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픽=홍영주 기자]

조합설립인가 후 시공자를 선정할 수 있도록 개정된 서울시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 조례가 되레 재건축·재개발에 ‘악법’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시가 개정 조례에서 규정하고 있는 ‘조합원 과반수 찬성’을 총회에서 시공자 후보가 득표해야 하는 기준이라는 해석을 내렸기 때문이다.

시는 지난 3월 27일 공공지원제도가 적용되는 정비구역의 시공자 선정시기를 현행 사업시행계획인가 이후에서 조합설립인가 이후로 앞당기는 내용 등을 담은 도시정비조례 개정안을 공포했다. 이에 따라 오는 7월 1일부터 본격적인 시행에 들어가 조합설립인가를 받은 구역은 시공자 선정이 가능해진다.

문제는 시공자를 선정하기 위한 요건이다. 개정조례 제77조제1항에는 “법 제118조제6항에 따라 조합은 조합설립인가를 받은 후 조합원 과반수의 찬성으로 총회의 의결을 거쳐 시공자를 선정하여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즉 시공자를 선정하기 위해서는 전체 조합원 과반수의 찬성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업계에서는 조합원 과반수가 찬성할 경우 시공자 선정절차를 이행할 수 있는 것으로 해석했다. 즉 총회에서 시공자를 선정할지 여부에 대한 안건을 상정해 과반수가 찬성하면 사업시행인가 전이라도 시공자 선정이 가능한 것으로 본 것이다. 

하지만 시의 해석은 달랐다. 김민곤 주거정비과 주무관은 “조례상 조합원 과반수 찬성의 의미는 총회에서 한 건설사가 조합원 과반수의 득표를 받아야 시공자로 선정될 수 있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즉 시는 시공자 후보로 상정된 특정 건설사가 전체 조합원의 과반수의 득표를 받아야 한다는 의미로 해석한 것이다.

이에 따라 업계에서는 당장 시공자 선정 안건의 부결을 걱정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 놓였다. 정비사업 계약업무 처리기준에 따르면 시공자 선정 시 최소 6개 이상의 건설업자를 총회에 상정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입찰업체가 6개사 미만인 경우에는 모든 참가업체를 총회에 상정해야 한다. 

따라서 한 건설사가 조합원 과반의 득표를 받기란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는 것이 업계의 중론이다. 결국 시공자 선정 안건이 부결될 경우 장기간 사업이 진행되지 못하는 것은 물론 사업비용을 허공에 날리는 꼴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한국주택정비사업조합협회 엄정진 사무국장은 “경쟁입찰이 의무화된 시공자를 조합원 과반수로 선정한다면 부결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며 “시공자를 선정하기까지의 시간과 비용 등을 고려하면 조합에 큰 부담이 될 수밖에 없는 만큼 현실적인 선정 방법을 재검토해야 한다”고 말했다.

심민규 기자 smk@aru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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