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픽=홍영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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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자투표제 도입 등을 담은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 일부개정법률안이 지난 10일 공포됨에 따라 시행일이 오는 11월 11일로 확정됐다. 이에 코로나19로 집합금지 명령이 내려지더라도 전자투표를 통해 사업을 진행할 수 있게 됐다.

하지만 개정법률에는 전자투표 도입과 직접 출석 인정 등의 개략적인 내용만 담겨있어 구체적인 절차와 방법 등에 대한 하위규정 마련이 시급한 상황이다. 앞서 전자투표제를 시행하고 있는 주택법상의 주택조합들은 이미 하위규정이 마련된 상황임에도 절차상의 하자 등에 대한 혼란이 발생하고 있다.

이에 따라 국토교통부가 전자투표와 관련된 도시정비법 시행령·시행규칙 개정 작업에 착수한 가운데 부작용을 최소화할 방안을 마련하는 것이 숙제로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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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라인 총회 개최 가능 여부조차 불분명… 전자 투표 위한 총회 방법부터 정해야


우선 온라인을 통한 총회 개최가 가능한지 여부에 대한 명확한 판단이 필요하다. 개정안에 따르면 조합원의 직접 참석이 불가능하다고 판단되는 경우에만 전자 투표가 가능하기 때문에 온라인 총회가 가능할 것으로 해석하고 있다.

하지만 전자 투표와 관련된 총회에 대한 직접적인 규정이 없는 것은 물론 총회 방법에 대한 위임 내용도 담겨있지 않아 혼란이 예상된다. 조합 정관에 정할 수 있는 범위도 총회의 의결방법과 서면의결권 행사 및 본인 확인방법 등으로 한정된 만큼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이에 따라 업계에서는 하위 규정을 통해 전자 투표를 진행하기 위한 총회 절차 등을 구체화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집합금지 상황에서 총회를 개최하는 경우 온라인으로 개최할 수 있는지, 출석 가능한 허용 인원 내에서 오프라인 총회를 병행해야 하는지 등이 문제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온라인 총회가 가능할 경우 총회 진행 과정을 송출하는 방법도 규정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일례로 유튜브 등의 기존 온라인 방송 플랫폼을 활용하는 것이 가능한지, 혹은 조합이 직접 플랫폼을 갖춰야 하는지를 두고 이견이 발생하고 있기 때문이다. 다만 후자의 경우 단기간 내에 제작이 어렵고, 적지 않은 비용이 발생하는 만큼 업계에서는 기존 플랫폼을 활용하자는 의견이 우세한 상황이다.

나아가 온라인 총회에서 토의권을 보장할 수 있는 기술적인 방안도 필요하다. 대법원은 조합원의 토의권과 의결권이 침해된 경우 해당 총회는 무효라고 판결한 사례가 있다. 따라서 온라인으로 총회를 진행하더라도 본질적으로 토의권을 확보해야 유효한 총회로 인정받을 수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판단이다.

하지만 온라인 방송 특성상 다수의 토론이 쉽지 않은데다, 익명으로 발언이 가능한 만큼 자칫 제삼자에 의해 의결권이 왜곡될 수 있다는 문제가 있다. 따라서 하위규정을 통해 토론 방법과 대상 등을 구체적으로 정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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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자 투표 방법과 인증 두고 유·무효 논란… 서면의결권 허용 여부는


전자 투표 방법과 본인인증 확인 방안에 대한 하위 규정 마련도 필수적이다. 개정안에는 전자문서법에 따른 정보처리시스템이나 정보통신기술을 이용하는 방법으로 의결권을 행사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을 뿐 구체적인 기준은 없다.

따라서 전자 투표를 진행하기 위한 시스템을 정부나 공공기관이 관리할 것인지, 민간의 전자투표 시스템까지 개방할 것인지가 쟁점이 되고 있다. 공공기관의 경우 투표결과에 대한 신뢰성이 높지만, 조합에 적극적인 지원을 기대하기는 어렵다. 반면 민간의 경우 조합에 맞춤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지만, 비용이 증가할 가능성이 높다.

또 전자 투표 기간과 본인 인증방법에 대해서도 구체적으로 규정할 필요가 있다. 일반적으로 총회의 투표는 직접 참석 투표와 서면결의서로 구분할 수 있다. 직접 참석 투표의 경우 총회 개최 후 투표가 가능한 반면 서면결의서는 일정 기간 내에 투표를 진행할 수 있다. 따라서 전자 투표를 직접 투표처럼 총회 개최 후 토론을 진행한 후 의결권을 행사할 수 있도록 할 것인지, 혹은 서면결의서와 동일하게 총회 개최 전이라도 사전 투표가 가능하게 할지에 대해 결정해야 한다.

본인확인 방법에 대한 명확한 절차도 규정할 필요가 있다. 실제로 이미 주택법에 따라 전자 투표제를 시행하고 있는 지역주택조합에서도 본인확인 인증 방법을 두고 논란이 발생하고 있다. 경기도의 한 지역주택조합은 전자투표 시 본인의 서명을 통해 인증 절차를 거쳤지만, 인증서를 통한 본인확인 절차를 거치지 않아 총회가 무효라는 주장이 일었다. 따라서 하위규정을 통해 본인인증과 관련된 기준을 마련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전자 투표 시 서면의결권 행사 가능 여부도 논란이 됐다. 전자적 방법으로 주택조합 총회를 개최할 경우 전자 투표만 가능한지, 서면결의서를 통한 투표가 가능한지에 대해 이견이 발생한 것이다. 이에 대해 법제처가 “서면의결권 행사가 불가능하다”는 해석을 내린 바 있지만, 도시정비법과 주택법은 관련 규정의 내용이 다른 만큼 동일한 논란이 발생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심민규 기자 smk@aru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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