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창우  조합장 | 신당10구역 재개발 [사진=이호준 기자]

서울 중심부인 중구 신당동의 신당10구역에 재개발 추진 이야기가 나온 지 어느새 20년이 지났다.

‘신당동 떡볶이 골목’의 옆길을 따라 이어진 신당10구역의 모습은 강산도 변한다는 10년이 두 차례 흘러도 비슷한 모습이었다. 아직도 공중변소가 있을 정도로 열악하고, ‘개미골목’으로 통하는 골목은 우산을 접고 이동해야 될 정도로 비좁았다. 곳곳에는 쪽방촌과 임시 보수만으로 버텨온 주인 잃은 공가들이 즐비하다.

한 차례 재개발이 무산된 후 장시간 방치된 결과다. 신당10구역은 첫 재개발 시도에서 사업시행인가까지 받아 개발 기대감이 높아졌던 지역이다. 관리처분계획 수립까지 앞두던 중 일부 주민들의 조합설립인가 무효 소송이 있었고, 패소하면서 조합이 해산됐다. 이어 정비구역에서 해제되면서 추진 동력을 잃고 말았다.

서울 중구 신당10구역 재개발 사업개요 [표=홍영주 기자]

열악한 생활이 이어지자 주민들은 2018년부터 본격적인 재추진 움직임을 보였다. 주민들은 이창우 위원장을 중심으로 추진준비위를 구성했고, 신속통합기획 공모지 선정을 거쳐 올해 6월 정비구역 재지정에 성공했다. 이어 조합직접설립제도를 통해 구역 지정 후 반 년도 되지 않아 창립총회까지 마치면서 재개발 기틀을 마련했다.

초대 조합장으로 선임된 이창우 주민협의체 부위원장을 만나 신당10구역의 재개발 이야기를 들어봤다.

 

신당10구역 재개발 구역 전경 [사진=이호준 기자]

 

이달 9일 서울시 신속통합기획 재개발 사업장으로는 최초로 창립총회를 개최했다. 오랜 기다림에 주민들의 기쁨도 클 것 같은데

추진준비위원회 발족 때부터 다시 시작하는 만큼 빠르게 재개발을 추진하자는 목표를 세웠다. 실제로 정말 신속하게 창립총회까지 진행됐다. 조합설립을 위한 동의율 75%를 기록하는 데까지 불과 36일이 걸렸고, 구역지정 후 6개월이 안 되어 창립총회를 개최한 것이다. 이에 주민들도 한 번 무산됐던 아픔이 있어 배로 기뻐해주신다. 아울러 최초, 초단기 사례라는 자부심과 좋은 성공 사례로 남자는 책임감도 동시에 갖고 계신다. 이런 분위기를 이어가자고 토지등소유자들이 다 함께 의기투합하고 있다.

 

신당10구역 재개발 구역 전경 [사진=이호준 기자]

 

신당10구역은 장기간 기다려온 사업장으로, 초대 조합장으로서 책임감도 상당할 것 같다

먼저 최초, 초단기 타이틀과 함께 사업을 시작하게 해주신 토지등소유자분들에게 감사 인사를 드리고 싶다. 이런 모범적인 출발을 하게 된 것은 모두 소유주님들 덕분이다. 기대가 큰 만큼 책임감도 매우 통감하고 있다. 물론 압박감도 있지만, 이를 성공적인 사업 추진을 위한 원동력으로 삼고 있다. 사업 마무리까지 이런 분위기를 이어갈 수 있게 적극적인 소통과 투명성, 신속성, 정확성으로 보답하겠다. 두 번의 아픔은 없다. 성공적인 결과로 모든 분들의 마음을 치유해드리는 조합장의 모습 보여드리겠다.

 

신당10구역 재개발 구역 전경 [사진=이호준 기자]

 

2007년 사업시행인가까지 받았음에도 재개발이 무산된 바 있다. 드문 케이스로 알고 있는데, 그간 사업이 어떻게 진행됐던 것인지

원래 재개발사업 이야기가 나온 것은 2000년대 초반으로, 지금부터 20여 년 전이다. 그 때는 2006년 5월 정비구역으로 지정된 후 2007년 1월 조합설립인가를 받고 같은 해 9월에는 사업시행인가까지 받았다. 단순 기간만 봐도 사업이 순항하는 듯했다. 하지만 관리처분인가를 앞두고 있던 때 일부 주민들의 조합설립인가 무효 소송이 있었다. 2008년 6월에 원고 승소 후 2009년 3월 대법원까지 같은 판결을 내면서 조합이 해산하게 돼 사업이 표류하게 됐다. 이후 2015년 11월 정비예정구역 및 정비구역 해제 고시가 나면서 1기 재개발이 무산됐다. 워낙 생활환경이 열악했던 탓에 주민들은 무산된 뒤에도 재개발에 대한 염원이 가득했지만 구심점이 없었다. 이에 제가 2018년 추진준비위원장으로 나서 몇 명의 추진준비위원들과 재개발을 재추진하게 됐다. 추진준비위가 생기자 주민들이 뜻을 모아주셨고 2021년 신속통합기획 대상지 선정과 올해 6월 정비구역 지정·고시를 거쳤다. 이어 조합직접설립제도를 통해 최근 창립총회까지 마친 것이다.

