).
따라서 만약 착공 이후 계약금액 증액 변경계약이 체결되고 이러한 증액 변경계약 체결시에도 마찬가지로 착공 이후 물가변동 배제규정이 그대로 적용됐다면, 증액 변경계약 체결 이후에는 사정변경 원칙이 적용된다고 보기 어렵다.
증액 변경계약 체결 당시 당사자가 이미 착공 이후 시점의 물가변동 사실을 알고 있는 상태에서 당해 변경계약을 체결한 경우에 해당해 사정변경에 따른 계약변경 요건이 성립하지 않기 때문이다.
또 여기서의 사정변경 사유는 말 그대로 계약 성립의 기초가 된 사정이 천재지변이나 이에 준하는 경제사정의 급격한 변동 등으로 현저하게 변경된 사정을 의미하는 것으로, 관련 대법원 판결은 심지어 IMF 사태조차도 채무불이행을 정당화하는 경제사정의 급격한 변동사유로 인정하지 아니한다(대법원 2001다1386 판결 등 참조).
가사 착공 이후 물가변동분을 인정한다고 하더라도 적정 가액 산정 방법에 관한 문제가 발생한다. 정비사업에서의 일반적인 공사도급계약은 산출내역서를 계약문서로 첨부해 체결되는 것이 아니라, 포괄적인 연면적 평단가를 기준으로 체결되기 때문이다. 계약문서 자체로 특정 공사항목의 물가변동분이 산출되지 아니하므로, 분쟁 처리시 반드시 적정 물가변동분 산정을 위한 기준을 정교한 분석 하에 구성해야 한다. 이는 도급제가 아닌 지분제(특히나 확정지분제)에서 더욱 문제되는 사항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