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기고에서는 도시정비법의 전면개정에 따라 협력업체의 선정과 계약에 일반경쟁입찰이 필요하게 되었다는 것, 도시정비법 부칙은 일반 협력업체는 개정법 시행 후 최초로 계약을 체결하는 경우부터, 시공자나 정비사업전문관리업자는 개정법 시행 후 최초로 선정하는 경우부터 적용하도록 규정하고 있다는 것, 개정법 시행 전 시공자등의 선정이나 계약체결 전례가 없었던 조합이 개정법 시행 후 선정이나 계약하는 경우 신법에 따른 절차를 밟아야 한다는 것, 선정공고나 대의원회 개최 등 선정이나 계약을 위한 객관적 행위가 개정법 시행 전 진행된 경우 비록 선정이나 계약 완료 시점이 개정법 시행 후라도 신뢰보호를 위해 구법 적용이 타당하다는 것 등을 살펴보았다. 


가장 논란이 되는 사례는 개정법 시행 전 시공자나 정비업체를 선정하였다가 선정이나 계약을 취소‧해지하고 개정법 시행 후 재선정하는 경우다. 이에 관하여 선정을 취소하거나 계약을 해지한 이상 새로운 업체의 선정이나 계약체결에 개정법이 적용되어야 한다는 견해가 있다. 


부칙에서 말하는 ‘최초’란 선정대상이나 계약상대방과의 상대적 관계에서 ‘최초’인 경우를 의미하며 결국 ‘최초 선정’인지 여부는 선정의 주체인 조합만이 아니라 선정의 대상이 되는 시공자 등 협력업체의 동일성까지 고려하여 결정하여야 한다는 얘기다.


따라서 조합이 개정법 시행 전에 ‘A’를 선정하고 개정법 시행 후 그 ‘A’와 변경계약을 체결하는 경우 그 계약은 조합 뿐 아니라 상대방인 ‘A’에게도 ‘최초’가 아니기에 개정 전 법률이 적용되고 그 외에 계약상대방이나 선정의 대상이 바뀌는 모든 경우는 ‘최초’가 될 수밖에 없어 개정법을 적용하여야 한다는 것이다. 행위주체인 ‘조합’만이 아니라 선정의 대상 혹은 계약상대방까지 고려하여 ‘최초’를 판단하여야 한다는 논리는 국토교통부의 입장이기도 하다.


이런 논리는 결코 수긍할 수 없다. 부칙의 경과규정은 기존 규범에 관해 형성된 신뢰를 보호하기 위한 입법자의 결단이다. 이때 입법자가 보호하려는 신뢰는 누구의 신뢰일까. 개정규정을 직접 적용받을 수범자의 신뢰다. 시공자 등 협력업체 선정과 계약에 관한 규정의 주된 수범자는 누구인가. 다름 아닌 사업시행자인 조합이다. 


따라서 부칙에서 말하는 ‘최초 선정’이나 ‘최초 계약’은 응당 사업시행자인 조합의 입장에서 파악하여야 하고 그것으로 충분하다. 선정의 대상 혹은 계약상대방은 경과규정을 통해 입법자들이 보호하려는 신뢰와는 전혀 무관하기 때문이다.


국토교통부의 해석론이 완전히 잘못되었다는 점을 논증할 결정적 논거가 한 가지 더 있다. 협력업체 선정에 관한 개정규정은 처벌규정과 연결되어 형사상 구성요건으로 기능한다. 단순한 금지를 넘어 위반시 형사처벌까지 가능하다는 의미다.


‘형사처벌’이란 말이 등장하면 반드시 우리헌법상 기본원칙인 ‘죄형법정주의’를 떠올려야한다. “법률 없으면 범죄도 없고, 법률 없이는 형벌도 없다”는 그 유명한 형사법의 대원칙 말이다. 이 죄형법정주의에서 ‘확장해석 금지의 원칙’이 파생된다. 따라서 형벌법규의 해석은 엄격해야 하며 피고인에게 불리한 방향으로 확대해석할 수 없게 된다. 


부칙의 적용범위를 부당하게 좁혀 처벌범위를 확장하는 해석론은 경과규정의 신뢰보호 취지에 어긋날 뿐만 아니라 죄형법정주의 원칙에 정면으로 반한다는 점에서 국토교통부가 취할 해석론이 될 수 없다. 폐기처분되어야 마땅하다.
 

박일규 변호사 / 법무법인 조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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