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현일 대표 | 에이치원종합건축사사무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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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건설산업연구원은 2030년 공동주택 리모델링의 시장 규모가 30조원에 이를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주택 리모델링 시장의 동향과 과제’ 보고서에 따르면 “새 정부의 주택공급 실효성 제고를 위해 리모델링 활성화 정책 모색이 필요하다”고 제언했으며, 2030년 기준 전국에서 15년 이상이 지난 공동주택 단지는 총 3,096곳으로 전체의 73.4%가 리모델링 사업이 가능할 것으로 추정했다. 
또 서울시 공동주택 리모델링 사업 중 898개 단지가 세대수 증가형 리모델링이 가능하며, 이를 통해 11만6,000호의 주택을 공급할 수 있을 것으로 예측했다. 새 정부의 고민인 신규 분양물량에 대해서도 리모델링이 적지 않은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으로 발표했다.
리모델링 사업은 그동안 사업성이 없다는 이유로 대형 시공사들의 외면을 받아왔던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서울시에서 재건축사업의 인허가가 장기적으로 지연됨에 따라 시공사들이 참여할 수 있는 물량이 축소됐고, 최근 3년간 공동주택 매매가격이 강남 일부 아파트의 경우 200%까지 상승하면서 주변 지역 및 지방의 공동주택가격도 동반 상승하는 효과를 가져왔다.
그럼에도 신축아파트 대비 구축아파트의 가격상승폭이 낮게 형성됐고, 그 원인은 단지 주변 인프라는 양호하나 편리한 세대구조와 주차시설, 커뮤니티 공간 등 고급화된 주거환경이 아파트가격을 결정하는 중요한 요소로 판단한 단지들이 리모델링에 뛰어들기 시작했다. 추진위원회를 구성해 조합설립동의서 제출을 독려하고, 주민들이 동참함으로써 불과 5~6개월 만에 조합설립 창립총회를 개최하는 단지가 서울을 비롯해 수도권으로 확산하고 있는 것이다.
2020년 초만 하더라도 리모델링 시장에 뛰어든 시공사는 포스코, 쌍용, 현산, 효성 등 일부에 국한됐다. 해당 건설사로서는 숨겨둔 보물창고와 같은 역할을 했지만, 2020년 현대건설, 2021년 대우건설이 리모델링 시장에 참가했고, GS건설과 삼성물산도 리모델링 시장에 복귀하는 등 본격적인 수주전을 기대하게 만들었다. 결국 많은 시공사의 관심이 리모델링 사업추진에 원동력으로 자리매김한 것이다.
리모델링이냐, 재건축이냐=윤석열 대통령 당선자는 △정밀안전진단 완화 △재건축초과이익환수제 완화 △분양가 규제 운영 합리화를 ‘재건축 규제 완화’ 공약으로 내세웠고, 리모델링의 경우 신속한 추진을 위한 법·제도적 개선을 약속했다. 이에 대해 일부 언론에서는 재건축사업이 호황이 예상되는 만큼 리모델링 사업을 재건축으로 전환하는 것을 고민해야 한다는 무책임한 기사를 내고 있다.
안전진단의 구조안전성 가중치를 하향 조정할 경우 재건축을 추진할 수 있는 문턱이 낮아지지만, 사업성이 높아지는 것은 아니다. 또 재건축초과이익환수제 완화, 분양가 규제 운영 합리화가 실현될지 알 수 없지만, 공약이 이행돼 해당 재건축사업장의 조합원 개별분담금이 낮아지더라도 단순히 리모델링 사업을 재건축으로 전환한다고 동일한 혜택의 대상이 되는 것은 아니다.
실질적으로 도움이 될 수 있는 부분은 용적률의 적용기준을 300%에서 500%로 상향하는 부분으로 볼 수 있다. 현행 국토의 계획 및 이용에 관한 법률 제78조(용도지역에서의 용적률)에는 구역의 면적과 인구 규모, 용도지역의 특성 등을 고려해 주거지역의 경우 500% 이하로 시 또는 군의 조례로 정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하지만 그동안 주거지역의 경우 1종, 2종 전용주거지역과 1종, 2종, 3종 일반주거지역의 5단계 용적률 체계를 가지고 있어서 3종 일반주거지역을 300%에서 500%로 상향할 경우 기타지역도 동반 상승을 고려해야 한다. 
만약 동반상승 시에는 전국적인 도시계획변경에 대한 문제 발생이 예상되고, 전국 토지의 가격도 상승이 우려된다. 단순하게 3종 일반주거지역을 준주거지역 또는 상업지역으로 종 상향시켜 재건축을 활성화하는 방안도 검토할 수 있지만, 종 상향에 대한 토지기부채납을 25~30% 적용할 경우 재건축사업의 추진은 낙관하기 어렵다.
그래도 리모델링!=리모델링은 재건축과 비교하면 빠른 사업추진이 가능하다는 명백한 장점이 있다. 일반적인 상황에서 재건축사업은 빨라야 10년이 걸리지만, 리모델링은 5~6년이면 새로운 집에서 생활 할 수 있다. 또 기반시설 기부채납, 초과이익환수제, 용적률 등의 규제에서 자유롭고, 건축기준 완화, 조합설립 동의율, 조합원 지위규제 등의 많은 혜택을 가지고 있는 사업이기도 하다. 
다만 △용적률 완화 및 제한 △수직증축·내력벽 철거 등에 대한 명확한 기준이 수립되어 있지 않다는 아쉬운 점은 시급한 개선이 필요하다. 실제로 올해 초 서울 강남구 리모델링 현장에서는 최초로 575%라는 주거지역의 범위를 넘어선 용적률 완화를 부여함으로써 도시계획 전반에 기초를 흔드는 시초가 됐다. 이로 인해 다른 지자체에게도 부담을 주는 결과를 초래했다. 또 아직까지 내력벽 철거 기준에 대한 명확한 기준이 없다 보니 현장에서는 안전문제로 시시비비가 발생하고, 결정하는 단계가 더디게 갈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용적률 완화 및 제한에 관한 기준을 명확하게 정한다면 리모델링 사업의 특혜 의혹도 해소됨은 물론 신규 리모델링 진행 사업장에도 사업추진 방식과 계획의 지표를 제공할 것으로 생각한다.
더불어 세대통합형의 경우 내력벽 철거 등 구조변경과 보강, 그에 따른 구조안전성 검토 등에 대한 기준이 미흡해 노후 공동주택의 경우 공간 변경에 따른 가변성이 불가능한 상황이다. 이로 인해 최근 다양한 생활패턴을 겨냥한 특화된 내부공간과 다양한 디테일 등의 반영이 어려워 거주자는 물론 시장의 만족도를 채워주지 못하는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
지난 2014년 4월 수직증축이 가능한 법령이 시행됨에 따라 수직증축 리모델링을 진행한 현장들은 신기술·신공법에 대한 국내공인기관의 검증거부로 상당수의 사업장이 다시 수평증축으로 리모델링을 선회한 바 있다. 따라서 정부는 과거의 과오를 거울삼아 준공 이후 15년 이상 경과한 공동주택을 대상으로 현시점 대비 주요 성능저하 및 안전이 우려되는 단지에 대한 실태를 조사할 의무가 있다. 더불어 리모델링의 사업유형과 사업추진방식, 계획의 기준, 지원방안 등에 관한 세부적인 가이드라인을 제공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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