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단 조합설립에 동의하였던 조합원들도 분양신청 단계에서 다시 한 번 사업참여 여부를 결정할 수 있는 기회를 갖게 된다. 


총비용, 총수입 등을 추산하여 얻어지는 정비사업의 예상 사업성을 검토하고 분양신청을 통해 사업에 계속 참여하는 것보다 청산금을 받고 탈퇴하는 것이 더 유리하다는 판단이 서면 분양신청을 하지 않거나 분양신청을 했더라도 분양신청기간이 종료하기 전에 그 분양신청을 철회하면 되는 것이다. 


분양신청을 하지 않거나 적법하게 분양신청을 철회하면 분양신청기간 만료일을 기점으로 “조합원”에서 “현금청산대상자”로 극적인 지위의 변동을 겪게된다. 사업에서 탈퇴한다는 것, 즉 조합원 지위를 잃는다는 것은 더 이상 조합의 구성원이 아니라는 것이고 조합이 시행하는 정비사업의 손익분배와도 전혀 무관하게 된다는 의미다. 


따라서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조합이 중요한 의사를 결정하기 위해 개최하는 어떠한 조합원 총회에도 현금청산대상자들의 참여를 허용할 하등의 이유가 없게 된다. 조합원으로서의 의결권이 부인됨은 물론 총회소집 통지조차 할 필요가 없다.


청산자지위 취득 이후 실제 현금청산절차가 진행되어 청산대상자들의 청산금 수령이나 청산금 공탁과 동시에 소유권이 조합으로 이전되면 이들과 조합의 법적 인연은 사실상 끝난다. 만약 청산절차 종료 이전 사업성에 대한 기대가 달라져서 다시 사업에 참여하고 싶을 때 조합원 지위를 회복하는 방법이 있을까.


조합원 지위의 회복을 바라는 청산자들이 대표적으로 주장할 수 있는 논거는 인가받은 사업계획에 무효나 취소의 흠이 존재하여 애초 진행되었던 분양신청절차가 소급적으로 효력을 잃고 따라서 상실하였던 청산대상자들의 조합원 지위도 소급적으로 회복될 수 있다는 것이다. 


분양신청절차는 근본적으로 적법하게 인가받은 구체적 사업계획을 전제로 하는 것이기에 이러한 이론구성은 매우 타당한 측면이 있다. 


그러나 사업계획이 무효로 확인되거나 취소되는 실제 사례는 극히 찾아 보기 어렵기에 사업계획의 실효를 근거로 조합원 지위를 회복한다는 논거는 그 논리적 완결성에도 불구 조합원 지위회복을 위한 현실적 수단이라 볼 수 없다.


현실에서 보다 빈번하게 발견되는 현금청산자들의 조합원 지위 회복 시도는 바로 사업계획의 변경을 이유로 한 것이다. 사업계획의 변경은 거의 모든 조합이 실제 경험하게 되는 절차여서 사업계획의 무효확인이나 취소와는 비교할 수 없을 만큼의 구체적 실현가능성을 갖게된다. 


이들의 주장에 의하면 경미한 변경을 제외한 사업계획의 중대한 변경은 종전 사업계획의 효력을 소멸 시키고 완전히 새로운 사업계획으로 존재하게 되는 것이기에 종전 사업계획이 유효하게 존재함을 전제로 진행되었던 주요 후속 절차 중 하나인 분양신청절차 역시 효력을 잃고 따라서 청산대상자들의 조합원 지위도 자동적으로 회복되는 것이 마땅하다는 것이다. 


나아가 직접적인 사업계획의 변경 뿐 아니라 정비계획의 변경 역시 궁극적으로 사업계획의 변경을 수반하기에 정비계획의 변경 고시 시점에 청산자들이 조합원 지위를 회복할 수 있다고도 주장한다. 


이와 같은 논리를 정면으로 채택한 하급심 법원의 판결도 있다. 해당 판결의 논거는 종전 사업계획의 변경은 조합원 분담금 규모에 영향을 미치게 되고 이는 곧 사업에 참여할지 여부를 결정하게 되는 핵심사항이 되므로 조합은 변경된 사업계획에 따라 토지등소유자들에게 다시 분양신청절차를 이행하여야 하고 현금청산자라고 하더라도 그 분양신청절차에서 배제되어서는 안된다는 것이다. 


사업계획의 변경에 따라 조합원 지위가 회복되어야 한다는 이 같은 논리는 과연 합리적이며 타당한 것일까

☞다음 기고에 계속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저작권자 © 위클리한국주택경제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