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픽=홍영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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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합정관에 ‘전자적 방법’을 총회 의결방법으로 정했다면, 전자투표의 효력이 인정된다는 법원의 결정이 나왔다. 조합이 서면·대리인 투표 외에도 전자적 방법을 의결권 행사방법으로 정한 것이 적법하다는 취지다.

서울서부지방법원 제21민사부(재판장 임정엽)는 지난달 28일 서울 A재건축의 조합원이 신청한 ‘가처분 이의’에서 총회결의효력정지 가처분 결정을 취소한다고 결정했다.

결정문에 따르면 이 구역은 지난 6월 일부 조합원들의 발의로 개최된 임시총회에서 조합장을 비롯한 이사 등을 해임하고, 직무집행을 정지하는 결의를 했다. 하지만 조합장 등은 해임총회 결과에 불복해 법원에 효력정지를 구하는 가처분을 신청했고, 법원은 이를 받아들였다. 이에 해임 발의 측은 총회 절차에 문제가 없다고 주장하며 법원의 가처분에 대한 이의를 제기했다.

이번 가처분 신청의 핵심 쟁점은 총회 당시 전자적 방법을 통해 행사한 의결권에 대한 효력 여부다. 조합장 등은 위법한 전자적 방법의 의결권 행사를 허용함으로써 의사정족수와 의결정족수가 충족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반면 해임 발의 측은 조합정관에 전자적 방법을 의결권 행사방법으로 정한 만큼 총회가 적법하게 진행됐다고 반박했다.

이에 대해 재판부는 전자적 방법을 의결방법으로 정한 조합정관을 토대로 진행한 총회의 효력이 있다고 판단했다. 정관에 전자적 방법을 의결권 행사방법으로 정할 수 있는지 여부에 대해 가능하다고 본 것이다.

재판부는 “도시정비법상 조합원은 서면으로 의결권을 행사하되 재난 등의 상황에서는 시장·군수 등이 인정하는 경우 전자적 방법으로 의결권을 행사할 수 있다고 정하고 있다”며 “서면에 전자적 방법이 포함된다고 해석하기는 어렵지만, 조합이 전자적 방법을 총회의 의결방법으로 정하는 것을 금지하는 것으로 해석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이어 “정관에서 요건을 완화하는 것이 전자적 방법 관련 규정의 입법 취지를 몰각시키는 것도 아니다”고 판단했다.

나아가 재판부는 전자적 방법이 조합원의 의사 반영과 본인 확인에도 유리하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전자적 방법은 평의성과 효율성에 비춰봤을 때 조합원의 의사를 보다 충실하게 반영할 수 있는 수단이 될 수 있다”며 “휴대전화로 각종 본인 인증을 비롯해 금융업무 및 상품거래가 일상적으로 이뤄지고 있는 현실을 고려하면 본인 확인 측면에서도 서면이 전자적 방법보다 우월한 의결권 행사방법이라고 단정하기도 어렵다”고 강조했다.

이에 따라 재판부는 전자투표가 서면요건을 충족하고 있는데다, 전자투표 이후 철회를 인정하는 등의 절차를 이행했다는 점을 인정해 기존 재판부의 총회결의 효력정지에 대한 가처분 결정을 취소했다.

심민규 기자 smk@aru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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