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사비 검증 의뢰 제도 도입 이후 연도별 공사비 검증 의뢰건수 [그래픽=홍영주 기자]
공사비 검증 의뢰 제도 도입 이후 연도별 공사비 검증 의뢰건수 [그래픽=홍영주 기자]

재개발·재건축 공사비를 둘러싼 조합과 시공자간의 갈등이 커지고 있는 가운데 정부는 탁상행정으로 일관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김병기 의원이 국토교통부로부터 제출 받은 자료에 따르면 재건축·재개발로 인한 조합과 시공자 간 공사비 갈등이 가시화되어 한국부동산원에 공사비 검증을 의뢰하는 건수가 급증하는 추세다. 하지만 법적 강제성이 없다 보니 조합과 시공자가 어쩔 수 없이 합의에 이르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실제로 최근 3년 간 공사비가 급증하며 공사가 중단된 재건축·재개발 현장이 속출하고 있다.

김 의원이 확보한 자료에 따르면 한국부동산원이 공사비 검증 의뢰 제도를 도입한 이후 검증 의뢰 건수가 매해 증가하고 있다. 특히 2019년 2건에 불과했던 의뢰 건수는 지난해 32건으로 급증하며 공사비 갈등이 심화되고 있음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시공자들이 물가 상승, 설계 변경 등을 이유로 공사비를 과도하게 높이자 공사비 검증에 나선 조합이 늘고 있는 셈이다.

조합 및 시공사 간 공사비 관련 갈등 구역 (23.9.18) [자료=김병기의원실 제공]
조합 및 시공사 간 공사비 관련 갈등 구역 (23.9.18) [자료=김병기의원실 제공]

문제는 공사비 검증에 법적 강제성이 없고 검증에만 수개월이 걸리다 보니 조합과 시공자가 합의에 이를 때까지 갈등이 이어지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조합이 새 시공자를 선정하고자 하더라도 급증한 공사비로 인해 시공자가 섣불리 수주전에 나서지 않는다.

일례로 부산 시민공원촉진2-1구역 조합은 올해 6월 공사비 증액을 요구한 GS건설과 계약을 해지한 뒤 시공자 재선정을 시도했지만 입찰한 건설사가 없어 최근 두 번째 입찰에 나섰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일부 조합은 계약을 해지한 기존 시공자와 협의를 진행할 수밖에 없는 실정이다. 경기 남양주시 진주아파트 재건축조합과 성남시 산성구역 재개발조합은 시공 계약을 해지했다가 기존 시공자와 협의 중이거나 협의를 끝내기도 했다.

정부도 문제를 인지하고 공사비 분쟁 완화를 위한 조정 전문가 파견 제도를 도입했다. 조합이나 시공자가 전문가 파견을 신청하면 검토를 거쳐 관련 비용을 정부가 전액 지원하는 제도다. 하지만 현장 관계자들은 강제성 없는 조정보다 정부의 적극적인 해결책 제시를 희망하고 있다.

김 의원은 “공사비 검증에만 수개월이 걸리는 현 제도를 시급히 개정할 필요가 있다”면서 “시공자가 일방적으로 공사비를 증액하면 조합원들이 억울하게 피해를 입는 것은 부당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정부의 강제성 없는 조정으로 시간만 허비하기보다 사전에 시공자가 공사비를 제멋대로 증액하지 못하도록 규정하는 것이 더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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