 

신당10구역 재개발 구역 전경 [사진=이호준 기자]

 

처음 재개발 이야기가 나왔을 때도 열악한 상황이었을 텐데, 20년이나 지난 지금 주민 고충이 상당할 것 같다

그때도 노후 주택단지였는데, 큰 개발 없이 방치된 지금은 어떻겠나. 말 못할 고충들이 많다. 20여 년 동안 고작 몇 채의 신축 주택이 들어선 게 변화의 전부다. 주민들의 재개발 기대감이 높았던 만큼 리모델링하기보다는 근근이 보수하면서 버텨왔기 때문이다. 개미굴처럼 이어진 좁은 골목길에 작은 집이 다닥다닥 붙어있고, 아직 공중변소도 있다. 낡은 환경을 버티다 못한 주민들이 비운 공가도 많다. 몇 개월 전 구역 내 화재가 나 소방차가 7대가 왔는데 좁은 골목길로 진입할 수가 없어 1대가 온 것과 다를 바가 없었다. 겨우 진화는 됐지만, 위험천만한 상황이었다. 도시가 낡으니 젊은 세대가 빠져나가고, 상권은 쇠퇴하고 사실상 슬럼화 됐다고 보면 맞다.

 

재개발사업 재추진을 위해 어떤 노력들을 해왔나

우리 구역은 구역해제 후 3년 만에 재추진에 나서게 되면서 구청에서도 만반의 사전 준비를 원했다. 원래 사전타당성 검토의 동의율은 30%지만, 우리 구역에 75%의 동의서를 요구한 것이다. 재추진 동력을 얻기 위해서는 관의 협력이 필수적이라고 느껴 끊임없이 담당자들과 만나 문턱을 낮추기 위한 노력을 거듭했다. 또 노년 인구가 많은 만큼 가가호호 방문을 통해 재개발사업에 대한 지식전달과 질의응답 시간을 자주 가졌다. 꾸준한 활동은 긍정적인 결과로 이어졌다. 구청은 동의율을 50%까지 완화해주었고, 주민들은 동의서 제출에 적극적인 자세로 임해주었다. 이 외에도 개인적으로 전문가, 타 구역 조합장들과의 자문을 통해 실무 노하우를 배웠다. 이런 것들이 신속한 구역지정과 조합설립 동의율 확보를 위한 밑거름이 됐다.

 

추진위원회 승인 후 조합설립인가를 받는 경우가 보편적인데, 조합직접설립제도를 선택한 이유가 있나

우리 추진준비위는 크게 3가지 장점을 보고 선택했다. 사업기간 단축, 예산 지원, 외부 위원장 선임을 통해 공정성을 확보할 수 있다는 점이다. 실제로 창립총회까지 우리 주민들의 지출 하나도 없이 사업을 이어갈 수 있었다. 또 일부 구역에서는 추진준비위가 여러 곳이 생기면서 주민 갈등과 사업 지연으로 이어지는 사례들을 봤는데, 그런 경우를 방지코자 했다. 더불어 직접 시행해보니 공무원들의 목소리가 주민들에게 큰 신뢰를 준다는 것을 느꼈다. 이런 점도 도움이 많이 됐다. 무엇보다 조합직접설립제도는 구청의 협력 여부가 속도를 크게 좌우한다. 우리 중구청은 정말 자기 일처럼 적극적으로 헌신하고 노력해주었다. 다시 한 번 감사드린다.

 

신당10구역 재개발 구역 전경 [사진=이호준 기자]
신당10구역 재개발 구역 전경 [사진=이호준 기자]

 

서울시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 조례가 개정되면서 조합설립인가 후 시공자 선정이 가능해졌다. 신당10구역의 향후 계획과 목표는

우선 사업시행계획 수립보다 시공자 선정을 선행하는 쪽으로 방향을 잡았다. 조합직접설립제도의 특성상 협력업체들은 인가까지만 담당하게 된다. 이에 따라 가장 최우선 과제는 협력업체 선정이다. 이르면 올해 말에 인가가 날 텐데, 내년 상반기에는 정비사업전문관리업자, 설계업체 등 선정에 매진해야 할 전망이다. 4월 경이면 업체 선정이 완료될 것으로 예측한다. 이후 설계안 마련에 3개월 정도의 시간이 소요될 것으로 보인다. 이어 내년 하반기 시공자 입찰 공고를 내고, 연내 총회를 개최해 선정하는 것이 목표다. 현재 가장 관심을 보이는 건설사는 GS건설, HDC현대산업개발, 롯데건설, 삼성물산 등이다.

 

신당10구역 재개발 구역 전경 [사진=이호준 기자]

 

신당10구역의 강점을 소개해 달라

먼저 무려 3개의 환승역에 둘러싸여 있어 4개 호선을 이용할 수 있는 쿼드러플 역세권이다. 또 서울 중심지인 중구인 만큼 주요 도심으로의 접근성이 매우 뛰어나다. 위치적으로 이만한 상급지도 드물 것이다. 이와 함께 광희문, 동대문역사문화공원, 동대문디자인플라자, 충무아트센터 등이 인접한 역사, 문화, 상업의 중심지다. 그래서 서울시에서도 한양도성박물관, 광희문 성곽길, 동대문역사문화공원 등과 어울리는 다채로운 주거 디자인을 콘셉트로 잡고 개발 방향을 정했다. 향후 신당10구역만의 독창적인 아파트 디자인이 기대되는 이유다.

이호준 기자 leejr@aru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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