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부촌인 ‘서초동’ 입지에도 낙후지역 저평가

가로주택정비 본격화… 재산가치 극대화에 역점


“‘서초동’이라고 하면 누구나 부촌의 이미지를 떠올릴 것입니다. 하지만 우리 구역은 이런 명성에 맞지 않는 평가를 받고 있습니다. 지어진지 30년이 넘은 노후화된 주택으로 인해 저평가를 받고 있는 것입니다. 가로주택정비사업을 통해 누구나 부러워하는 아파트 단지를 건설할 것입니다.”


서울 서초구 서초동 낙원·청광연립 일대가 과거 부촌 명성 되찾기에 나섰다. 가로주택정비사업을 통해 ‘소규모 명품아파트’로의 변화가 예고되고 있는 것이다. 낙원·청광연립 가로주택정비사업을 이끌고 있는 현승목 조합장은 꿈을 현실로 바꿔나가기 위한 준비를 마쳤다. 지난 2015년 6월 사업을 시작한 이후 불과 2달 만에 창립총회를 개최하고, 조합설립인가를 받는 등 사업이 신속하게 진행되고 있다. 물론 쉽지만은 않았다. 새롭게 도입된 가로주택정비는 모든 이들에게 낯선 사업이었다. 그럼에도 신속하게 사업을 진행해 올 수 있었던 것은 주야를 가리지 않고 사업에 매진한 현 조합장이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현 조합장을 만나 낙원·청광연립 가로주택정비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


▲낙원·청광연립 가로주택정비사업을 추진하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우리 구역은 낙원·청광연립 등이 위치한 서울 서초구 남부순환로 323길 31 일대의 주택을 정비하는 사업이다. 구역 내 대부분의 주택들은 건설된 지 30년이 넘었을 정도로 노후화된 곳이다. 과거 시행사가 매입 사업을 추진한 적이 있었지만, 제대로 시행되지 않아 낙후된 주택에서 불편한 생활을 감수해야만 했다. 하지만 가로주택정비사업이 새롭게 도입되면서 우리 구역과 같이 비교적 적은 면적을 정비할 수 있는 방법이 생겨났다. 이에 따라 지난 2015년 6월 가로주택정비에 대한 논의가 이뤄졌고, 본격적인 사업을 추진하게 됐다.


▲구역 내 주택들이 낙후된 상황이어서 생활에 불편함이 적지 않을 것 같은데=서초구 서초동이라고 하면 서울의 대표적인 중심지역으로 꼽히는 곳이지만, 노후된 주택만 보면 강남이라고 표현하기 민망할 정도다. 특히 연립주택의 경우 지난 1985년 전후로 분양한 상황이다보니 30년이 훌쩍 넘어 건물 내외부에서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 배관 파열로 인해 공사비가 발생하기도 하고, 냉·난방에도 취약한 상태다. 또 당시 기준으로 주차시설이 설치됐기 때문에 주차 문제도 심각한 상황이다. 퇴근 시간에는 주차장이 부족해 이면도로 등에 주차를 하고 있는 실정이다. 가로주택정비사업을 통해 주거환경이 개선되면 저평가된 우리 구역의 가치가 높아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그동안의 사업 진행 과정과 향후 사업계획을 어떻게 구상하고 있나=지난 2015년 8월 창립총회를 개최했으며, 두 달 뒤인 10월에 조합설립인가를 받았다. 이미 80% 이상의 동의를 받아 조합을 설립했지만, 최대한 많은 주민들이 함께 사업에 동참할 수 있도록 지속적으로 설득하는 시간을 가졌다. 현재 조합원이 26명인데 가설계로는 약 70세대 전후의 아파트를 건설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아파트는 2개동 정도가 들어서지 않을까 생각한다. 조합원 수에 비하면 공급 세대수가 제법 많은 편이기 때문에 사업성을 좋은 상황이다. 특히 사업추진 속도가 다른 정비사업보다 신속하게 진행되는 만큼 사업비도 최소화시킬 수 있을 것이다.


