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 관리처분 거부는 부당 판결

법 위에 서울시?… 불통행정 여전

이번에는 사업시행 일몰로 발목

1·2심 조합이 승소… 시는 상고

윤덕영 가옥이 역사·문화 보존?

알고 보니 친일행적 남긴 대표 잔재

현재까지 추산된 매몰비 46억원

열악한 주거환경에 주민만 고생




서울 종로구 옥인1구역 재개발사업이 잇따른 법원 승소 판결에도 불구하고 서울시의 밀어붙이기식 직권해제로 좌초될 위기에 처했다. 실제로 지난 4월 서울고등법원은 시와 종로구청이 관리처분계획인가 신청을 거부하면서 옥인1구역의 재개발사업 시행기간이 도과된 점은 지자체에 귀책사유가 있다고 판시했다. 앞서 2015년 대법원에서도 사업시행인가에 따라 신청한 옥인1구역의 관리처분계획에 대해 지자체가 인·허가를 거부할 수 없다고 판결한 바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서울시는 역사·문화유산 보존을 이유로 직권해제를 유지하겠다는 방침이다. 심지어 서울시가 보존을 주장하는 구역내 윤덕영 가옥은 이미 20년 전 문화재청에서 문화재 지정해제 및 보호구역 해제가 이뤄지면서 문화재로서의 가치가 없음이 증명됐다. 시의 불통행정은 현재까지 기투입된 46억원에 대한 매몰비용 지원조차 뚜렷하지 않은 상황에서 주민들의 화만 돋우고 있는 실정이다.


옥인1구역 재개발사업을 향한 지자체의 편파행정에 법원이 철퇴를 내렸지만, 시가 역사·문화 보존을 이유로 직권해제를 강행하면서 주민들의 반발이 거세지고 있다. 법원은 사업기간이 도래한 이유는 그동안 지자체가 부당하게 관리처분인가 신청을 거부했기 때문에 시와 종로구청에 귀책사유가 있다고 판단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시의 직권해제 강행, 대법원 상고에 주민들만 열악한 주거환경에 방치되고 있는 상태다.


시는 지난 4월 서울시장 직권으로 옥인1구역을 해제·고시했다. 옥인1구역의 경우 지난 2009년 사업시행인가를 받은 이후 시가 관리처분인가 신청서를 반려시키는 등 인·허가를 거부하면서 사업을 지체시킨 곳이다. 이에 따른 소송에서도 조합이 승소했지만 시는 직권해제를 강행하면서 조합원들의 반발이 거센 상황이다.


김흥길 옥인1구역 조합장은 “서울시는 지난 2009년 사업시행인가를 받은 후 2011년 부터 관리처분인가 신청서를 반려시키는 등 사업을 지체시켰다”며 “시가 소송이 진행되는 동안 옥인1구역을 직권해제 시켰고, 최근 지자체의 관리처분인가 거부가 부당하다는 고등법원 판결에도 불구하고 대법원에 상고하면서 직권해제에만 혈안이 돼있다”고 토로했다.


실제로 옥인1구역은 지난 2007년 정비구역 지정을 거쳐 2009년 사업시행인가를 받은 이후 2011년 관리처분인가를 신청했다. 그야말로 철거를 목전에 둔 상황이었지만, 시는 역사·문화유산 보전을 명목으로 관리처분인가를 반려시켰다. 정비구역 내에 윤덕영의 가옥이 자리 잡고 있고, 한옥을 보존해야 한다는 등의 이유에서다. 


이를 두고 주민들은 서울시가 역사·문화유산 보전에 대한 필요성을 명분으로 앞세워 직권해제에 무게중심을 둔 편파행정을 진행하고 있다는 주장이다. 


우선 윤덕영 가옥은 이미 20년 전 문화재청에서 문화재 지정해제 및 보호구역 해제가 이뤄졌지만 시가 자체적으로 역사·문화유산 보전 가치가 있다고 판단한다는 것이다. 더욱이 윤덕영은 친일행적을 남겼던 인물로서, 가옥을 보전할 만큼의 가치가 없다는 게 조합의 입장이다. 


이밖에 시가 송석원 터, 가재우물 등 역사·문화유산 보전 가치 비중을 두고 있는 곳들도 모두 정비구역 내에 자리 잡고 있지 않다는 의견이다.


