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재의 발생원인이 임차인 자신에게 있지 않다는 사실이 명백히 밝혀 진 경우에는 임차인이 책임을 질 이유가 없으나, 화재 원인이 불명인 때에는 임차인이 꼼짝 없이 책임을 지게 된다. 소송상 입증책임의 원리상 어쩔 수 없는 결과다.


판례에서 문제가 된 예를 들어 보자. 임차인이 이사를 들어오면서 김치 냉장고와 벽 사이에 무리하게 멀티 탭을 끼워 두는 바람에 전선이 눌리고 변형되어 전기 합선이 되어 화재가 발생한 경우다. 이때는 임차인에게 과실이 있다고 판명된 경우이므로 임차인이 화재에 대해 책임을 져야 한다.


임차인이 건물 일부를 임차하여 조각업체를 운영하던 중 화재가 발생되었고, 그 화재가 전기합선에 의하여 천장이나 벽체에서 발화한 것으로 추정될 뿐 정확한 발화지점이나 발화원인은 분명하게 알 수 없는 경우다. 이때는 비록 임차인이 조명기구 외에는 전기기구를 사용하지 않았고 건물 내부 배선에도 손을 댄 적이 없는 사안임에도 불구하고, 임차인이 자신의 책임으로 인한 화재가 아니라는 점에 대해 입증할 방법이 없으므로, 대법원은 임차인이 책임을 져야 한다고 보았다.


임대차계약 존속 중에 발생한 화재가 임대인이 지배·관리하는 영역에 존재하는 하자로 인하여 발생한 것으로 추단되는 경우는 어떤가. 그러한 하자를 보수·제거하는 것은 임대차 목적물을 사용·수익하기에 필요한 상태로 유지하여야 하는 임대인의 의무에 속한다. 따라서 화재에 대해 임대인이 책임을 져야 한다. 이때도 임차인이 화재발생의 원인이 되는 하자가 있다는 사실을 알고도 임대인에게 이를 보수·제거하라고 통보하지 않은 경우라면 임차인이 책임을 져야 공평하다.


임차인이 건물 일부를 임차하여 사용하여 왔는데 그 임차 부분에서 화재가 발생되어 그 외의 부분으로 번진 경우는 어떤가. 2층 건물 중 1층은 임차인이, 2층은 임대인인 건물주가 사용하여 왔는데, 원인을 알 수 없는 화재가 1층 임차인 점유 부분에서 발화하여 2층으로 번져서 임대인에게 손해가 발생된 경우다. 건물의 규모와 구조로 볼 때 건물 중 임차 건물 부분과 그 밖의 부분이 상호 유지·존립함에 있어서 구조상 불가분의 일체를 이루는 관계에 있는 경우에 문제가 된다.


종래 대법원 판례는 임차인은 2층 부분의 손해에 대해서도 책임을 진다고 보았다. 건물 규모와 구조로 볼 때 하나의 건물을 나누어서 일부는 임차인이 책임지고 나머지 부분은 임대인이 책임지는 것은 법리상 일관성이 없기 때문이다. 최근 대법원은 이런 입장을 바꾸어 2층 부분에 대해서는 원칙적으로 임차인에게 책임이 없다고 판결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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