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문제의 소재=종전에도 서울시 표준선거관리규정에서는 ‘조합 정관’으로 정하는 바에 따라 전자적 방법에 의한 의결권 행사를 예정하고 있었으나(제46조) 실제로 정관에서 정하는 경우는 드물었다. 그런데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이 2021.8.10. 개정되면서 제45조제8항에서 “제5항에도 불구하고 재난 및 안전관리 기본법 제3조제1호에 따른 재난의 발생 등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사유가 발생하여 시장ㆍ군수등이 조합원의 직접 출석이 어렵다고 인정하는 경우에는 전자적 방법(전자문서 및 전자거래 기본법 제2조제2호에 따른 정보처리시스템을 사용하거나 그 밖의 정보통신기술을 이용하는 방법을 말한다)으로 의결권을 행사할 수 있다. 이 경우 정족수를 산정할 때에는 직접 출석한 것으로 본다”는 규정이 신설되었다.

이로써 정비사업에서도 이른바 전자투표가 도입되었지만 이 규정의 취지와 해석에 관하여 지금까지 하급심 판례는 다소 엇갈린 판결을 내리고 있다. 이에 그 내용을 소개하고 현재 계류 중인 도시정비법 개정안에서는 전자적 의결방법의 일반화를 꾀하고 있는 바 그 취지를 살펴보고자 한다.

 

2. 하급심 판례의 입장

가. 전자적 방법에 의한 의결권을 적극적으로 인정하려는 입장=서울서부지법은 “도시정비법 제45조제8항의 입법 취지는 재난이나 감염병의 발생 등으로 조합원들의 총회 출석이 불가능한 상황에서는 정관에서 달리 정하지 않은 경우에도 전자적 방법으로 의결권을 행사할 수 있도록 하여 조합의 사업진행에 공백이 발생하는 것을 방지하고자 하는 것이므로 정관에서 그 요건을 완화하는 것이 위 규정의 입법 취지를 몰각시키는 것도 아니다”는 등의 이유로 재건축정비사업조합이 정관에 전자적 방법을 의결권 행사방법으로 정하는 것은 적법하다고 판시하였다.

그 항고심(서울고법) 역시 “전자문서법 제4조의2 규정과의 관계를 고려하면 도시정비법 제45조제8항의 ‘제5항에도 불구하고’는 전자적 방법에 의한 의결권 행사와 서면에 의한 의결권 행사가 엄격히 구별되거나 양립할 수 없다는 취지라기보다는, 전자투표가 전자문서법에서 정하는 전자문서의 서면요건을 갖추었는지 여부와 상관없이 제8항에서 정한 요건을 갖춘 경우에도 의결권 행사 및 직접출석의 효력을 인정하려는 취지로 봄이 타당하다”고 판시하면서 전자투표를 포함하는 정관변경은 경미한 의결사항에 해당한다고 판시하였다.

 

나. 전자적 방법에 의한 의결권을 소극적으로 인정하려는 입장(규정 문언에 충실한 입장)=부산고법은 “개정된 도시정비법 제45조제8항은 재난 등 제한적인 상황에서만 예외적으로 전자적 결의방법을 통해 의결권을 행사할 수 있다는 취지로 보아야 하고, 위 조항을 근거로 현행 도시정비법이 전자적 결의방법에 의한 의결권 행사를 허용하고 있다고 해석할 수는 없고, 오히려 현행 도시정비법에서는 허용되지 않는 전자적 결의방법에 의한 의결권 행사를 예외적으로나마 허용하기 위한 근거를 마련하기 위하여 위 조항이 신설된 것이라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고 판시하였고, 서울고법에서는 “도시정비법 제45조제8항의 경우처럼 예외적인 경우가 아님에도 집합금지가 해제된 상황에서 실시된 전자투표는 서면결의로 인정한다고 하더라도 더 나아가 직접 출석이라고 볼 수는 없다”는 취지로 판시하기도 하였다.

 

3. 국회에 계류 중인 도시정비법 개정안=제21대 국회(2020-2024)에서 2022.9.15.자로 제안된 도시정비법 개정안에서는, 현행 규정이 엄격한 조건 하에 예외적인 경우에 한하여 전자투표를 허용하게 되어 이를 ‘서면’결의나 ‘대리인을 통한’의결권 행사와 동일하게 일반적인 의결권 행사 방식 중 하나로 변경하고 국토교통부에서 전자투표에 관한 가이드라인을 고시하도록 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다만 국토교통부에서는 위 개정안에 대해 전자투표의 전면실시로 인한 부작용(주변인에 의한 투표대행, 투표권 부정거래, 여론 조작 등)을 우려하여 시범적으로 실증을 거친 다음 도입 여부를 결정할 필요가 있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현재 소관 상임위원회(국토교통위)에 상정되어 계류 중이다.

 

4. 검토=도시정비법이 2021.8.10. 개정되면서 제45조제8항으로 도입된 현행 전자투표는 코로나 19 등으로 인해 다수의 조합원이 모이기 어려운 상황에서 직접 출석을 요하는 총회를 개최하기 위한 특례로서 그 문언의 해석상 사유가 제한적이고 예외적인 경우에나 가능하다고 해석될 여지가 많다.

물론 이를 적극적으로 해석하여 전자투표의 도입에 대한 필요성을 넓게 보는 판결들도 있으나 그렇다고 하더라도 전자투표를 서면에 의한 결의와 동일하게 볼 수 있는지, 설령 서면에 의한 결의로 보더라도 법령에 규정된 제한적인 상황이 아님에도 이를 더 나아가 직접 출석으로까지 인정할 수 있는지 여부에 관하여는 현재로서는 대법원의 직접적인 판시가 없으므로 다툼의 여지가 크다고 볼 수 있다.

이러한 의미에서 현행 규정의 문제점을 인식하고 전자적 방법에 의한 의결권 행사를 일반적인 의결권 행사의 한 방법으로 인정하기 위한 도시정비법 개정안이 계류 중인 것은 이러한 다툼의 소지를 입법으로 해결함으로써 소모적인 논쟁을 차단할 수 있는 방안으로 보인다. 그러나 해당 개정안은 현재 상임위에서 계류 중에 있어 명문으로 입법화되기까지는 절차상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이고 국회 임기만료로 폐기될 가능성도 있다(헌법 제51조 단서). 총회에서 전자적 방법에 의한 의결권 행사를 예정하거나 정관에서 이를 도입하려는 조합으로서는 이러한 법원의 상반된 해석론을 이해하고 전문가의 조언을 얻어 적절히 의사(議事)를 진행해야 하고 향후 법령의 개정 과정도 유심히 지켜봐야 한다.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저작권자 © 위클리한국주택경제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