김 조합장은 “서울시는 친일파 잔재 보존을 위해 열악한 주거환경에서 생활하는 주민 생각은 안중에도 없다”며 “시가 윤덕영 가옥을 역사·문화유산으로서의 가치가 있다는 명분으로 직권해제에만 방점을 찍은 편파행정을 남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조합은 지난해 12월 옥인1구역이 직권해제 대상구역으로 분류되면서 시를 상대로 손해배상청구소송을 진행 중이다. 현재까지 추산된 매몰비용만 약 46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사업기간 도과 책임은?

법원, 부당한 거부가 원인


서울시가 옥인1구역 관리처분인가 거부는 부당하다는 대법원 판결을 무시하고 직권해제에 방점을 둔 편파행정을 이어나가고 있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당초 사업시행인가를 바탕으로 한 조합의 정비사업 진행에는 아무런 하자가 없다는 대법원 판결 이후 사업기간이 도래했다는 다른 사안으로 다시 인·허가를 거부한 것이다. 이에 따라 제기된 관리처분계획인가거부처분취소 소송마저 1·2심 모두 조합의 손을 들어줬음에도 불구하고 지자체가 대법원에 상고하면서 조합원들의 반발이 거세지고 있는 상황이다.

서울고등법원 제3행정부(재판장 문용선)는 지난달 21일 1심 판결을 인용하면서 “조합의 사업시행기간이 도과된 이유는 관할 지자체가 부당하게 관리처분계획변경인가를 거부함으로써 이를 바로잡기 위한 소송을 진행했기 때문에 종로구청에 상당부분 귀책사유가 있다”며 “따라서 사업시행기간 도과에도 불구하고 사업시행계획 및 인가처분은 여전히 유효하고 관리처분계획인가 거부처분 및 사업시행변경인가 거부처분은 모두 위법하므로 취소해야 한다”고 판시했다. 

즉, 서울행정법원과 고등법원 모두 옥인1구역의 사업시행기간이 도과된 이유는 시와 종로구청이 부당하게 관리처분계획변경인가를 거부하면서 사업기간이 길어졌다고 판단한 것이다.

실제로 옥인1구역의 경우 지난 2009년 사업시행인가를 받아 2011년 관리처분계획을 수립하고 인가를 신청했다. 하지만 관할관청인 종로구청은 상위 기관인 서울시의 한옥을 보존해야 한다는 의견을 중시하면서 관리처분계획인가를 거부했다.

이에 따라 조합은 종로구청을 상대로 관리처분인가거부취소 소송을 제기했고 대법원 승소판결을 이끌어냈다. 당시 대법원은 사업시행인가에 따라 신청한 관리처분계획에 대해 인가를 거부할 수 없다고 판결했다. 대법원은 정비구역지정시 시의 정비계획 및 사업시행인가처분을 바탕으로 진행한 재개발사업에 아무런 하자가 없다고 판단한 것이다.

하지만 종로구청은 사업기간이 도래했다는 이유로 또 다시 관리처분인가를 거부했다. 당초 사업시행계획에서 2014년 11월 18일까지로 정한 사업시행기간(사업시행인가일로부터 60개월 이내)이 도과했다는 이유에서다. 여기에 조합이 사업시행기간 연장을 위해 신청한 사업시행변경인가도 거부처분을 내렸다. 이처럼 부당한 행정으로 사업기간이 길어졌고, 지자체에 책임이 있다는 게 이번 서울고등법원 판결의 핵심 내용이다.



매몰비 100% 지원 불분명

옥인1구역 주민들은 시의 직권해제 강행에 막대한 매몰비용·노후된 주거환경에서의 열악한 생활 등으로 내몰리고 있는 상황이다.

시의 직권해제 고시 이후 불거지고 있는 문제는 현재까지 기투입돼 사용된 사업비용인 이른바 매몰비용 보전에 대한 점이다. 옥인1구역 조합에 따르면 현재까지 추산된 매몰비용만 약 46억원에 달한다.

이와 관련해 시는 역사·문화유산 보전 가치를 이유로 한 직권해제의 경우 매몰비용 100%를 지원해주겠다고 나서고 있지만, 이마저도 불분명한 상황이다. 현재까지 사용된 비용의 영수처리 내용이 필요하고, 시 사용비용검증위원회의 사용비용 검증 절차를 거쳐 통과한 내역에 대해서만 보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이혁기 기자 lee@aru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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