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픽=홍영주 기자]

정부가 주택공급 확대를 골자로 한 ‘국민 주거안정을 위한 주택공급 활성화 방안’을 내놨다. 이른바 9·26대책으로 공공분야는 물론 민간분야의 주택사업에 대한 규제 완화와 인센티브 등을 통해 2024년까지 100만호 이상을 공급한다는 계획이다. 장기적으로 현 정부 내에서 270만호 공급 목표를 달성하는 것을 넘 추가 공급까지 진행한다는 방침이다. 특히 수요가 많은 도심지 내 주택 공급량을 늘리기 위해 재건축·재개발 등 정비사업에 대한 지원책도 담겼다. 정비사업과 관련한 주요 대책에 대해 정리했다.

 

표준계약서 마련 등 공사비 분쟁 최소화

정부는 최근 시공 자재가격 급등으로 인한 공사비 분쟁을 최소화하기 위한 방안을 마련했다. 조합과 시공자가 공사비 증액을 놓고 갈등을 벌이면서 정비사업이 지연되는 사례가 늘자 대책 마련에 나선 것이다.

우선 정비사업에 특화된 표준계약서를 별도로 마련해 분쟁을 억제한다는 계획이다. 표준계약서에는 공사비 증액 기준이 되는 물가변동률, 공사비 산정 기준시점 등이 포함될 예정이다. 공사비가 일정 수준 이상 상승할 경우 표준계약서를 바탕으로 당사자가 재협상할 수 있도록 적극 유도하겠다는 것이다.

또 조합과 시공자간의 공사계약이 원만하게 체결될 수 있도록 전문기관의 컨설팅도 지원한다. 분쟁이 발생할 우려가 있는 구역에는 즉시 조정전문가를 파견하는 한편 분쟁조정협의체를 구성해 정상화에 나선다. 지자체의 법률·건설·토목·도시행정 등 전문가를 활용하고, 파견비용은 국토부가 지원하는 방식이다.

정비사업의 공사비 분쟁을 최소화하기 위한 구체적인 프로세스도 마련했다. 최초 공사비 계약 단계에서 컨설팅을 통해 계약서를 명확화하고, 공사비 증액을 요구하는 경우에는 공사비 검증제도를 적극 활용한다. 현재는 조합이 한국부동산원 등에 공사비 검증을 요청하도록 규정하고 있지만, 앞으로는 지자체도 검증 요청을 할 수 있도록 제도를 개선한다는 계획이다. 더불어 분쟁발생 시에는 협의체를 구성하고, 착공이 지연될 경우에는 분쟁조정위의 심사·조정이 가능토록 했다.

더불어 민간참여 공공사업의 경우에는 공공과 민간이 합리적으로 리스크를 분담할 수 있도록 공사비 증액 반영 기준을 정비할 예정이다.

 

상가 지분쪼개기 막고, 규제는 합리화하고

재건축·재개발 등 정비사업이 원활하게 추진될 수 있도록 규제를 개선하는 방안도 마련했다.

먼저 강남 재건축 등에서 분쟁과 투기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는 상가 지분쪼개기에 대한 대책이 나왔다. 현행법상 주택의 경우 권리산정기준일을 정비구역 지정 고시일이나 시·도지사가 기본계획 수립 이후로 정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권리산정기준일 이후에 토지 등이 분할되면 분양권이 제외된다.

문제는 해당 규정은 ‘주택’에 한해 적용되는 만큼 아파트 단지 내 상가는 권리산정기준일 적용받지 않는다는 점이다. 이로 인해 정비기본계획이 수립되거나, 정비구역 지정 고시가 났더라도 지분쪼개기가 가능한 상황이다.

이에 따라 정부는 상가도 주택과 동일하게 권리산정일을 지정해 분양권이 증가하는 것을 막겠다는 계획이다. 이미 최인호 의원을 비롯해 박진 의원, 안철수 의원, 김병욱 의원 등이 상가 지분쪼개기와 관련한 개정법률안을 발의한 상태다.

또 재건축부담금 합리화, 실거주 의무 폐지 등도 빠른 시일 내에 처리한다는 방침이다. 앞서 정부는 작년 9월 재건축초과이익환수제 개선을 통해 재건축부담금을 현실화한다고 발표한 바 있다. 이후 다수의 국회의원이 면제금액을 2배로 상향하고, 부과구간도 상향하는 등의 내용을 담은 재건축이익환수법 개정안을 국회에 제출했다.

