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에 따라 설립된 조합은 정비사업을 수행하는 과정에서, 다양한 이유로 감정평가업자를 선정하게 된다. 감정평가는 그 자체로 물건의 가치, 즉 금액을 평가하는 것이기 때문에 정비사업의 전반에 큰 영향을 주는 항목 중 하나이다. 

이에 도시정비법 제45조제1항제5호는 ‘감정평가법인 등(제74조제4항에 따라 시장·군수등이 선정·계약하는 감정평가법인등은 제외한다)의 선정 및 변경 시 총회의 의결을 거쳐야 한다’라고 규정하고 있다. 문언적으로만 보면 “조합이” 감정평가법인 등을 “선정”하는 경우에는 반드시 총회 결의를 거쳐야만 하는 것처럼 보이기도 한다. 

그동안 국토부도 비록 원론적인 의견이기는 하나 구 도시정비법이 현행 도시정비법 제45조제1항제5호와 같이 개정된 이후로 조합이 감정평가법인등을 선정할 경우 총회 결의를 거쳐야 한다는 입장을 일관되게 밝혀왔기 때문에, 그 해석에 이론(異論)이 없는 것 같았다. 

그런데 이와 다르게 본 하급심 판결이 있어 소개하고자 한다. 사안에서 조합은 사업시행계획인가 고시를 받은 후 분양신청을 하지 않은 토지소유자들의 수용재결신청 청구를 받아 지방토지수용위원회에 수용재결신청을 한 다음, 토지보상법 제68조에 따른 토지보상액 등을 평가하기 위하여 감정평가법인 등을 선정하였는데 이 과정에서 총회 결의를 따로 거치지 않았다. 이에 검사는 도시정비법 제45조제1항제5호를 위반하였다고 보아 기소하였다.

그러나 법원은, 도시정비법 제65조제1항은 사업시행자가 필요한 토지 등을 확보하여 원활하게 사업시행을 할 수 있도록 하는 한편, 피수용자에게 적절한 보상을 하도록 하기 위하여 토지보상법을 준용하도록 한 규정이지 사업시행자인 조합의 운영 및 의결사항에 관한 규정이 아니라는 점, 주택재개발사업에서 관리처분계획 수립을 위한 감정평가 시에 감정평가법인 등을 시장‧군수 등이 선정하도록 되어 있을 뿐 조합이 감정평가법인 등을 선정하는 절차에 관하여 정하고 있지 아니한 점 등에 비추어 볼 때, 토지보상법 제68조제1항에 따라 감정평가법인 등을 선정하는 절차에서 총회의 결의를 거쳐야 한다고 확장하여 해석할 것은 아니라고 보아, 무죄를 선고하였다. 적어도 조합이 토지보상법에 따라 감정평가법인 등을 선정하는 경우만큼은 도시정비법 제45조제1항제5호에 따라 총회 결의를 거칠 필요가 없다고 본 것이다. 

나아가 도시정비법 제45조제1항제5호에서 열거하고 있는 ‘시공자, 설계자, 감정평가법인등’의 범위에 수행할 용역이 경미하거나 부수적인 경우이거나 타 법령에 따라 반드시 선정하여야 하는 경우에도, 반드시 총회 결의를 거쳐야만 하는 것으로 보아야 할지, 그리고 그것이 바람직 한 것인지 고민해볼 필요가 있다. 단순히 그 업종이 ‘시공자, 설계자 감정평가법인등’에 해당한다는 이유만으로 총회 결의를 거치도록 강제하는 것이 도시정비법이 의도한 것으로 보기에 어려운 측면이 있기 때문이다. 불필요한 도시정비법 위반을 방지하기 위해서라도, 총회 결의의 대상이 되는 범위에 대하여 가능한 구체적으로 법령이 개정되길 바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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