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강남 재건축이 초과이익환수금을 줄이기 위해 극약처방을 불사하고 있다. 일부 단지들이 재건축을 고의로 지연하는 것은 물론 잠정 중단을 선언하는 등 재건축부담금 포비아 현상으로 강남지역의 주택공급 차질까지 우려되고 있는 상황이다. 그렇다고 마냥 재건축을 미룰 수도 없는 상황이어서 재건축부담금 공포로 인한 딜레마는 더욱 커질 전망이다.

▲강남 재건축 단지, 사업 미루거나 지켜보거나=일부 단지들이 재건축사업을 미루고 있다. 재건축부담금 산정의 기초가 되는 사업개시시점의 가격을 최대한 높여 사업을 시작하겠다는 것이다. 강남구 개포주공5단지와 6·7단지, 워커힐아파트 등은 지난해 추진위원회 설립이 가능한 상황이었지만, 올해로 미뤘다. 


재건축부담금은 사업완료시점의 주택가격에서 개시시점의 주택가격과 사업비 등을 제외한 초과이익의 규모로 결정된다. 따라서 해당 단지들은 올해 개시시점의 주택가격을 높여 개발이익을 줄이는 방법을 선택한 것이다. 당장 보유세 등을 더 납부하더라도 공시지가를 높인 상태에서 재건축을 진행해 부담금을 줄이겠다는 취지다.


실제로 박홍근 의원실에 따르면 지난해 공동주택가격 이의신청은 2017년보다 무려 3배 가까이 늘어난 것으로 조사됐다. 전체 이의신청 중에서 약 80% 수도권에서 신청한 것으로 공시가격을 올려달라는 단지가 늘어난 것이 특징이다.


이미 사업이 한창 진행 중인 구역에서 ‘사업 중단’을 선언한 곳도 있다. 강남구 대치쌍용1차는 지난해 10월 사업시행인가를 받아 시공자 선정이 가능해졌지만, 조합은 당분간 사업을 중단키로 했다. 시공자가 선정되면 사업을 되돌리기 힘든 상황이 될 수 있는 만큼 선정 자체를 미루자는 것이다. 이에 따라 조합은 인근 대치쌍용2차 아파트의 재건축부담금 예정액 규모를 확인한 후 사업추진 여부를 결정하겠다는 방침이다.


문제는 대치쌍용2차도 사업이 순탄치 않다는 점이다. 지난해 재건축부담금 예정액이 통보될 것으로 예상됐지만, 시공자인 현대건설과의 계약 문제로 일정이 미뤄지고 있다. 이르면 올해 상반기에 재건축부담금 예정액이 나올 것으로 예상되지만, 정확한 시기를 가늠하긴 어려운 상황이다.

▲“집값 더 오를까? 떨어질까?” 선택의 기로에 놓인 재건축=재건축부담금은 준공 시점의 아파트 가격이 최대 변수다. 준공 당시 아파트 가격이 높게 형성된다면 부담금 규모가 커지고, 가격이 떨어지면 부담금 규모도 줄어들게 되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일부 언론에서는 지난해 아파트가격 급등을 이유로 재건축부담금이 많게는 수억원 가량이 증가할 것이란 전망을 내놨다. 지난해 국토교통부가 내놓은 강남 4구의 조합원당 평균 부담금은 4억4,000만원이 될 것으로 예상했다. 하지만 작년 강남 주요 재건축 현장의 아파트 가격이 최고 40% 이상 상승하면서 향후 재건축부담금도 높아질 것이란 분석이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재건축부담금 규모가 예상보다 크게 높아지지 않을 것이란 예상도 나온다. 정부의 강력한 재건축 규제로 인해 집값이 보합상태를 유지하고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지난해처럼 주택가격이 크게 오를 가능성이 높지 않다는 것이다.


또 사업기간이 길어지면 재건축부담금의 개시시점이 변경되는 만큼 변수를 잘 파악할 필요도 있다. 현행법에 따르면 부과개시시점은 추진위원회 승인일이지만, 사업기간이 10년을 넘어가면 종료시점을 역산해 10년이 되는 날이 개시시점이 된다. 일반적으로 공시지가가 해가 갈수록 올랐다는 점을 감안하면 결국 조합의 적절한 타이밍 잡기가 관건인 셈이다.


한국주택정비사업조합협회 엄정진 정책기획실장은 “재건축부담금은 재건축이 완료된 시점의 주택가격을 기준으로 산정되는 만큼 다양한 변수가 존재한다”며 “조합이 무리하게 사업을 지연시키거나, 앞당기는 것이 오히려 재건축부담금을 늘리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는 만큼 철저한 대비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심민규 기자 smk@aru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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