하지만 야당이 재건축부담금 감면 규모가 과다하다는 이유로 반대하면서 법안 처리가 지연되고 있는 상황이다. 이에 정부가 당초 면제금액보다 낮은 기준을 제시했지만, 여당과의 합의는 묘연한 상황이다. 따라서 정부는 빠른 시일 내에 국회와 적극 협의해 개정을 진행하겠다는 계획이다.

 

정비사업 절차 통합·전자 총회로 사업기간 단축

이번 대책에는 정비사업의 절차 통합과 전자총회 도입 등을 통해 사업기간을 단축하는 내용도 포함됐다.

광역지자체가 정비계획 가이드라인을 사전에 제시하도록 의무화하는 한편 특별건축구역 지정 절차도 간소화해 정비구역 지정기간을 단축한다는 계획이다. 현재는 광역지자체가 특별건축구역을 지정하면 기초지자체에서 사업시행계획인가를 내는 방식이다. 하지만 앞으로는 사업계획인가 시 특별건축구역 지정을 의제 처리하는 방안이 도입될 전망이다.

신탁방식의 정비사업 속도를 높이기 위한 규제 완화도 추진한다. 현행법상 신탁업자를 사업시행자로 지정하기 위해서는 주민 3/4 이상의 동의와 토지면적 1/3 이상의 신탁이 필요하다. 문제는 주민동의를 받더라도 토지면적 1/3 이상의 신탁이 쉽지 않아 신탁방식의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는 점이다. 따라서 정부는 신탁 관련 기준을 삭제해 주민 3/4 이상의 동의만 있다면 사업시행자 지정이 가능토록 하겠다는 방침이다.

또 신탁방식으로 정비사업을 추진하는 경우 정비사업계획을 수립해 통합 처리토록 하는 등의 절차 간소화로 사업기간을 최대 3년을 단축시키겠다는 계획이다. 더불어 경미한 사항에 대한 의사결정은 주민대표회의로 위임하는 방안도 도입될 예정이다.

전자적 방법으로 총회를 진행할 수 있는 개선안도 마련한다. 현행법에는 재난 등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사유가 발생해 조합원이 직접 출석이 어렵다고 인정하는 경우에만 전자적 방법을 통해 의결권을 행사할 수 있다.

하지만 정부는 전자총회를 도입해 총회 개최와 출석, 의결 등을 온라인(모바일) 방식으로 진행할 수 있도록 관련 법령을 개정할 예정이다.

 

소규모정비사업도 규제 완화해 주택공급에 일조

재건축·재개발 등 정비사업 외에도 소규모주택정비사업을 지원하기 위한 대책도 나왔다. 먼저 사업시행가능 면적 요건에서 기부채납하는 부지는 제외토록 한다는 계획이다. 현행법에 따르면 가로주택정비사업과 소규모재건축, 소규모재개발 등은 모두 사업시행구역의 면적이 1만㎡ 미만이어야 한다. 하지만 정부는 기부채납 부지에 대해서는 사업시행구역에서 제외해 구역면적을 늘린다는 방침이다. 기부채납 면적은 최대 1만㎡로 상한을 정했다.

공공이 참여하는 소규모주택정비 관리지역의 최대 면적기준도 상향한다. 소규모주택정비법에 따르면 시장·군수나 토지주택공사 등이 관리지역에서 거점사업을 시행하는 경우 연접한 사업시행구역을 하나의 사업시행구역으로 통합해 시행할 수 있다.

정부는 현재 통합 시행할 수 있는 최대 면적이 2만㎡ 이하에서 최대 4만㎡까지 상향하는 내용으로 법령을 개정한다는 계획이다. 해당 대책이 시행될 경우 사실상 일반 재개발과의 면적 차이가 크지 않아 주택공급량이 대폭 증가할 것이란 전망이다. 다만 지자체가 전체 소규모정비사업과 기반시설 계획 등을 사전에 수립하는 지역으로 한정될 예정이다.

이와 함께 소규모 정비사업 기금융자도 지속적으로 지원한다. 사업비의 50~70%까지 융자가 가능하며, 이율은 1.9~2.2% 수준으로 저렴하게 이용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한편 정부는 이번 대책을 통해 민간의 적체된 인허가·착공 대기 물량을 조속하게 재개할 수 있도록 유도하겠다고 밝혔다. 이를 통해 올해 주택공급 목표인 47만호 인허가를 최대한 달성하고, 내년도 주택공급량도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심민규 기자 smk@aru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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