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수직증축 리모델링을 허용한 이후 안정성 확보에 무게 중심을 두면서 업계의 고심이 깊어지고 있다. 정부는 지난 2014년 리모델링 장려 차원에서 최대 3개층까지 수직증축을 허용했다. 하지만 안전성 확보를 이유로 내력벽 철거 허용을 유보시킨 데 이어 최근 안전기준 강화에 나선 상황이다. 실제로 국토교통부는 주택법 개정을 추진하면서 2차 안전진단 시 전문기관이 직접 참여해 기존 말뚝 지지력에 대한 실측을 거치도록 하는 등 안전 기준을 강화했다. 또 안전진단 결과를 바탕으로 한 설계변경 시 분담금 변동이 발생할 경우 의무적으로 총회를 개최해 안건으로써 의결토록 정했다. 사실상 규제가 더해지면서 리모델링사업이 위축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수직층축 리모델링 추진 절차도 [ 그래픽 = 홍영주 기자 ]
수직층축 리모델링 추진 절차도 [ 그래픽 = 홍영주 기자 ]

▲2차 안전진단, 전문기관 입회하에 기존 말뚝 지지력 실측… 기준 미달 시 재설계 요구=수직증축 리모델링에 대한 정부의 안전성 기준 및 절차가 강화되면서 사업기간과 비용이 증가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국토부는 지난 15일 주택법 시행규칙 일부개정안을 통해 안전진단, 안전성 검토 기준, 구조기준 등 강화에 나섰다. 수직증축 리모델링을 통한 공동주택 안전성을 확보하겠다는 취지다.


개정안에 따르면 1·2차 안전진단 시 지반전문가 및 전문기관의 참여를 의무화했다. 우선 1차 안전진단의 경우 지반전문가가 참여해 지질조사를 시행하고, 공학적 계산식에 의해 기존 말뚝의 설계지지력을 분석해야 한다.
또 2차 안전진단의 경우 전문기관 입회하에 기존 말뚝의 지지력을 실측해야 한다. 이때 조합은 말뚝 재하시험 계획서, 극한지지력·항복하중·허용지지력 산정 결과, 동별 설계지지력의 결정, 구조설계의 변경 여부 등에 대한 전문기관의 확인·승인을 거쳐야 한다. 만약 2차 안전진단에서 확인된 설계지지력이 기존 구조설계 적용 내용에 미달될 경우에는 재설계에 나서야 한다.

▲안전진단 결과 반영한 설계변경 시 분담금 변동할 경우 총회 의결 거쳐야=안전진단 결과를 바탕으로 설계변경 시 분담금이 변동할 경우 총회의 의결도 거쳐야 한다. 추가 분담금 가능성을 조합원에게 알려 사업추진에 대한 의사결정을 반영하겠다는 것이다.


국토부는 수직증축 리모델링 시 구조설계 단계에서 적용한 보강설계 내용이 2차 안전진단 결과에 따라 변경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이에 따라 설계변경이 이뤄질 경우 분담금 산정 내역이 변동될 수 있고, 총회안건에 해당 내용을 상정해 의결토록 정했다. 

▲일선 조합, 이미 1차 안전진단에 이어 2차례 안전성 검토까지 거쳐… 안전진단 절차 강화로 사업기간·비용 늘어날 수도=문제는 정부가 안전성 확보를 이유로 규제만 강화하고 있다는 점이다. 안전을 골자로 이미 전문기관에 수차례 검토를 거치도록 규정하고 있는데도 불구하고, 절차를 강화하면서 사업기간과 비용이 더 늘어날 수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수직증축 리모델링은 1차 안전진단→건축심의→구조설계→1차 안전성 검토→2차 안전성 검토→행위허가→이주 및 철거→2차 안전진단→이주→착공 등의 순으로 진행된다. 그런데도 2차 안전진단 절차 강화 등을 통해 기존 말뚝의 지지력이 구조설계단계에서 적용한 보강설계 내용에 미치지 못하면 재설계를 요구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수직증축 리모델링사업은 1차 안전진단과 전문기관을 통해 2차례의 안전성 검토를 진행한다”며 “2차 안전진단을 강화하는 것은 되레 사업 지체로 이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안전성 검토 기관 2곳 불과, 검증 강화로 사업지체 우려=더욱이 국토부가 정한 안전성 검토 전문기관은 단 2곳에 불과해 그동안 검토 신청이 몰릴 경우 사업이 지체돼오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하지만 전문기관은 그대로인데 반해 검토 기준만 강화되면서 사업기간이 더 길어질 수 있다는 우려다.


경기도 성남시 분당구 리모델링조합 관계자는 “현재 리모델링사업은 안전성 검토 전문기관을 한국건설기술연구원과 한국시설안전공단 등 단 2곳만 지정하다보니 일선 조합들의 검토 신청이 몰릴 경우 상당한 기간이 소요되고 있다”며 “구조기술사협회에 의뢰를 통한 민간업체로 안전성 검토기관을 확대해야 하지만, 검증 기준만 강화시키면서 사업기간이 더 늘어날 가능성이 높아졌다”고 말했다. 이어 “안전성 검토자료를 만들기 위해 조합과 민간에서 수억원의 비용을 지출하고 있다”며 “현재 리모델링 제도는 기존 자원을 재활용하는 고효율 목적의 리모델링이 아닌 고비용을 지출하게 만들면서 사업 진행을 어렵게 만들고 있다”고 토로했다.

▲내력벽 철거 허용 여부 발표도 연기도 악재=내력벽 철거 허용에 대한 불확실성도 사업기간이 더 늘어날 수 있는 요인으로 작용한다.


국토부는 리모델링 내력벽 철거 허용 여부에 대한 발표를 당초 올해 3월에서 하반기로 미뤘다. 현재 한국건설기술연구원에서 내력벽 철거 허용 관련 실증연구가 진행 중으로, 하반기 중 용역 결과가 나온다.


이와 관련해 일부 사업장에서는 내력벽 철거가 허용될 경우 설계변경을 우려해 건축심의 접수 연기를 검토 중이다. 설계변경을 진행한 후 건축심의 접수를 통해 사업기간을 최소화하겠다는 취지다. 하지만 만약 내력벽 철거가 허용되지 않는다면 사업기간만 더 늘어날 수 있다는 점이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조합이 내력벽 철거 허용에 무게를 두고 건축심의 접수를 미뤘는데, 향후 철거 불허 방침이 나온다면 심의가 지연된 만큼 시간·경제적 손실이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이혁기 기자 lee@aru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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