▲사실 소규모 단지 건설로 인해 커뮤니티시설이나 기반시설 등에 대한 우려가 있는 것이 사실이다. 단점을 극복할 수 있는 방안이 있는지=서울의 중심부에 위치해 있는 만큼 기반시설 부족으로 인한 불편함은 없을 것이라 생각한다. 오히려 남부터미널을 비롯해 예술의전당, 학교 등이 인접해 있어 편의성이 높은 상황이다. 특히 구역 인근에 서울교육대학교를 비롯해 서울고, 서초중, 신중초 등이 위치해 있어 일명 ‘강남8학군’으로 불리는 교육환경을 갖추고 있다. 또 각종 상업시설도 인근에 들어서 있기 때문에 생활에 필요한 물품을 구매하거나, 서비스를 받을 수 있다는 장점도 있다. 또 구역 인근 서초IC를 통해 전국으로 빠르게 이동할 수 있는 것은 물론 남부터미널, 지하철3호선 남부터미널역 등도 인접해 있어 대중교통을 이용하기에도 편리하다.


▲가로주택정비사업은 새롭게 도입된 사업인 만큼 그동안 사업이 완료된 사례가 없다. 그만큼 절차나 제도 등이 제대로 갖춰져 있지 않았을 텐데 사업추진에 어려움은 없었는지=재건축·재개발은 그동안 사업을 진행하면서 미비한 법령이 개선되어 왔고, 판례 등을 통해서도 사업 절차나 제도도 정립됐다. 하지만 가로주택정비사업은 말씀하신대로 신규 사업이기 때문에 아직까지 제도적으로 미비한 부분이 많은 상황이다. 법령도 해석이 엇갈리는 경우가 많아 행정청에서도 명확한 답변을 내리지 못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대표적인 예가 바로 매도청구다. 현재는 빈집 및 소규모주택 정비에 관한 특례법이 제정됨에 따라 사업 절차나 제도가 다소 구체화되긴 했지만, 그동안은 법적 근거가 명확하지 않은 상황이다. 법령과 제도가 제대로 정착되기 위해서는 아무래도 적지 않은 시간과 개정이 필요할 것이라 생각한다.


▲법이나 제도가 제대로 갖춰지지 않은 것에 비해 사업은 비교적 신속하게 진행됐다. 특별한 비결이 있나=조합원들의 적극적인 협조와 부동산써브를 비롯한 협력업체의 도움, 행정청의 적극적인 행정서비스가 잘 어우러진 결과라고 생각한다. 물론 사업 초기에는 주민들을 설득하는 일이 쉽지 않았다. 아무래도 시행사업이 진행됐던 곳이기도 하고, 가로주택정비사업에 대한 정보가 적다보니 주민들이 사업에 대해 제대로 이해하지 못했다. 일부 주민은 “집을 빼앗기는 것 아니냐”고 생각하기도 했다. 하지만 지금은 조합원들이 적극적으로 사업에 동참하면서 사업이 속도를 내고 있다. 행정청도 주거환경개선에 대한 필요성을 인식하고, 사업에 도움을 주기 위해 노력하고 있는 상황이다.


▲향후 사업 계획은=조합설립인가를 받은 만큼 건축심의와 시공자 선정 업무를 진행하는데 주력하고 있다. 일반 재건축·재개발과 달리 소규모로 진행되는 만큼 대형 건설사를 시공자로 선정하는 것은 쉽지 않은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조합에서는 우리 구역을 명품아파트로 건설할 수 있는 시공자를 찾기 위해 노력할 것이다. 또 조합원들의 재산가치를 극대화시킬 수 있는 사업계획을 수립하는데도 최선을 다하고 있다. 2020년까지 사업을 완료하는 것을 목표로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심민규 기자 smk@aru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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